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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 테크니션 Jun 20. 2020

엘도라도

도시 전체가 온통 황금으로 덮인 상상의 도시를 엘도라도 즉, 황금향이라고 합니다. 이 엘도라도에 관한 이야기는 언제 어디서 누구에 의해 시작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저 언제부터 인가 

어디엔가 황금의 도시가 존재하고 그곳을 찾기만 하면 세상에서 가장 돈이 많은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전설이 생겨났습니다. 엘도라도는 원래 “금가루를 칠한 인간”이라는 스페인어에서 유래되었지만 후에는 황금의 도시라는 의미로 사용되었습니다. 전설에 의하면 남미 콜롬비아의 보고타 고원지대에 있는 구아타비타 호수를 엘도라도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이 곳에서 살았던 치브차족은 매년 신에게 제사를 지냈는데 제사 때마다 추장이 온몸에 금가루를 칠한 다음 에메랄드를 비롯한 각종 보석들을 배에 잔뜩 싣고 호수 중앙으로 나가 종교의식을 치렀는데 함께 배에 탄 제사장이 보석을 호수에 던지면 추장도 호수에 뛰어들어 몸에 발랐던 금가루가 호수 밑으로 가라앉아 호수 바닥에는 오랜 제사의식으로 황금 및 보석이 가득 쌓여 있다는 엘도라도의 전설이 생겨 났다고 합니다. 그런데 확인되지 않은 이 전설은 남미 잉카제국의 원주민에게 뜻하지 않은 재앙이 되었습니다. 인간의 황금에 대한 탐욕스러운 욕망이 이 전설의 황금향을 피로 물들였기 때문입니다.      


16세기 초 스페인에 프란시스코 피사로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어린 시절에는 돼지를 키우는 일을 하였으나 이에 만족하지 못하고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가 스페인의 식민지인 파나마의 시장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파나마의 시장 지위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1524년 남미 어딘가에 황금으로 가득 찬 황금향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남아메리카 대륙으로 탐험을 떠났습니다. 그러나 그는 엘도라도를 찾는데 실패하였습니다. 그로부터 2년 후 그는 다시 두 번째 탐험을 시작하였고 마침내 척후병으로 미리 보낸 부하들로부터 엘도라도를 찾았다는 기쁜 소식을 접하였습니다. 그곳은 바로 지금의 페루 지역에 있던 잉카제국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미 지칠 대로 지친 탐험대는

잉카제국을 정벌하기에는 역부족이어서 일단 파나마로 철수한 뒤 스페인 왕실의 허락을 얻고 본격적으로 원정을 준비하였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1531년 피사로는 잉카제국에 도착해 막강한 대포와 총으로 잉카제국을 굴복시키고 황제 알타우알파를 사로잡았습니다. 그리고는 커다란 방안을 황금으로 가득 채우면 풀어주겠다고 하자 알타우알파 황제는 온 나라에서 황금을 구해 방을 가득 채웠습니다. 그러나 이듬해 피사로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황제를 처형해 버렸습니다. 그리고는 잉카의 수도인 쿠스코를 정벌하고 1535년에는 리마라는 새로운 도시를 세워 스페인 식민지의 수도로 삼았습니다. 지금 페루의 수도 리마는 그때 생긴 도시입니다. 


피사로는 잉카를 정벌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으나 정작 그토록 찾아 헤맨 황금향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그는 잉카인에게서 착취한 황금을 놓고 다른 동료와 싸움을 벌이다가 살해되었습니다. 그런데 피사로가 죽은 이후에도 황금향에 대한 전설은 잠잠 해지기는커녕 더욱더 멀리 퍼졌고 새로운 전설도 생겨 났습니다. 잉카의 귀족들이 스페인의 침략을 미리 알고 산속 깊은 어딘가에 수많은 금은보화를 옮겨 숨겨 놓았다는 소문이나 피사로가 황금향을 이미 발견하여 황금을 다른 곳에 숨겨 놓았다는 소문이 그것이었습니다. 황금에 대한 인간의 끝없는 욕망은 황금향을 영원히 존재하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또 다른 황금향 탐색대를 만들게 하고 탐색대 대부분은 결국에는 황금향을 찾지 못하고 수많은 대원의 희생과 절망만을 남기게 하였습니다. 그들의 탐색은 결국 조국 스페인의 영토만 확장하게 했습니다. 그 당시 스페인 탐색대에 저항했던 잉카인들은 스페인의 공세에 밀려 산악 깊은 곳으로 옮겨가 저항을 했지만 1572년 마지막 황제가 잡혀 처형당하면서 끝내 완전히 멸망을 하게 되었습니다. 안데스 산맥을 중심으로 한 지금의 페루, 콜롬비아, 칠레에 걸쳐 있던 대 잉카제국이 명맥을 잇지 못하고 스페인의 식민지로 전락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황금향에 대한 전설이 애꿎은 잉카제국만 멸망하게 만든 결과가 되었습니다. 인간의 이런 황금향에 대한 열망은 16세기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작년 2018년 신일그룹의 전 대표와 그 일당들은 1905년에 가라앉은 러시아 보물선 돈스코이호을 처음 발견해 이 배에 대한 권리를 보유하였고 이 배에는 150조 원어치의 금괴가 실려 있어 인양만 하면 엄청난 수익이 발생한다며 투자자를 끌어 몰았습니다. 이 현대판 황금향에 눈이 먼 사람들은 이 사기극에 투자를 하여 엄청난 손실을 입었습니다. 황금향은 이 세상에 실제로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인간의 욕망 안에는 아마 영원히 존재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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