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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 테크니션 Jun 20. 2020

안전거리

일반적으로 자동차 간 안전거리는 80km 이하로 주행할 시에는 현재 주행속도에서 15를 뺀 수치의 미터만큼을 확보해야 합니다. 즉, 60km로 주행할 시에는 45m의 차간 거리를 유지해야 안전하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80km 이상 일 때는 최소 100m를 확보하라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반응 속도의 한계상 고속 운전 중 앞차의 급정거에 100m 이내에서 정지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사람 간의 안전거리는 얼마나 되어야 할까요? 미국의 문화 인류학자인 에드워드 홀은 그의 저서 “숨겨진 차원’에서 사람과 사람 간의 안전거리를 4단계로 구분하여 정의하였는데 이는 인간관계의 친밀도에 따라 정해집니다. 


1 단계의 거리는 “친밀한 거리”로 0cm ~ 46cm이고 이는 가족이나 연인에게 허락된 거리입니다. 이 거리는 숨결이 닿는 46cm로 만일 가족이나 연인이 아닌 사람이 상대방의 허락 없이 이 거리 내로 들어간다면 어쩌면 성희롱이나 모욕죄로 고소를 당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어쩔 수 없이 이 공간이 침범 당 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승강기나 전철 안에서 모르는 사람과 이 거리 안에서 신체가 맞닿아 있을 때에는 본능적으로 불편함을 느껴 허공을 쳐다보거나 시선을 핸드폰에 고정시켜 어색함을 견뎌냅니다.  


2단계는 “사적 거리”로 46cm ~ 120cm 사이에 해당합니다. 이 거리는 친구나 가까운 사람 사이에 격식과 비격식을 넘나들며 상황과 상식에 따라 정해지는 타인에게서 침범받고 싶지 않은 물리적 공간입니다. 만일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 120cm 이내로 들어온다면 이는 나의 사적 거리를 침범하게 되는 것이고 이에 대한 방어행위를 해도 무방합니다. 나의 사적 공간이 침범당했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 “미투”운동이 한창 일 때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여성과의 부적절한 신체 접촉으로 논란을 빚은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충고하면서 Straight arm club에 가입하라고 말했습니다. straight arm은 곧게 쭉 편 팔로 사람의 팔 길이에 따라 다르겠지만 친밀한 거리 46cm 밖인 사적 거리입니다. 사적 안전거리를 잘 지키지 않으면 바이든 같이 큰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3단계는 사회적 거리입니다. 이는 120cm ~ 360cm에 해당하는 거리로서 사회생활을 할 때 유지하는 거리입니다. 이 공간은 모르는 사람이나 제삼자가 끼어들어도 부담스럽지 않은 공간입니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 이 공간에 있어도 경계는 할 수 있어도 어떠한 제재는 할 수 없는 공간입니다. 이런 사회적 거리는 장소나 문화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어느 연구에서 카페에서 일정 시간 동안 모르는 상대방과 얼마나 자주 신체접촉이 일어나는지 조사를 하였는데 푸에르토리코의 수도 산후안에서는 180회, 프랑스 파리에서는 110회, 미국 플로리다에서는 단 2회, 영국 런던에서는 단 한 차례도 신체접촉이 없었다고 합니다. 국민성에 따라 사회적 거리가 다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요즘 이 사회적 거리가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그것은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 전염 때문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비말이 튀는 거리가 2m 정도 되다 보니 사회적 거리 내에서 기침하는 사람이 있으면 아주 신경이 쓰이기 때문입니다. 정부에서도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을 장려하며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확산 방지에 안감 힘을 쓰고 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마땅한 백신이 없는 현재 손 씻기, 마스크 쓰기 그리고 사회적 거리 두기 만이 최고의 백신이 되었습니다.  


마지막 4단계는 공적 거리입니다. 공적 거리는 360cm 이상에 해당되는 거리로서 공연자와 관객 사이의 거리 또는 강연자와 청중 사이의 거리를 뜻합니다. 그래서 무대와 객석은 일반적으로 3m 이상 떨어져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대학 강의실에서 맨 앞 두세 줄의 자리가 많이 비어 있는 것은 바로 이 정도의 공적 거리가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고 그 안에 들어가기를 본능적으로 꺼려하기 때문입니다.  아니면 또 다른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요. 여러분은 학창 시절 어떤 이유 때문에 앞 쪽에 앉기를 싫어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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