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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피 구조대 더 무비>, 귀여운 댕댕이는 언제나 옳다

캐릭터, 스토리, 음악까지 완벽한 3박자 애니메이션

by KEIDY

우연히 '퍼피 구조대'라는 애니메이션을 알게 되었다. 영상 콘텐츠를 보기 시작한 아이에게 가능한 재밌으면서도 교육적인(?) 콘텐츠를 접하게 해 주려는 마음이 있다 보니, 이것 저것 추천을 받게 되는데 '퍼피 구조대'라는 만화가 조기 영어교육용 콘텐츠로 제격이라는 얘기를 듣게 되었다.


찾아보니 PAW Patrol이라는 원제의 애니메이션이고 귀여운 강아지들이 위기에 빠진(?) 도시를 구하는 구조대 역할을 한다는 내용이었다. 기본 구조는 단순하지만 웬만해서는 안 좋아할 수 없는 귀여운 강아지 캐릭터 + 자동차의 조합이다 보니 어린이들에게 꽤 인기를 끌겠구나,라고 생각했었다. 아이들, 특히 남자아이의 경우에는 공룡, 로봇, 자동차, 동물이 나오면 안 좋아할 수 없는 조합이다.


그리고 얼마간 그 콘텐츠를 잊고 있었는데, 마침 이 애니메이션이 극장판으로 나온다는 소식 또한 접하게 되었다. 사실 애니메이션은 편수가 많기 때문에 계속 보기도 어렵고, 귀엽긴 하지만 약간의 해외 색(?)이 많이 묻어나는 애니메이션 스타일이어서 선뜻 볼 생각을 안 했는데 극장판 예고편을 보니 그래픽도 고퀄리티에 러닝타임도 짧아 이 정도면 볼 만하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다지 기대하지 않고 <퍼피 구조대 더 무비>를 봤는데, 정말 예상을 뛰어넘는 재미와 퀄리티에 굉장히 만족스럽게 관람했다.


퍼피 구조대는 대장 라이더(유일하게 사람이다)와 6마리의 강아지로 구성되어 있다. 강아지 각각은 다양한 종으로 각자 캐릭터에 맞는 자동차와 짝을 이룬다. 부대장 체이스는 셰퍼드로 경찰차를 타고 다니며 유일한 암컷 스카이는 코카푸로 헬기를 가지고 있다. 마셜은 달마티안이고 소방차를 타며, 주마는 레트리버로 해양구조차(보트?)를 가지고 있다. 로키는 믹스견으로 쓰레기차(?)를 타고 다니고 러블은 불도그로 레미콘을 탄다. 아직 만 3살이 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다양한 차종의 이름을 다 아는 아이를 보고, 특히 경찰차, 소방차, 그리고 쓰레기차와 레미콘까지 발음하는 것을 보며 남자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자동차 DNA가 뇌에 새겨져 나오는 건지 궁금해졌다. 정말이지... 이 영화를 보고 나서 퍼피 구조대 자동차 세트를 사줘야겠다는 진지한 고민을 했다.


가상의 도시 어드벤처 시티에 험딩어라는 부패한 자가 시장으로 당선된다. 시장이 되자마자 강아지를 차별하고 고양이를 우대하는 정책을 펼치고, 지하철이 심심하다며 지하철 노선을 롤러코스터처럼 만들어 시민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취임식을 화려하게 꾸미겠다며 폭죽을 마구 터뜨리는 바람에 화재가 발생하여 시민들이 대피하는 사건도 일어난다. 게다가 항상 좋은 날씨만을 고집하는 험딩어는 클라우드 캐쳐(구름 잡이?)를 개발한 연구소장을 협박해 기계를 뺏고, 구름이 보이는 족족 빨아들이게 한다. 계속 구름을 담는 클라우드 캐쳐는 한계점을 넘어서게 되고, 마침내 기계가 폭주하면서 도시는 아수라장이 된다.


어드벤처 시티에 사는 강아지 리버티는 도시의 자경단처럼 생활한다. 부패한 시장 험딩어의 만행을 도저히 두고 볼 수 없기에 퍼피 구조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데, 용감한 6마리의 퍼피 구조대 중 부대장 체이스는 이상하게 어드벤처 시티로 가는 것을 꺼린다. 체이스의 과거를 알고 있는 대장 라이더는 이젠 별 일이 없을 거라며 체이스를 다독여 어드벤처 시티로 떠난다.


