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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식이 삼촌 Aug 12. 2024

배우고 익히고 깨치는 이유

배우고 익히고 깨치는 이유
 
배우고 익히고 깨치는 일은 무지와 미련과 오만함에서 벗어나 자유로움 속에서 겸손하고 처세 속에서 정의로우며 약자를 배려하고 강자에게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게 참된 사랑과 용기를 소양하기 위함이라 믿습니다.

혹여 배우고 익히는 일들이 그저 상관의 눈치를 살피고 모든 일들에 좌고우면하며 약자 앞에서는 위협과 고성으로 일관하고 강자 앞에서는 맹종과 복종으로 예스맨을 자처한다면 이 사회는 어찌 되겠는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대게 누구나 평범한 삶을 꿈꾸지요. 평범이란 무엇입니까?
큰 병에 걸리지 않고 큰 사고가 나지 않고 큰 쟁점에 서 있지 않는 것들이 평범일 것입니다.
이웃이 고통 속에 신음하는데 모른 체 하는 것, 이웃의 희생으로 큰 도움을 입었는데 모른 체 하는 것
힘 있는 자가 시킨다고 이웃을 탄압하고 핍박하는 것, 이웃이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다가가 손 잡아주는 것
이웃이 나를 대신해 할 말 하고 따질 걸 따져 물었을 때 고마움을 표하는 것
힘센 자가 강요해도 이웃을 괴롭히는 건 양심에 찔려서 하지 않는 것
 
도대체 어떤 게 평범함입니까?
과연 우리에게 평범의 기준이 무엇이고 그 경계는 어디쯤일까요?
우리 학교를 보면 비겁하게 사는 게 평범하게 사는 거라 매일 주문 외듯 하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럼 우리는 왜 어렵게 학교를 다니고 교육을 받습니까?
기껏 이런 비굴과 굴종 따위를 배우고 따르려고 교수 선생을 하고 있을까요?
 
학생들에게 그렇게 가르칩니까?
너희들은 늘 대세가 어디인지 잘 보고 무조건 권력을 따라가라.
진리고 정의고 용기고 그런 철없는 소리 하지 말고 납작 엎드려 숨죽이고 쥐 죽은 듯 살아야 한다.

주변에서 안타깝고 가슴 아픈 일이 생겨도 무조건 모른 체 하고 넘어가라.
 
어느 보직자가 회식 자리에서 권력자 총장님 만세 삼창을 외쳤습니다.
다른 보직자가 총장이 따라주는 잔을 받으며 여자임에도 두 무릎을 야무지게 꿇고서 총장님?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했습니다.
회식 자리를 떠나는 총장에게 팀장들이 칼줄로 서서 충-성! 거수경례로 떠받들었고 총장의 지시에 부역자가 자신의 동료를 해하기 위해 서슬퍼런 칼날을 휘둘렀지요. 권력자의 입은 법이요 진리였고 그의 지시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복종과 맹종의 결정체였습니다.
 
이거 어디서 많이 봤다 싶습니다.
만세 삼창, 무릎 꿇음, 거수경례, 복종과 맹종
느와르 영화에서 많이 봤던 대사 행동 장면 바로 그거 아니던가요?
 
부끄럽습니다.
부끄럽지 않다구요?
그래서 더 부끄럽습니다.
부끄러운 일을 하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고 옳지 못한 일을 하고도 돌아볼 줄 모르며 자기가 핍박했던 동료로 인해 득을 보고 좋아하는 수오지심(羞惡之心)에 경악할 뿐입니다.
 
혹자는 글을 읽고 기분이 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있는 그대로 현실을 말했을 뿐이니 너무 원망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모 대학 강사가 유학생을 때리고 부자니 돈을 빌려달라 겁박하고는 장난으로 그랬다 말하고 상사 갑질에 시달리던 약자가 회사 내 자체 조사한 노무사와 해당 상사가 짜고서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아 결국엔 견디지 못하고 목숨을 끊었습니다. 학폭의 고통에 학생이 목숨을 던졌고 부모는 애끓는 심정으로 소송을 했음에도 선임 변호사가 무려 세 번의 재판에 모두 참석하지 않아 결국 패소했습니다.
임용을 앞둔 젊은 예비 검사가 술을 먹고 경찰을 폭행하고 “내가 누군지 아느냐?”
고래고래 소리치다 결국 임용이 취소되기도 했습니다.
 
세상이 미쳐 돌아갑니다.
사람들은 미친 세상에 딱 시류를 맞춥니다.
저라도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겠습니다..
우리라도 미치지 않고 온전한 정신과 올곧은 분별력으로 악한 세상에 휩쓸리지 않고 굳세고 의연하게 맞서야 할 때입니다.
 
첫 단추를 잘못 꿰 놓고 마지막 단추를 아무리 바꿔 달아도 될 리 만무하겠지요.
학교에 난리를 제공한 첫 단추가 전 총장입니다.
그럴진대 12년 후 그가 법인 이사장이 되었으니 학교의 미래는 설상가상(雪上加霜)이요 유구무언(有口無言)입니다. 스스로 물러나든지 우리들의 힘으로 퇴진 시키든지 둘 중에 하나입니다. 과연 어떻게 하는 게 학교를 살리고 우리를 살리고 나를 살리는 일인지 꼭 자문해보시기 바랍니다.

쉽게 살기 위해 자존감을 버리고 비굴하게 살 건지
어렵지만 자존감을 지키고 정의롭게 살 건지    
 
 이외수의 사랑외전에 나오는 말로 마지막 마음을 대신합니다.
 
"오솔길이 굽었다고 길옆에 자라는 전나무까지 굽었던가요.
 세상이 썩어 문드러졌다고 그대까지 썩어 문드러질 수는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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