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IT 정신이 주는 위대함
(※주의! 이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될 만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슈퍼마리오브라더스> 영화를 보았습니다. 올해 5살이 된 아이와 함께 봤는데요, 아이는 처음엔 낯선 캐릭터에 거부감을 보였지만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5분 내에 "엄마, 생각보다 재밌는데요?" 하며 화장실도 참고
끝까지 완주하더군요. 저는 영화를 보는 내내 곳곳에 가득한 이스터에그를 찾느라 재미있었고, 아이는 아이 나름대로 게임하듯 영화를 즐긴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효과음과 다소 과장된 게임적인 요소가
아이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게 하는 요인인 것 같습니다.
영화의 스토리는 원작 게임이 그렇듯 매우 단순합니다. 배관공인 마리오 형제가 브루클린을 물바다로 만든 원인인 도시의 배관을 점검하다 우연히 게임 속 세계로 가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동생 루이지는 악당 쿠파의 성에 떨어지게 됩니다. 마리오는 버섯왕국에 떨어지는데, 동생 루이지를 구하기 위해 키노피오들과 버섯왕국의 피치공주를 설득하고, 동키콩의 군대와 협업하여 쿠파를 물리친다는 내용입니다.
이 영화에서 저는 주인공 '마리오' 캐릭터의 GRIT 정신을 중심으로 캐릭터를 분석해 보았는데요. 매우 단순한 스토리 라인이지만 아주 강력하고 설득력 있는 주인공 캐릭터가 있기에 남녀노소 무리 없이 영화를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영화 시작부터, 마리오는 여러 사람에게 무시를 당합니다. 동생과 함께 배관 수리 회사를 만들고, 큰돈을 들여 광고를 찍었는데, 라이벌 스파이크는 어디에서도 연락이 오지 않을 거라며 비웃습니다. 겨우 일거리를 받아 엄청난 고생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저녁식사에 모인 모든 가족들 또한 마리오의 앞날을 응원하기는커녕 찬물만 끼얹습니다. 화가 나서 방으로 올라온 마리오에게 동생 루이지는 위로를 해 주며 둘이 함께라면 어떤 고난도 헤쳐나갈 수 있다며 용기를 불어넣어 줍니다.
물이 넘쳐 엉망이 된 브루클린 도심의 모습을 뉴스로 접한 두 형제는 문제를 해결하려 현장으로 출동하는데, 이상한 초록색 파이프에 빨려 들어가 게임 세상으로 빠지게 됩니다. 큰 충돌이 일어나 루이지는 악당 쿠파가 통치하는 다크랜드로 떨어지고 마리오는 버섯왕국으로 떨어지는데요. 낯선 세계에서 동생을 잃어버린 마리오는, 오지랖 넓은 한 버섯(키노피오)의 도움으로 버섯왕국의 통치자 피치공주를 만나 동생 구하는 것을 도와달라고 요청합니다.
쿠파는 버섯왕국을 침략해 피치공주를 데려가 결혼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고, (피치공주는 그저 쿠파가 쳐들어온다고만 알고 있었지만) 어차피 동생 루이지를 구하려면 게임 세계의 빌런 쿠파를 물리쳐야 하기에 피치공주와 마리오는 같은 목표를 갖게 되는데요. 아무 능력도 없는 마리오에게 중요한 임무를 맡기긴 어려우니 게임 세계의 설정답계 다양한 파워업 아이템(버섯이나 꽃, 별 등)을 사용해 훈련을 시작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마리오는 솔직히 잘하지는 못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어려운 훈련을 반복합니다.
마리오와 피치공주는 쿠파로부터 버섯왕국을 지키기 위해 정글 왕국의 콩 군단에게 도움을 청하러 갑니다. 콩 군단의 수장 크랭키콩은 자신의 아들 동키콩을 이기면 군대를 빌려주겠다고 하죠. 이때 마리오는 자신 있게 나섭니다. 사실 그동안 마리오가 보여준 모습을 봤을 때는 승리를 바라기 어려운 상황이었죠. 당연히 동키콩과의 결투에서도 처음에는 엄청난 열세에 몰리지만, 워낙 약체인 마리오를 위해 경기장 중간중간에 뿌려놓은 파워업을 적절히 사용하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결과 마침내 승리를 따냅니다.
