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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드라큘라>, 브레이크 없는 사랑의 끝

진정한 사랑이란,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할 때

by KEIDY

뮤지컬 "드라큘라"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드라큘라' 캐릭터를 바탕으로 각색된 뮤지컬이다. 드라큘라는 원래 소설 속 주인공 이름인데, 워낙 이 소설이 유명해져서 흡혈귀 = 드라큘라로 인식될 만큼 잘 알려져 있는 이름이다. 그렇기에 드라큘라는 흡혈귀가 가진 고유한 특성들을 모두 가지고 있는데 햇빛, 마늘, 십자가를 싫어하고 늙지 않으며 영생할 수 있는 존재이다. 그리고 가장 주요한 특징인 흡혈, 피를 먹고살기에 살인, 또는 살생이 불가피하다. 뮤지컬 드라큘라는 이러한 드라큘라의 탄생 과정에 그의 유일한 사랑, 한 여인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이 있었음을 가정하여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 뮤지컬 스토리 전개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스포일러 주의)

어느 한 외진 마을 성에 한 남자가 방문한다. 그 남자는 변호사로 성의 주인인 드라큘라를 만나고, 그의 성을 처분하여 영국으로 이동하는 것을 돕기 위해 왔다. 그리고 조금 늦게 변호사의 약혼자인 미나가 도착하는데, 미나를 본 드라큘라는 크게 동요하고 미나 또한 왠지 모를 기묘한 느낌에 약혼자인 변호사를 재촉하여 이 성을 빨리 떠났으면 좋겠다는 말을 한다. 일 때문에 성을 빨리 떠날 수 없는 변호사는 약혼자만이라도 먼저 돌려보내는데 이에 분노한 드라큘라는 변호사에게 무시무시한 복수를 감행한다.


먼저 돌아온 미나는 약혼자인 변호사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데, 기다리는 약혼자 대신 드라큘라가 미나를 찾아와 그녀에게 자신을 알지 않느냐며 알쏭달쏭한 말을 남긴다. 미나의 가장 친한 친구 루시는 여러 구혼자 중 한 명과 약혼하기로 결심하는데 그날 밤, 루시를 밖으로 끌어낸 드라큘라는 같이 나온 미나를 한번 더 유혹하지만 거절당하고 화가 난 드라큘라는 루시의 피를 먹고 사라진다.


미나는 약혼자를 찾았다는 소식에 기차역으로 가는데 거기에서 드라큘라를 만나고 드라큘라는 미나에게 위대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겠다며 본인의 과거사를 들려준다. 과거에 드라큘라에게는 사랑하는 연인이 있었는데, 그녀를 전쟁에서 잃은 후 그녀를 돌려달라고 신께 빌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분노한 드라큘라는 신을 배신하고 흡혈귀가 되는데 영생을 얻는 대신 홀로 사는 외로움과 싸워야 했다. 미나는 이 이야기를 듣고 본인이 계속 느꼈던 기시감이 비로소 해소가 되는데, 예전 드라큘라가 사랑했던 연인의 환생이 본인임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의 연인을 배신할 수 없었던 미나는 약혼자를 만나자마자 본인의 결심이 흔들릴까 봐 바로 결혼식을 올려버리는데 이에 화가 난 드라큘라는 미나의 절친 루시를 조종하기로 마음먹는다.


루시를 보호하고자 루시의 예비 남편과 그의 친구들, 특히 흡혈귀 연구의 대가 반헬싱 교수까지 불러왔지만

루시는 신혼 첫날밤 드라큘라의 유혹에 빠져버린다. 그녀가 죽은 줄 알고 장례식까지 치렀지만, 드라큘라의 조종에 의해 완전한 흡혈귀로 부활해버린 루시는 닥치는 대로 마을 사람들을 잡아먹는다. 루시의 약혼자는 루시를 너무나 사랑했지만 결국 그녀의 목숨을 자기 손으로 뺏게 되고 그 모습을 본 미나는 드라큘라를 미워하면서도 자꾸 그에게 이끌리는 마음에 괴로워한다. 반헬싱 교수는 미나에게 드라큘라를 없애기 위해 도움을 청하고 정신병원에 수감되어 있는 렌필드를 같이 찾아가는데, 렌필드는 드라큘라의 충실한 수하이지만 실수로 그의 계획을 미나에게 말하고 만다.


