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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 테크니션 Jun 20. 2020

도장깨기

일본에서 “극진가라데”라는 실전 무도를 창시한 최영의라는 무도가가 있었습니다. 그는 일제강점기인 1923년에 전북 김제에서 태어나 1939년 단신으로 일본으로 건너가 가라데를 배우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후 1945년 일본이 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하던 해 와세다 대학 체육과에 입학한 뒤 무술 수련을 위해 입산수도를 결심하였습니다.  1947년 입산수도를 마친 후 전후 최초로 개최된 전 일본 가라데 선수권 대회에서 우승한 후 일본의 기라성 같은 가라데 고수를 찾아다니면서 승부를 겨루는 세칭 도장 깨기를 시작하였습니다. 최영의는 전국의 가라데 도장을 찾아가 승부를 겨루어 단 한차례도 패하지 않고 일본 전국의 가라데 도장 깨기를 완성하였습니다. 이에 전통 가라데에 무료함을 느낀 최영의는 일격 필살의 가라데인 극진 가라데를 창시하기 위해 1948년 기요미즈 산으로 들어가 두 번째 입산수도를 한 뒤 더 이상 일본 가라데 고수와의 승부는 의미 없다고 판단하고 지바 현의 도살장에서 소와 승부를 겨뤄 47마리의 소를 쓰러뜨리고 그중 4마리를 즉사시켰습니다. 그 후 1952년 미국으로 건너가 시카고에서 프로레슬링 선수와 시합을 시작으로 전 세계를 돌며 쿵후, 검도, 복싱, 무에타이 선수들과 100차례가 넘는 승부에서 단 한차례도 지지 않아 “신의 손”이라고 불렸습니다. 전 세계의 다양한 무술 도장 깨기를 완성한 것이었습니다. 이런 무술 도장 깨기의 원조는 최영의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 일본의 유명한 검호 미야모토 무사시입니다. 그는 16세기 에도시대의 유명한 검술가로서 두 자루의 검을 쓰는 이도류의 창시자입니다. 그는 일본 전국의 검술 도장을 돌며 도장 깨기를 진행하여 60차례 승부에서 단 한 번도 지지 않아 검성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그는 승부할 때 항상 목검이 아닌 진검으로 대결하여 그에게 진 사람은 목숨을 잃거나 치명적인 부상을 입게 되었고 그때부터 진검승부라는 말이 생기게 되었다 합니다. 


도장 깨기는 꼭 무술 도장 깨기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 상영된 영화 “신의 한 수 : 귀수편”은 도장 깨기 바둑 액션으로 바둑으로 모든 것을 잃은 주인공 귀수가(귀신 같이 바둑 두는 사람) 유일하게 의지하던 스승마저 잃고 자신을 사지로 내몬 내기바둑판으로 뛰어들어 전국의 바둑 고수들을 찾아다니며 도장 깨기를 하는 줄거리입니다. 스산한 분위기로 사람을 현혹시키는 신들린 바둑고수 “장성 무당”, 끈질기고 집요한 판돈 바둑의 대가 “부산 잡초” 그리고 사람의 목숨마저 앗아가는 사석 바둑의 신 “외톨이”와 같은 바둑고수들과 주인공 귀수와의 도장 깨기 대결이 볼 만한 영화입니다. BTS의 세계적인 3대 음악 시상식의 도장 깨기도 화제입니다. BTS는 빌보드 뮤직 어워드 수상과 아메리컨 뮤직 어워드 수상에 이어 그래미 어워드까지 수상함으로써 마침내 세계 3대 시상식 도장 깨기를 완성하였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의 도장 깨기는 BTS의 도장 깨기보다 더 인상적입니다. 기생충은 “미국 4대 비평가 협회상” “미국 배우 조합상” “앙상블상” “영국 아카데미 외국어상과 오리지널 각본상” 인디펜던츠 스피릿 어워드에서 “최고 국제 영화상”을 수상했고 칸 국제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 골든 글로브에 이어 대망의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개의 오스카상마저 휩쓸었습니다. 기생충이 19개의 영화제와 155개의 해외 시상식에서 받은 트로피는 총 174개나 됩니다. 그야말로 세계 영화제 시상 도장 깨기의 신기원을 이룩하였습니다.      


작년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눈 부신 활약으로 동양인 최초로 평균자책점 타이틀을 따내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4년, 8천만 달러의 대형 계약을 맺은 류현진 선수는 2019 시즌 LA 다저스에서 에이스 커쇼의 부상으로 개막전 선발로 나서면서 상태팀 에이스 도장 깨기가 시작되었습니다. 개막전에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에이스 잭 그레인키를 격파하고 두 번째 등판에서는 샌프란시스코의 에이스 매디슨 범가너도 물리치면서 2019년 5월에는 이달의 투수상을 수상하고 한국인 최초로 올스타전 선발로 뛰는 영예를 안았습니다. 시즌 내내 제1선 발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주로 상태팀 에이스와의 맞대결을 벌여 14승과 평균 자책점 1위, 사이영상 2위를 기록하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이는 메이저리그 에이스 도장 깨기의 결과입니다. 금년 2020년 시즌 이젠 LA 다저스가 아닌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명실상부한 에이스로서 그의 새로운 에이스 도장 깨기의 도전이 궁금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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