험딩어 시장이 사고 친 것들을 수습하는 도중, 체이스는 예전처럼 용감하게 시민을 구하러 바로 뛰어들지 못하는 등 왠지 모르게 위축된 모습을 보인다. 그 모습을 안타깝게 여긴 라이더는 잠시 일을 쉴 것을 권유하지만 그 권유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체이스는 거리로 뛰쳐나가고 홀로 있는 체이스를 본 험딩어 시장의 부하들에게 붙잡혀 강아지 수용소로 끌려간다.


퍼피 구조대는 어드벤처 시티의 시민들을 잘 아는 리버티의 도움으로 체이스의 위치를 알아내고, 무사히 구출해 낸다. 체이스는 리버티의 설득으로 기운을 차리고, 라이더는 체이스를 처음 만났던 곳으로 데려가 체이스가 얼마나 용기 있는 강아지인지를 알려준다. 자신감을 회복한 체이스는 클라우드 캐쳐의 폭주를 막기 위해 퍼피 구조대와 다 같이 출동한다. 그리고 퍼피 구조대에게 많은 도움을 준 리버티도 그 활약상을 인정받아 오토바이를 선물 받고, 퍼피 구조대의 한 일원으로 활동을 시작한다.


오랜만에 다 같이 모여 도시를 구하는데 총력을 기울이는 퍼피 구조대원들. 라이더가 위험에 처한 상황에서, 체이스는 용기를 끌어내어 높은 곳에서 점프하여 목숨을 구해낸다. 끝까지 말썽인 험딩어 시장까지 구출에 성공했고, 책임을 회피하며 도망가려는 험딩어 시장을 붙잡아 톡톡히 망신을 준다. 그리고 리버티는 마침내 퍼피 구조대 정식 대원으로 인정받고, 퍼피 구조대 대원들은 시민들의 열렬한 박수 속에서 열심히 도시를 구하려 출동한다.


기본적으로 애니메이션은 어린아이들을 타깃으로 하기 때문에, 자칫하면 이야기가 유치해지거나 어른들이 보기엔 지루할 수 있다. 하지만 <퍼피 구조대 더 무비>는 전형적인 선악 구도와 캐릭터 애니메이션의 공식을 충실히 따르고 있지만 뻔해서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알기 쉬운 이야기 구조 속에 숨겨진 재미를 찾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고양이를 좋아하고 강아지를 싫어한다는 설정이, 마치 인종차별이나 젠더갈등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고 하면 너무 과도한 해석일까.

그리고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구조대원'은 모든 상황이 두렵거나 무섭지 않을 거라고 짐작하는데 알고 보면 그들도 우리와 같고, 도움이 필요한 순간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용기를 끌어내어 타인을 구하기 위해 힘쓴다는 점을 알게 되어 교훈적이면서도 매우 공감이 갔다. 그리고 체이스가 라이너를 구하기 위해 두려움을 이겨내는 장면에서는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어릴 때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결국 구조를 무사히 마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길거리에 살면서도 도시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사람들에게 항의하고, 도시의 곳곳을 사랑하는 리버티가 마침내 퍼피 구조대원이 되면서 꿈을 성취하는 모습 또한 "간절히 바라고, 노력하면 반드시 꿈을 이룰 수 있다” 는 교훈을 간접적으로 알려주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그 외에도 여러 대원들이 각자의 특기를 가지고 다양한 방법으로 구조를 진행하는 모습을 보며 각자의 개성이 어우러지고 하나보다 여럿이 힘을 합치면 큰 일도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 같았다. 교훈적인 내용을, 알기 쉬운 스토리와 귀여운 캐릭터들로 잘 포장하여 아이들에게 잘 전달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애니메이션 OST에 참여한 애덤 리바인의 "Good Mood"라는 노래 또한 이 애니메이션의 완성도를 높인다. 너무 감미로운 목소리의 OST가 흘러나와서 처음엔 설마... 했는데 알고 보니 애덤 리바인이 맞았다. 애덤 리바인은 우리나라에서 크게 히트한 영화 <비긴 어게인>의 OST인 "Lost Stars"로 굉장히 유명한 뮤지션인데 애니메이션 OST에 참여하다니 굉장히 의외였다. 너무 쓸고퀄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아이들과 함께 영화를 보러 온 부모님들을 위한 깜짝 선물인가 싶기도 했다.


생각보다 재밌고, 완성도가 높고, 교훈적이지만 억지스러운 강요로 포장되지 않았던, 오랜만에 본 애니메이션 수작이다. 애니메이션 시리즈도 조만간 아이에게 보여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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