반헬싱 교수와 약혼자, 그리고 친구들이 모여 드라큘라를 공격하러 간 사이에 미나는 드라큘라의 유혹에 넘어가 그를 집 안으로 불러들인다. 이를 발견한 사람들이 드라큘라를 공격하여 그는 사라져 버리고 미나는 정신을 차리지만 이미 벌어진 일을 수습하기엔 늦었다. 미나는 이미 드라큘라와 피를 나누었기에 그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고, 그가 다시 원래의 고향으로 가고 있음을 알아챈다.


그리고 다시 그를 잡으러 반 헬싱과 약혼자, 친구들, 미나까지 다 같이 출발하는데 관에 숨은 드라큘라를 발견하여 그를 끌어내어 처단하려는 순간, 드라큘라에 세뇌당한 타락한 세 여자(뱀파이어 슬레이브) 중 한 여인이 반 헬싱의 아내임이 드러난다. 이미 타락해버린 그녀를 제 손으로 죽이고 그 시체를 안고 가며 반 헬싱은 드라큘라에게 방금 이 사태가 뜻하는 바를 묻는다. 이제는 드라큘라에게서 헤어 나올 수 없는 미나는 그와 영원히 함께 하겠다며 다가가지만 드라큘라는 반 헬싱의 마지막 모습을 보고 느낀 바가 있는지 미나를 자유롭게 놓아주려 한다. 그리고 그녀의 손으로 자신을 영원히 잠재워 줄 것을 청한다. 미나는 절대 그럴 수 없다며 거부하지만 결국은 드라큘라의 간청을 들어주게 되고, 이제는 이 세상에서 사라져 버린 드라큘라의 관 위에 흰 눈이 내리며 뮤지컬은 막을 내린다.


뮤지컬 "드라큘라"에서는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묻는다. 드라큘라는 한 여인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신을 버리고, 인간이기를 포기하며 괴물이 되었다. 어떻게 보면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영생을 가졌고, 원하면 남의 피를 마시고 젊어질 수 있으며, 자신과 피를 나눈 사람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지만 항상 마음 깊은 곳에는 지독한 외로움이 자리하고 있다. 옛 연인의 환생인 미나를 다시 갖기 위해 그녀의 주변 사람들을 파괴하고, 유혹에 성공하여 마침내 그녀를 다시 자신의 옆에 둘 수 있는 기회를 얻지만 마지막에 반헬싱이 보여준 모습에서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그녀를 흡혈귀로 만들어 같이 평생을 살아갈 수 있지만 그녀가 일반 사람과 달라지게 되면 그녀 또한 손가락질받게 되고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 되어 그동안 사랑받던 사람들 사이에서 죽임을 당할 수 있다. 사랑만 받고 살아도 모자를 만큼 아끼는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죽임을 당하는 것만큼 비참한 일이 어디에 있을까. 드라큘라는 본인의 마음보다 비로소 상대방의 상황과, 그 사람의 앞날을 걱정하게 된 것이다.

물론 마지막에 미나는 드라큘라의 유혹에 완전히 넘어가 그와 함께 하겠다는 결심을 확고히 하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과 평생 함께 사는 것이 해피엔딩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동안 사람을 죽이고 마음대로 조종해 온 드라큘라의 악행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그렇기에 미나는 드라큘라의 소원인, 그녀의 손으로 그의 목숨을 거두는 것을 들어주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이 더 이상 악행을 저지르지 않고 자신을 사랑하는 그 마음을 간직하며 영원히 잠드는 것을 도와준 것이다.

처음에는 이렇게 끝나는 뮤지컬의 결말에 대해 약간은 당혹스럽고 왜 드라큘라는 마지막에 와서야 미나를 포기하고 그녀에게 목숨을 맡기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좀 더 넓은 관점에서, 타인을 사랑한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일지를 생각해 보니 이러한 결말에 대해 어느 정도 납득이 갔다.

사랑은 일방통행이 아니다. 단순히 짝사랑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서로의 마음이 통했어도 내 사랑이 상대방을 파괴한다는 생각이 들면 멈추고 다시 한번 두 사람의 최적의 관계를 생각해봐야 한다. 서로의 입장을 존중하고 두 사람의 관계가 서로의 자아를 건강하게 만들 때, 그것이 진정한 사랑의 의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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