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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 테크니션 Jun 20. 2020

한국과 일본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우리나라와 일본은 역사적으로, 지정학적으로, 군사적으로, 문화적으로, 경제적으로 모든 면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입니다. 반만년 역사 동안 우리나라는 약 900여 회의 외침을 당했다고 합니다. 이 중에서 왜구 즉 일본의 침략이 781회나 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외침 역사 전체 중 약 87%가 일본에 의해서 저질러진 침략입니다. 수천 년간 일본은 우리나라 역사에서 가장 처음 등장한 나라인 기원전 2333년에 건국한 고조선 시대에 20차례, 기원전 1세기부터 7세기까지 이어진 삼국시대에 84회 그리고 통일신라 시대에 110회 고려시대에 380회 조선시대 187회 나 우리나라를 침략한 것입니다. 이는 5천 년 동안 6.4년에 한 번 꼴로 이 땅을 침략했고 급기야는 1910년에 우리나라를 강제 합병하여 1945년까지 35년간이나 식민지 지배를 했습니다. 참으로 질긴 악연이 아닐 수 없습니다.


1945년 2차 세계대전 패전국이 된 일본은 경제 침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다가 1950년 발발한 한국전쟁 때문에 경제 특수를 누리게 되어 수출이 급증함에 따라 생산, 고용, 이윤도 급증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전쟁 덕분에 일본은 경제부흥기를 맞게 된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전쟁의 피해로 세계 최빈국이 되었는데 옆 나라 일본은 우리나라의 불행을 기반으로 부자 나라가 되었으니 참으로 불공평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여하 간에  60-70년 대 일본의 경제는 급성장하게 되어 80년대까지 세계 2-3위를 다투는 경제 대국이 되었습니다. 또한 일본이 경제적으로 성장 함에 따라 그들이 도입한 국가 주도 산업화, 도요타 생산방식, 일본식 경영이 서구 학계의 관심 대상이 되었습니다. 바야흐로 미국식 경제 개발 모델에서 일본식 경제 개발 모델로 전환이 시작된 것이었습니다. 사실 내가 중고교 시절이던 70년대에는 일본 세이코 시계나 샤프 연필을 가지고 있으면 괜히 어깨를 우쭐하며 “이거 일제야!” 하며 자랑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 시절 일본은 경제적으로 우리가 넘을 수 없는 거대한 산이었고 감히 넘볼 수 없는 드높은 장벽이었습니다. 일본으로부터 2차 경제 식민지배를 당하던 시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80년대까지 초고속 성장을 하며 세계 1위 경제 대국인 미국 마저도 따라잡을 것 같이 기세 등등하던 일본은 90년대 들어서면서 만성적인 경기침체에 빠져들게 되어 “잃어버린 20년” 이 시작하게 됩니다. 원래 절약을 생활화하는 국민성으로 소비가 위축되어 내수 부족이 지속되고 고령화 저출산에 대비하지 못해 생산 인력이 부족하게 되고 일본 특유의 변화와 혁신을 싫어하는 성향으로 기계적이고 반복적인 일에는 능숙하나 혁신적이고 창의적에 일에는 주저하게 되어 2천 년대 들어서도 경기침체에서 쉽게 벗어나고 있지 못하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일본을 모델로 62년부터 81년까지 4 차례 경제 개발 5개년 계획을 추진하며 기술을 혁신하고 능률을 향상해 일본을 야금야금 따라잡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수출 100억 달러를 달성하며 한강의 기적을 전 세계에 알렸습니다. 또한 88년 서울 올림픽을 개최하면서 경제 성장에 더욱 박차를 가하게 되었습니다.  90년대 일본 소니 전자 제품의 아성은 감히 한국 전자 회사가 넘볼 수 없는 장벽이었고 샤프, 파나소닉과 같은 전자 회사의 브랜드도 한국 회사로서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소니, 샤프, 파나소닉 등 일본 삼대 전자 기업의 매출액을 다 더해도 삼성전자 한 회사의 매출액을 따라잡을 수 없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또한 일본의 신일본 제철에게 구걸하다시피 얻은 기술력으로 건설된 포항제철은 신일본 제철을 넘어 이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최대 수준의 생산력을 갖춘 기업으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90년대 후반 고등학교 동창 모임에서 한 동창 친구와 미래의 한국과 일본 경제 전망에 대해 논쟁을 벌 인적이 있습니다. 주제는 10년이나 20년 후 한국과 일본의 경제력 차이가 현재 대비 어떻게 변할까 이었습니다. 당시 일반적 견해로 일본이 한국의 경제력보다 10배 정도 더 크다고 여겨지던 시절이었습니다. 그 친구는 일문과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서 일본어 교사를 하고 있어서 그런지 아니면 진짜 일본의 객관적 실체를 잘 안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몰라도 10년 20년이 지나도 한국은 절대 일본과의 차이를 좁힐 수 없다고 장담했습니다. 나도 일본에 대한 민족감정을 철저히 배제하고 객관적 사실에 근거하여 10년이나 20년 뒤에는 한국이 일본을 따라 잡지는 못해도 지금보다는 경제력 차이가 현저히 줄어들 것이라고 장담했습니다. 그리고 그 증거로 80년 대 중반 반도체 기술이 일본과 15년 이상 차이가 났었는데 십 수년이 지난 현재 3년 이내로 좁힌 사례를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 친구의 얼굴에는 전혀 인정의 기색은 볼 수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다른 친구들은 섣불리 누구의 편을 들기가 어려워 침묵으로 일관하였으나 논리적 측면이나 민족 감정 측면이나 그리고 그렇게 되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내편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것 같습니다.


2000년 일본의 국내 총생산(GDP)은 4조 8천8백8십억 달러였고 한국은 5,760억 달러였습니다. 당시 일본의 경제 규모는 한국보다 약 8.5배 더 컸습니다.  또한 1인당 국민소득(GNI)도 일본은 39,000 달러였고 한국은 12,000달러로 일본이 우리보다 3배 이상 잘 사는 나라였습니다.

18년의 세월이 지나 작년 2018년 통계를 보면 일본의 GDP는 4조 9천7백 달러로 2000년 대비 18년 동안 1.7% 성장하였습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GDP를 보면 1조 7천2백십억 달러로 2000년 대비 거의 300% 성장하였습니다. 18년 전에는 일본의 경제력이 8.5배 컸지만 이제는 2.9배로 그 격차가 좁혀졌습니다. 1인당 국민소득도 우리나라는 드디어 3만 불을 돌파하여 30,600 달러가 되었고 일본은 41,340 달러로 이제 추격의 가시권 안에 들어와 있습니다. 20년 전 막연했던 내 예상이 드디어 입증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10년 뒤에는 절대 인구가 부족한 우리가 국내 총생산(GDP)은 따라 잡기 힘들다 하더라도 1인당 국민소득(GNI)은 한번 해볼 만하지 않을까요? 일본은 아직 서있고 우리는 뛰어가고 있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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