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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의 선물>로 보는 직장생활 교훈

후배 치료자들을 위한 아낌없는 얄롬의 조언

by KEIDY

실존주의 심리상담자로 잘 알려진 얄롬의 <치료의 선물>이라는 책을 보았습니다. 오랫동안 상담을 해 오면서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치료자로서 내담자에게 가져야 할 태도, 알아두면 좋을 팁들에 대해 아낌없이 쏟아부은 책이었는데 이를 보면서 직장생활에서의 스트레스를 다루는 법과 커리어에서 추구해야 할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책을 보며 인상적이었던 몇몇 구절,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전반적으로 얻게 된 교훈에 대해 남겨보고자 합니다.


얄롬은 치료자로서 ‘단지 내가 할 일은 장애물들을 찾아내서 제거하는 일뿐이었다’라며 겸손한 태도를 취합니다.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워 찾아온 내담자들이 알고 보면 본인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힘이 충분히 있었고, 치료자로서 그러한 점을 일깨워 줬을 뿐이라는 의미죠. 남들 눈에는 완벽해 보이고 아무런 고난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때로는 슬럼프에 빠지거나 예상치 못한 곤경에 처하곤 합니다. 마음의 병은 부자와 가난한 사람을 구분해서 찾아오는 것은 아니기에 ‘나는 아닐거야’라는 판단이 얼마나 오만한 일인지 나중에서야 깨닫곤 합니다. 직장생활에서의 스트레스와 부적응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고, 이는 막내 사원 뿐만이 아니라 최고의 자리에 올라간 대표, 임원에게도 예외가 아닙니다. 때로는 위로 올라갈수록 내가 처한 현실과 아픔을 부정하다 손쓸 수 없을 만큼 사태가 심각해지고 나서야 도움을 청할 때도 있습니다. 때로는 단지 장애물들을 찾아내어 제거하는 것이 마음의 병을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라면, 스스로 장애물을 인식하거나 치우기 어렵다고 생각할 때 그 즉시 제3자의 도움을 청한다면 더 빠르게, 더 효과적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또한 얄롬은 ‘때때로 자신이 바라는 것을 빼앗겼을 때에야 비로소 무엇을 바라는지 깨달을 수 있다‘고 합니다. 카뮈의 문장을 인용하자면 ’사실은 우리가 가장 포기하기 힘든 것이 결국 우리가 정말 원했던 것은 아니다‘라고 합니다. 실은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매우 드뭅니다. 대부분 의식하지 못하며 살아오지만 특정 사건으로 인해 평소에 인식하지 못했던 소중한 것을 빼앗기는 경험에서는 절망감을, 또는 내가 간절히 원하고 바라왔기에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 알고 보면 나에게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었음을 깨닫는 경험에서는 허무함을 느낄 것입니다. 이는 직장생활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예를 들어 너무 일에만 몰입하여 가정생활이나 가족에게 소홀했던 사람이 가정에서의 존재감과 자리를 잃고 외로워질 수 있습니다. 또는 외적인 보상과 명예에만 급급하여 여기에만 몰두했는데 알고 보면 그 사람에게는 성취감과 몰입이 그 사람을 움직이는 원동력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커리어에서 추구하는 가치는, 때로는 그 가치를 빼앗기거나 포기해 보는 경험을 통해 그 가치가 진정으로 나에게 중요한지를 깨달을 수 있습니다.


<치료의 선물>을 읽으며 직장생활에 적용할 만한 다양한 교훈을 얻었는데, 가장 큰 교훈은 이렇게 큰 깨달음을 아무런 댓가 없이 후배 치료자들을 위해 공개한 얄롬의 결단이었습니다. 후배 치료자들을 위해 앞선 선배 치료자로서 따뜻하고 정성어린 조언을 아낌없이 해 주는 모습에서, 직장에서 상사나 사수를 모시게 된다면 바로 이런 분을 모시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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