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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 테크니션 Oct 14. 2021

낭만 테크놀로지, 디지로그

메타버스, 블록체인,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가상현실, 증강현실, 비트코인, 핀테크, 6G, 사물인터넷 로봇, 드론 등 요즘 화두는 온통 디지털에 관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매일 접하며 듣고 있어서 매우 익숙하고 이미 다 알고 있을 것 같은 단어 디지털이란 과연 무엇일까? 디지털은 숫자 0과 1로만 구성된 이진법에서 0과 1만 가지고 모든 사물을 표시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때 0과 1의 한 단위를 비트(bit)라고 하고 8 bit를 1바이트(byte)라고 한다. 컴퓨터의 세상에서는 이 byte로 현실세계의 모든 숫자와 문자를 표시한다. 영어 Digital의 어원은 라틴어로 손가락을 가리키는 “Digitus”인데 손가락은 숫자를 셀 때도 사용하므로 여기에서 착안하여 디지털이라고 명명한 것 같다. 


디지털 가상화폐 비트코인도 이진수 단위인 비트와 동전을 의미하는 코인을 합성하여 만든 용어이다. 

컴퓨터가 발명되면서 컴퓨터 표현 방식인 디지털이라는 용어가 3차 산업 혁명의 정보화 시대를 거쳐 4차 산업 혁명의 슈퍼 스마트 사회에 들어서면서 단순히 컴퓨터 표현 방식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제반 디지털 관련 기술, 산업, 서비스, 문화 등 시대적 상황을 통칭하는 용어가 되었다. 이런 디지털에 대칭되는 용어는 아날로그다. 아날로그의 사전적 정의는 어떤 수치를 숫자가 아닌 연속적인 물리량으로 나타내는 것이다. 즉, 시간을 숫자가 아닌 시곗바늘로 표시하거나 온도를 수은주의 길이로 나타내는 방식을 말한다. 또한 아날로그는 디지털로 대변되는 컴퓨터 세계에 반해 우리가 사는 현실세계를 의미하기도 한다. 


디지털 혁명은 아날로그 세상의 물질을 디지털로 전환하기 때문에 디지털의 모태는 바로 아날로그 세상이다. 따라서 디지털 혁명을 A2B(Atom to Bit)라고 한다. 컴퓨터 디지털 세상에서의 모든 정보는 최소 단위인 bit로 이루어졌듯이 현실의 아날로그 세상은 모두 물질로 구성되어 있고 이 물질의 최소 단위는 원자(Atom)이기 때문에 디지털 전환은 아날로그 세상의 원자(Atom)를 디지털 세상의 비트(Bit)로 전환하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디지털로 전환된 아날로그 물질을 디지털 트윈이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디지털”하면 미래지향적, 냉철한 이성, 차가운 두뇌, 혁신, 과학, 기술, 가상세계와 같은 단어들이 연상된다. 반면에 “아날로그”하면 과거의 향수, 부드러운 감성, 따듯한 심장, 낭만, 인문학, 예술, 현실세계와 같은 디지털의 연상 단어와는 정 반대 개념의 단어가 떠오른다. 그렇다면 디지털 세계에서는 냉철한 논리뿐 아니라 따듯한 감정은 존재할 수 없는 것일까? 위에서 언급했듯이 디지털의 모태는 아날로그 세상이다. 모든 디지털 트윈은 아날로그의 원자(Atom)에서 전환된 디지털 비트(Bit)로 구성되기 때문에 당연히 아날로그의 감성이나 낭만도 디지털 세계에도 존재할 수 있다. 이렇게 디지털 기술에 아날로그적 감성을 입힌 것을 디지로그(Digilog)라고 하고 이 신조어는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합성어이다. 


혁신적인 디지털 기술만으로는 21세기 4차 산업 혁명 시대를 지배할 수 없다는 시장의 깨달음이 디지로그를 탄생시켰다. 이제 시장에서도 디지털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아날로그가 존중되고 풍부 해져야만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가장 좋은 디지털이란 역시 감성적이고 따듯하며 인간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 사진을 찍을 때 찰칵 소리를 나게 하거나 전자 펜으로 디스플레이에 직접 문자를 쓸 수 있게 하거나 최첨단 자동차의 방향지시등을 켰을 때 운전자가 가장 듣기 좋아하는 소리를 내게 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디지로그의 예이다. 이렇듯 인간의 오감을 디지털 기기에 융합시킴으로써 소비자로 하여금 아날로그적 향수를 불러일으키게 만들어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디지로그의 목적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지식인의 아이콘 이어령 교수는 벌써 15년 전인 2006년에 이 새로운 패러다임의 도래를 예측하고 “디지로그”란 책을 출간하였다. 이 책의 내용 중에 이런 문구들이 있다. 


“전화도 인터넷도 없던 시절 한국인들은 시루떡을 돌리는 방법으로 온 동네에 정보를 알렸다. 디지털 정보는 컴퓨터 칩을 타고 오지만 시루떡 아날로그 정보는 꼬불꼬불한 논두렁길을 타고 온다. 그래서 그것은 화려한 106화음이나 음침한 진동음으로 울리는 휴대전화 소리와는 다른 정취가 있다. 먼 데서 짖던 동네 개들의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다가 사립문 여는 소리로 바뀌면 시루떡에 실려 온 정보가 방 안으로 들어온다”  


“인터넷 시대의 디지털 정보가 차가우면 차가울수록, 아파트의 생활이 황량할수록, 따듯하고 행복한 시루떡 돌리기와 같은 아날로그 정보의 기억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그래서 이따금 우리는 어린 시절에 듣던 “웬 떡이냐”의 환청을 듣는다.”


이런 정서를 가진 한국인에게는 특히나 디지로그가 더욱 필요한 이유다.

바야흐로 낭만 테크놀로지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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