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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나리>, 기대치와 만족감은 반비례한다

미나리는 왜 주목을 받았을까?

by KEIDY

수상이력이 줄줄히 적인 보도자료 메일링, 심지어 그 수상이력 업데이트만으로도 추가 보도자료를 뿌리는

엄청난 영화. 그리고 작년 코로나19로 인해 한산했던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한 이후 매체들 사이에서 알음알음 퍼지던 입소문으로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된 영화. 당연히 기대를 할 수밖에 없는 영화다.


게다가 20년 봉준호감독의 <기생충>이 그 뚫기 어렵다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상을 탄 이후에 “아카데미" 타이틀이 주는 신뢰도가 급상승했다. 사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호평을 받고 수상을 하는 영화가 재밌기까지 하기란 쉽지 않다. <기생충>이 그걸 해냈다는 것이 정말 대단한 것이고...


휴직 이후 처음으로 영화관에서 본 영화가 <기생충> 이었는데 그때 느꼈던 충격, 재미, 예측불허한 전개가

아직도 고스란히 살아 있는 시점이었다. 그래서 더더욱 <미나리>가 어떤 영화일지 궁금했던 것.


영화는 어떤 영화든지 사실 기대를 낮추고 가야 더욱 재밌다.


기대를 낮추기 힘든(!) 영화들이 워낙 많긴 하지만, 영화에 대한 만족도는 기대치에 반비례한다. 기대치가 높은데 영화가 그 이상이라면 최고의 조합! 그 다음이 기대치는 낮은데 영화가 괜찮은 경우. 최악은 기대치가 너무너무 높은데 영화가 그에 못 미칠 경우다. 그래서 사실은 기대치가 낮은 게 차라리 영화 감상에는 도움이 된다.


영화 <미나리>의 경우는 이 케이스에 속한다. 사실, 영화 자체로만 보면 나쁘지 않고 나름의 소소한 재미와 감동도 있다. 특히 데이빗(아역 중 남자아이) 캐릭터가 너무 귀엽고 실제 있을 법해서 매력적이었고, 모니카(한예리)와 제이콥(스티븐 연)의 갈등상황은 매우 공감이 갔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는 "왜 이 영화가 이렇게까지 열광을 자아내는 것일까?" 의문이 생겼다.


몇 가지 추측을 해 보자면, 작년 코로나19 유행으로 대형 스튜디오 영화들이 개봉을 모두 미뤘다. 공개된 영화 자체가 적어서, 그 안에서 완성도 높은 이 영화가 주목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이 영화는 대부분의 대사가 한국말로 처리되었고 배우들도 대부분 한국배우 또는 한국계 미국인이며 한국정서가 짙게 깔려 있다. 최근 아무리 콘텐츠 내에서 다양성을 추구한다고 해도, 아직까지는 북미 영화에서 한국문화와 정서가 전면에 도드라지는 케이스가 없었다. 미국인들 눈에는 오히려 낯설고 신기해서 특이해 보였을 수 있다.

한국정서 가득한 영화에 미국정서 한 스푼이 더해져 한국에서는 외국영화 같고, 미국에서는 한국영화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서로의 입장에서는 100% 공감을 못 하는 지점이 오히려 독특한 특징이 되는 것은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영화에 익숙한 나에게는(가끔은 취향에 맞는 독특한 독립/예술영화에 열광할 때도 있지만 논외로 생각하기로 하자.) 약간은 심심한 영화였다. 그래서 이 영화가 얼마나 흥행을 할지 궁금했는데, 오랜만에 코로나19로 황폐해진 극장가를 촉촉히 적셔주었고 극장 사람들 말로는, 오랜만에 나이 좀 있으신(?) 분들이 관람을 많이 했다고 한다. 게다가 윤여정 배우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의 영광까지 얻었으니, 화제를 모으기에는 매우 충분했던 것 같다.


<기생충>에 이어 <미나리>가 한국적인 색채가 많이 들어간 콘텐츠도 충분히 세계적 공감을 자아낼 수 있음을 증명하였다. 봉준호 감독님의 명언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를 패러디하자면,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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