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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모가디슈>, 이 시대에 극장에 가야 하는 이유

실화의 현실감, 몰입감, 긴박함이 올곧이 담긴 영화. 극장은 계속된다.

by KEIDY

총 제작비 255억. 모로코 현지 올 로케이션. 류승완 감독 연출. 김윤석과 조인성 주연. 진짜라고 믿기 어려운 실화 소재. 이 영화를 보지 않을 이유를 찾아보기 힘든 영화.


<모가디슈>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영화 공개 전부터 영화인들 사이에서는 많은 소문이 오갔다. 총 제작비가 250이 넘는 영화가 매우 드물기도 하거니와, 그 제작비를 들여 만드는 영화는 얼마나 볼거리가 많을까? 하지만 이 높은 기대감에는 반대급부도 존재하기 마련이다. 과연 그 영화가 손익분기점을 넘기에 충분히 잘 만들었을까? 소문만 요란한 영화는 아닐까?


이 영화는, 왜 255억이라는 어마어마한 제작비가 들어갔는지 납득시키고, 그리고 왜 류승완 감독인지를 보여주며, 코로나로 인해 부침을 겪고 있는 영화관이 왜 존재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영화다.


첫 번째, 거짓말 같은 실화가 주는 이야기의 현실성과 몰입감이 있다.


영화는 1991년, UN가입을 위해 남과 북이 각각 아프리카에서 외교 총력전을 벌일 무렵 소말리아에서 실제로 일어난 내전을 소재로 한다. 부패한 기존 정권을 끌어내리고, 소말리아의 지도자를 자처하는 군부 세력이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 입성하면서 그곳에 거주하고 있던 외교관들이 하루아침에 발이 묶여버린다.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갈등 관계의 남과 북 대사관들이 생존을 위해 임시로 힘을 합쳐 탈출하는 내용을 담았다. 보통 실화를 모티브로 영화를 만들게 되면 실화를 얼마나 잘 재현했는지에 대해 많이들 초점을 맞추곤 하는데, 사실 영화적 각색이라 함은 이야기 자체의 재미를 끌어올리기 위해 특정 사건들을 재배치하거나 장면을 극적으로 구성하는 등의 작업을 거치게 되는 것이다. 영화는 다큐멘터리가 아니기때문에 실제 장면을 한 장면 한 장면 완벽히 묘사해야 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영화적 각색을 통해 관객들은 더 쉽게 영화에 몰입하게 되는 것이다. 영화 <모가디슈>는 이 점에 있어서 높은 합격점을 받았다고 할 수 있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나도 모르게 몸을 움찔하면서 긴장하게 됨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 남북 소재를 다루는 영화에서 나올 법한 뻔한 신파가 없다.


보통 남북 소재, 그리고 굳이 남북 소재가 아니더라도 많은 상업영화에서는 영화 후반부에 소위 말하는 "신파"스러운 장면을 넣고 결론도 그렇게 맺는 경우가 많다. "신파"는 가장 쉽게 관객을 이해시키고 끝마무리를 하는 데에 적합한 연출 기법 중 하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많은 사람들은 "신파"가 주는 강렬한 감정에 사로잡히면서도 때로는 그 뻔한 결말에 실망하기도 한다. 이번 <모가디슈>가 가장 좋았던 점은, "신파" 없이 감독이 추구하는 "휴머니즘"이라는 메시지를 잘 녹여냈다는 것이다. 더 자세히 설명하면 영화를 보러 갈 사람들에게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구체적인 묘사를 하기는 어렵지만, 담담하고 깔끔한, 억지로 끼워맞추거나 감동을 강요하지 않는 담백한 연출이 이 영화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준다.


세 번째, <모가디슈>는 왜 극장에서 봐야 하는지,
더 나아가 극장이 왜 존재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영화다.


영화 <모가디슈>의 장점은 앞서 설명한 내용에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큰 장점은 사람들이 극장에서 영화를 봐야하는 이유를 찾아주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코로나19로 많은 산업들이 타격을 받았지만 영화 산업, 특히 영화관이 그 무엇보다도 큰 피해를 입었다. 사람들은 이제 극장에 가기보다 집에서 누워 넷플릭스로, IPTV로 영화를 보면 되지 않겠냐고 쉽게 이야기한다. 그러나, 극장만이 줄 수 있는 체험적 가치는 넷플릭스 같은 OTT에서 절대로 모방하지 못 한다. OTT로 영화를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나 콘텐츠를 볼 수 있다는 자유도를 가장 큰 장점으로 꼽지만,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단점은 극장에서 볼 때처럼 콘텐츠에 집중하기 어렵고 콘텐츠를 감상함에 있어 시각, 청각, 그리고 같은 공간에서 타인과 콘텐츠를 볼 때의 유대감 등 종합적인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것을 꼽는다.

최근 영화시장이 악화됨에 따라 소위 말하는 "영화관에서 볼 만한 콘텐츠"들이 개봉을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사태가 잇달아 일어났다. 그러면서 볼만한 영화가 없으니 극장에 안 가고, 극장에 사람이 없으니 영화 개봉이 꺼려지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이러한 악순환을 깨기 위해서는 극장에서 볼 만한 가치를 제대로 전달해 주는 콘텐츠의 개봉이 절실했다. 영화 <모가디슈>는 극장이 가진 큰 장점인 큰 화면과 웅장한 사운드 시설로 봤을 때 쾌감이 극대화되는 영화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IMAX, 사운드 특수관(돌비 애트모스 등), 4D 등 다양한 영화 포맷으로 개봉을 한다고 하는데, 이러한 특수 포맷들은 영화적 체험을 극대화해 줄 수 있기에 전 포맷 상영을 결정한 것은 적절한 판단인 것 같다.


사실 지금 코로나19로 인한 상황이 매우 녹록치 않고 대작 영화를 개봉하기에는 매우 힘든 시장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우리는 영화관에서 다른 관객들과 함께 울고 웃고, 모든 감각을 총동원해서 영화를 온전히 감상하던 시절을 기억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영화를 사랑해 왔고, 앞으로도 사랑할 것이다. 올 여름, 같은 영화를 보더라도 가장 큰 만족감을 줄 수 있는 극장에서의 소중한 경험이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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