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번의 <심리 게임>을 읽고
상담심리사 자격증 필기시험을 무사히 마치고 통과했지만, 이제 두 번째 산인 면접을 준비해야 한다. 필기시험을 보고 결과가 나오기까지 일주일이 걸렸는데, 그 사이에 상담이론을 공부하면서 더 깊게 알고 싶었던 에릭 번의 <심리 게임>을 읽었다. 푹 쉬고 싶었는데 결국 쉬지는 못한 셈이다.
에릭 번은 우리나라에는 다소 생소한 교류분석 이론을 만든 사람으로, 미국에서는 한 때 <심리 게임> 책이 엄청난 인기를 얻어 베스트셀러에 등극하며 유행했던 이론이라고 한다. 교류 분석의 핵심은 우리 모두에게는 5개의 자아 상태가 있는데 이러한 자아 상태가 상황마다 적절하게 나와야 하며, 타인과 대화할 때도 이러한 자아 상태의 적절함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때로는 부적절하게 타인의 관심(스트로크)를 얻기 위해 “게임”이라는 것을 하는데 이 책은 바로 이 “게임”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한 책이다.
교류분석에서의 “게임”은 일반적인 게임의 의미와 다른데 자신의 생활각본, 즉 삶에 대한 태도를 확증하기 위해 타인을 조작하는 일련의 과정으로 게임의 끝은 게임에 참여한 사람 모두 또는 최소 한 사람 이상은 라켓 감정(씁쓸하고 기분 나쁜, 뒷맛을 남기는 감정)을 느끼게 한다고 정의되어 있다. 사람들은 타인과 아무런 교류가 없는 것보다 나쁜 관심이라도 받으려고 한다는 것이 게임을 지속하게 되는 원인이라고 한다. 기분 나쁜 감정으로 끝나더라도 아예 관심을 못 받는 것보다는 낫다는 것이다. 이는 매번 상처주고 싸우면서도 계속 사귀는 커플이나, 지지고 볶는 부부 관계나, 누가 봐도 착취적이지만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조금이나마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책에서는 다양한 게임이 나오는데, 이름들이 참 웃기고 센스있다. 하지만 게임의 설명을 읽어보면 처음에는 게임 이름이 웃기다가도 속으로는 뜨끔하게 된다. 어쩌면, 내가 매일 하는 게임이 설명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가장 뜨끔했던 게임은 “너 딱 걸렸어” 게임인데, 이 게임의 예시로 아이를 혼내는 엄마의 모습이 설명되었는데 얼마 전 아이를 혼낸 내 모습과도 겹쳐서 마음이 불편해졌다. 이 게임의 설명을 보니 아이가 무슨 잘못이나 실수를 했을 때 엄마가 게임을 유도하는 질문을 하게 되고( 예시: 뻔히 아이가 한 줄 알면서도 ”누가 그랬어?“ 묻는다) 아이는 게임에 걸려들어서 ”내가 안 그랬어. 저절로 넘어졌어“ 라고 답변하면 엄마는 과도하게 분노하며 ”네가 한거 뻔히 다 아는데 이제는 거짓말도 하는구나!!! 너 오늘 정말 혼날 줄 알아!“ 하며 ”너 딱 걸렸어“ 게임이 완성된다. 엄마는 알면서도 질문을 하며 덫을 놓고, 아이는 미끼를 물고, 엄마는 그걸 꼬투리 삼아 더 화를 낸다. 크게 화를 내는 명분을 확보하는 게임이다.
이 외에도 “나를 차주세요(kick me), “예, 그렇지만(Yes, but)” 등 여러 게임들이 있다. 읽다 보면 삶에서 한두 번쯤 해봤을 법한 게임이고 특히 “예, 그렇지만” 게임은 사회생활에서 정말 많이 보는 것 같다. 책을 읽으며 마음이 불편해지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다른 사람들도 많이들 이런 게임을 하는구나 싶어서 씁쓸하기도 했다.
교류분석 이론을 깊게 파고들기엔 조금 어렵지만, 가볍게 읽어보기엔 참 좋은 책이었다. 왠지 관계가 불편한 사람이 있다면, 관계에 고민이 생겼다면 한번쯤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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