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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 테크니션 Oct 12. 2021

디지털 삼국지 : 나는 놈, 뛰는 놈, 걷는 놈

극동 아시아 삼국, 한국 중국 일본은 지정학적으로 가까이 위치해 있기 때문에 수천 년 동안 대립과 협력을 서로 반복해 가면서 살아왔다. 특히 반도 국가인 우리나라는 바다로 남진하려는 중국과 아시아 대륙으로 북상하려는 일본 사이에서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시련을 겪었다. 특히 20세기에 들어 대한민국은 일제 강점기와 한국 전쟁을 겪으면서 최악의 상황을 맞아 1950년대 말 까지는 지구 상에서 가장 못 사는 나라 중 하나였다. 이 시기에 극동 아시아의 패권은 군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일본이 차지하였다.


2차 세계 대전 패전국인 일본은 1950년 한국전쟁 특수와 도요다 방식과 같은 일본 특유의 효율적인 경제 전략 및 투자 그리고 일본인의 근면성과 높은 저축률을 바탕으로 1980년대 말까지 엄청난 경제 성장을 이루었다. 당시 도쿄 땅만 팔아도 미국 전체를 살 수 있다고 할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1990년대가 들어서면서 주가와 부동산이 폭락하면서 경제의 거품이 꺼지고 변화를 싫어하고 개혁과 혁신을 꺼려하는 국민성까지 겹쳐 지금까지 경기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라고 부른다.

  

한국 전쟁 이후 1960년대부터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시작한 한국은 1970년대에 경제 성장의 기초를 다지고 1980년대 들어서 반도체 자동차 조선 철강 건설 등 기간산업 분야에서 비약적인 경제성장을 이루어 “한강의 기적”이라는 성공신화를 창조했다. 그 후 20세기 말 IMF라는 초유의 경제 위기를 극복한 한국은 21세기에 들어서도 기업의 과감한 투자 및 기술 개발 그리고 역동적인 국민성을 바탕으로 경제를 발전시켜 한국전쟁 직후인 1953년 67달러였던 1인당 국민 소득을 1980년 5528달러로, 2000년 10841 달러로 그리고 2020년 31755 달러로 성장시켜 마침내 1인당 국민소득 3만 불 시대를 열었다.


1980년 대까지 중국은 자신의 재능이나 명성을 드러내지 않고 실력을 키운다라는 뜻의 “도광양회 (韜光養晦)”를 대외정책으로 삼고 13억 인구를 바탕으로 조용히 경제 발전을 준비했고 1990년 대부터는 더 이상 자신의 힘을 숨기지 않고 거침없이 공세적 외교를 펴는 “대국 외교(大國外交)의 정책을 추진하며 적극적으로 자본주의 경제를 도입하여 경제를 성장시켰다. 이후 2000년대에 들어서는 대국이 일어선다는 “대국굴기(大國崛起)” 정책을 표방하면서 드러내 놓고 세계 1위의 경제 대국인 미국에 도전장을 던졌다.

4차 산업 혁명의 시대인 2010년 대가 들어서자 세계 경제의 패권은 누가 더 빠른 디지털과 혁신의 속도를 가지느냐에 달려있게 되었다. 이 시기에 극동 아시아 3국 또한 디지털 패권을 가지기 위해 치열한 디지털 혁신 전쟁을 시작하게 되었다.


4차 산업 혁명 시대를 맞아 6G, 인공지능, 사물 인터넷 등 빛의 속도로 변해가는 시대에 일본은 아직도 팩스 없이는 행정 사무를 볼 수 없고 신용 카드를 하나 만드는데 기본적으로 한 두 달이 소요되고 현금 거래 비율이 80%나 되며 인감등록을 반드시 도장으로 해야 한다는 법을 가지고 있는 세계 유일의 나라이다. 1970년대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하늘을 날았던 일본은 1980년대에 달리는 속도로 떨어졌고 1990년대 들어 서서히 걷기 시작했으며 2020년 대인 현재 까지도 계속 걷고 있다. 부자가 망해도 삼대는 간다고 그나마 튼튼한 기초과학과 성실하고 근면한 국민성으로 버티고 있지만 지금은 마치 녹아내리는 아이스크림과도 같은 상황이다. 엄청난 속도로 빠르게 혁신하고 과감하게 변화하지 못하면 일본은 이제 디지털 시대에는 걷기는 고사하고 기어가게 될 것이다.


21세기 들어 IT강국으로 탈바꿈한 대한민국은 세계 10위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하며 최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국가 지위를 격상시켰다. 1960년대에 거의 기어가기도 힘들었던 한국은 1970년 대부터 걷기 시작했고 1980년대부터 달리기 시작하여 지금은 최고의 속도로 달리고 있다. 그리고 이제 하늘을 향해 날기 위해 비상하려고 하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디지털 대전환을 위해서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제반 분야에서 총력을 기울여야 하지만 아직도 많은 규제들이 디지털 전환의 발목을 잡고 있고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혁신 속도를 가지고 있지도 못한다.  앞으로 4~5년간의 디지털 전환 추진력의 속도가 한국을 지상에서 하늘로 날아오르게 할지 아니면 계속 지상에 머물러 있게 할지 결정하게 될 것이다.


21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죽의 장막 아래에 있는 못 살고 모든 것이 낙후된 나라로 치부되던 중국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전환점으로 대변혁을 일으킨다. 체면을 불구하고 선진국 제품을 그대로 베끼고

지적 소유권도 무시한 채 첨단 기술을 도용하던 중국은 2010년대 들어서는 싸고 저질인 중국 제품의 품질도 기대하지 않았는데 쓸 만 해졌다는 “대륙의 실수”라는 우스개 소리를 들으며 가파르게 경제를 성장시켰다. 특히 14억 소비자 인구를 무기로 자국 제품의 자생력을 키웠고 경쟁국 기업에 무리한 요구를 하면서 첨단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특히 디지털 전환의 속도는 세계 그 어떤 나라보다 빠르게 진행되어 4차 산업 혁명 시대의 강자로 떠올랐다. 중국 IT 삼총사라 불리는 BAT는 중국의 구글 바이두(Baidu), 중국의 아마존 알리바바(Alibaba) 그리고 중국의 카카오 텐센트(Tencent)를 지칭하는데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세계 시가 총액 Top 10에 포함되어 있다.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인 2016년에 중국 출장을 가서 겪었던 동료의 경험담이 새삼 떠오른다.

중국 자금성 앞에서 구걸을 하던 거지가 적선을 요구하자 현금이 없다는 동료에게 웃으며 QR 코드를

내밀며 전자 이체를 요구했다던 얘기가 그저 우스개 소리가 아니고 당시 중국의 디지털 전환의

속도였던 것이다. 그 후 5년 후 지금 디지털 시대에 중국은 이미 하늘을 날고 있다.


앞으로 5년 후 극동 3국 중 어느 나라가 날고 있으며 어느 나라가 뛰고 어느 나라가 걷고 있을까?   

바야흐로 극동 아시아 삼국의 디지털 혁신 전쟁이 시작되었다. 

어떤 디지털 삼국지의 역사가 쓰여 질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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