크랭키콩은 먼저 선제공격을 하자는 계획을 제안하고, 다들 다크랜드로 출발하지만 중간에 쿠파 군대의 기습을 받게 됩니다. 처음에는 쿠파 군대를 잘 물리치는 것처럼 보였지만, 예상치 못한 반격으로 마리오와 동키콩은 바다에 빠집니다. 마리오에게 진 이후로 마리오를 경계하는 동키콩은 바다에 빠져 기절한 자신을 마리오가 구해줬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말라고 하는데, 둘은 다시 한번 큰 생선의 입에 삼켜집니다. 절망하는 동키콩과 마리오는 서로를 비난하고 깎아내리는데, 그렇게 싸우는 과정에서 둘 다 아버지에게 무시당하고 살아왔다는 공통점을 발견합니다. 그러던 와중에 생선 입 안에서 동키콩의 카트를 발견하여 둘은 구사일생으로 빠져나오죠.
콩 군단과 버섯왕국은 쿠파의 손아귀에 들어가게 되고, 쿠파는 피치공주와의 성대한 결혼식을 준비합니다. 결혼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피치공주는 부케에 얼음꽃을 몰래 숨겨와 쿠파를 제압하는 훌륭한 액션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곧 쿠파는 다시 반격하게 되고, 때마침 돌아온 마리오와 동키콩의 대활약으로 쿠파를 잡으려는 찰나...! 다시 의문의 초록색 파이프로 빠진 마리오와, 모든 게임 세계의 인물들이 브루클린 한복판으로 소환되고 쿠파는 압도적인 힘으로 마리오를 궁지에 몰아넣습니다. 그러나 영원의 짝꿍, 동생 루이지와 힘을 합쳐 게임 세계관에서 최강의 파워를 낼 수 있는 슈퍼스타를 획득하여 쿠파를 물리칩니다. 그 과정을 본 브루클린 시민들과, 특히 마리오의 아버지는 아들을 한껏 자랑스러워하며 영화는 끝을 맺습니다.
이 영화에서 마리오는 여느 사람들과 다를 것 없이 평범하고 보잘것없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눈에 띄는 특징인 GRIT 정신이 있었습니다. GRIT을 번역하면 끈기, 투지, 용기 등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요. 재능보다 노력의 힘을 강조하는 개념입니다. 마리오는 힘들고 어려운 훈련도 포기하지 않고, 누가 봐도 한눈에 체급 차이가 나는 싸움에서 먼저 물러나지 않습니다. 남들이 무시해도 동생과 함께 배관 수리 회사를 차리며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걷습니다. 재능은 타고난 것이어서 바꾸기 힘들지만, 집념과 노력은 얼마든지 개인의 의지에 따라서 높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물론, 특별한 재능이 필요한 모든 일들에 GRIT 정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미는 아니고 어떤 경우에는 빠른 포기가 더 경제적일 때도 있죠. 그러나, 때로는 남들의 시선이 의식돼서, 또는 그저 자신이 하는 일에 확신이 없어서 포기를 하려는 순간에 GRIT 정신을 떠올려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주인공 마리오는 자신을 끝까지 믿어주는 유일한 존재인 동생을 구하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여 결국 동생도 구하고 세상도 구하는 크나큰 성취를 얻습니다.
이해하기 쉬운 스토리, 아기자기한 게임 설정, 귀에 쏙 꽂히는 게임 효과음에 어우러져 평범하지만 포기하지 않는 재능을 지닌 주인공이 만나 멋진 영화를 만들어 냈네요. 슈퍼마리오 게임의 역사만큼이나, 끈기
있게 이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온 제작진들의 GRIT 정신 또한 생각해 보게 된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