세상이 변함에 따라 많은 직업들이 생기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한다. 예전의 시장은 Seller’s Market으로 기능이 좋은 제품만 만들면 소비자들은 줄을 서서 구매를 했다. 일례로 1980년대 일본을 방문한 한국의 여행객들이 반드시 사 오는 제품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코끼리 밥솥이다. 당시 두 손으로 코끼리 밥솥은 안고 김포공항으로 귀국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아주 흔한 광경이었다.
그러나 세상이 바뀌고 고객이 바뀌면서 이제 시장은 Seller’s Market에서 Buyer’s Market으로 바뀌었다. 시장이 바뀌면서 제품 공급자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소비자는 이젠 쉽게 지갑을 열지 않고 여러 가지 제품들을 비교하면서 구매를 하게 되었다.
특히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인터넷 시대와 모바일 시대가 도래하여 소비자는 아주 쉽게 제품과 가격에 대한 정보를 접할 수 있게 되어 기업들은 일반적인 제품과 서비스로는 고객의 니즈를 쉽게 충족시킬 수 없게 되었다.
따라서 기업은 고객의 니즈를 빨리 파악해서 민첩하게 대응해야 자신의 제품과 서비스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당연히 이를 책임지는 사람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렇게 기업의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를 End-to-End 책임지는 사람을 프로덕트 오너 (제품책임자)라고 한다. 특히 2010년 이후 플랫폼 비즈니스가 시장을 지배하기 시작한 이후부터는 프로덕트 오너에 대한 필요성은 더욱 부각되었다.
미국에서는 하버드나 스탠퍼드 MBA 학위 소지자들이 월스트리트를 외면하고 구글이나 아마존의 프로덕트 오너가 되기 위해 진로를 바꾼 지 이미 오래됐고 한국 역시 최근 몇 년 사이에 배달의 민족이나 토스 같은 유니콘 회사, IT 스타트업, 심지어 삼성전자나 한화 그룹 같은 대기업도 앞 다투어 프로덕트 오너를 채용하는 중이다.
어느 한국의 관광객이 대만에서 우버 택시를 콜 하고 기다리는 동안 우버앱을 보다 “와우! 이런 기능도 있네?” 하고 감탄하였다. 처음 콜 했을 때는 앱 지도상의 차량 색상이 검은색이었는데 어느 순간 차량의 색상이 흰색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차량 캐릭터와 차량 번호만 보여주는데 여기는 실제 배정된 차량 색상으로 앱 지도상의 차량 아이콘의 색상도 바꿔 주네?” 이 한국인 관광객은 대만 우버 서비스에 감동을 느낀 것이다.
몇 달 전만 해도 주말마다 나를 채근해 대형 마트로 장을 보러 가던 아내는 이제는 하루 걸러 한 번씩 새벽에 문 앞에 배달된 배달 박스를 들여와 냉장고에 넣어 놓으라고 나를 귀찮게 한다. 그리고 아내는 어제 오후에 주문한 물건들이 오늘 새벽에 어김없이 도착해 있는 것에 대해 “와우!”의 감탄사를 그치지 못하고 있다. 아내가 얼마 전부터 쿠팡의 와우서비스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갈수록 아내의 쿠팡의 로켓 배송서비스에 대한 감동의 크기는 커져가고 그만큼 새벽마다 박스를 날라야 하는 나의 고통은 커져만 간다.
이렇게 고객에게 감동을 주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는 엄청난 성장을 하고 있다. 로켓 배송 서비스를 앞세운 쿠팡은 이마트, 롯데 쇼핑 등 전통 유통 강자를 모두 제치고 국내 유통업계 최초로 2024년 매출 40조를 돌파하였다.
은행을 금융이 아닌 철저히 서비스 관점으로 바라보고 간편 송금, 온라인 전세금 변환 서비스, 평생 무료 환전 서비스, 스마트 주택 구매 서비스, 안전 대출 서비스 등 혁신적이고 감동적인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토스뱅크는 영업 개시 2년 만에 흑자 전환하였고 금융 앱 확보 고객 순위 1위, 앱의 월간활성이용자수 1위, 금융 앱 이용 만족 지수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이런 서비스(프로덕트)를 기획 단계부터 디자인, 개발, 출시, 분석까지 모두 책임지는 것이 바로 프로덕트 오너다.
이런 프로덕트 오너는 미니 CEO로 간주되며 어떻게 하면 고객에게 더 큰 감동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쿠팡의 로켓 배송, 카카오 뱅크의 모임 통장, 토스 뱅크의 평생 무료 환전 외화 통장,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 넷플릭스 추천 로직, 타다 차량 호출 서비스, CGV 영화 예매, 카카오 페이 결제와 같은 감동적인 서비스는 모두 각 사의 프로덕트 오너에 의해 만들어졌다.
역사상 최고의 프로덕트 오너로 꼽히는 사람은 애플의 스티브 잡스이다. 스티브 잡스의 프로덕트에 대한 철학은 단순함(simplicity)이다. 그는 “단순함이 궁극의 정교함이다. (Simplicity is ultimate sophistication)”라고 주장하면서 애플이 생산하는 제품의 모든 픽셀, 기능은 반드시 존재의 이유가 있어야 한다며 가능하면 물리적 버튼을 최소화하면서 직관적 터치 스크린을 사용하도록 했다. 그는 경쟁사들이 제품에 많은 기능을 더 할 때 반대로 제거함으로써 기능 및 디자인을 단순화했고 제품의 70%를 없애고 4개의 핵심 제품만 남김으로써 명품 I시리즈로 당시 세계 시장을 장악했다.
이제 기업은 프로덕트 오너 중심의 회사로 변모하고 있다. 그러면 프로덕트 오너는 어떤 자격을 갖추어야 할까? 프로덕트 오너는 비즈니스 니즈를 잘 파악하여 프로덕트 비전을 수립하고 고객 중심적 사고와 기술&도메인 전문성을 가지고 고객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프로덕트 오너에게 필요한 스킬은 기획능력/커뮤니케이션 능력/의사 결정력/유연성/책임감 등이다.
그리고 프로덕트 오너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자신의 프로덕트에 대한 자율성이다. 프로덕트 오너가 자신의 프로덕트에 대한 비전과 방향성을 결정하지 못하고 상사의 지시에만 의존한다면 고객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프로덕트는 결코 세상에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프로덕트 오너가 미니 CEO로 불리는 이유이다.
세계 최고의 프로덕트 오너 스티브 잡스의 한 마디가 가슴에 와닿는다.
“유능한 사람을 뽑아 놓고 그들에게 무얼 하라고 지시한다면 그것은 난센스이다.
우리는 유능한 사람을 뽑고 그들이 스스로 우리에게 무엇을 하겠다고 말하게 해야 한다.
(It doesn’t make sense to hire smart people and tell them what to do; we hire smart people so they can tell us what to 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