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턴트식 관계에 대한 일침
(※ 스포주의... 이 리뷰에는 영화의 스토리가 녹여져 있습니다.)
나는 잘 몰랐지만 프랑스 국민배우라는 알랭샤바, 그리고 이제는 세계적 스타가 된 배두나, 그리고 프랑스영화 좋아한다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이름, 고몽(Gaumont) 제작사. 조합만 봐서는 굉장한 영화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고 요새 한창(이라고 하기엔 한참 지났지만;;) 유행하는 인스타그램, #아이엠히어(나 여기 있어요~)라는 뭔가 있어보이는 해쉬태그, 파스텔 톤의 아득한 표정의 포스터까지. #갬성 장착 완료.
영화 첫 시작은 좋았다. 이국적인 프랑스 시골, 식당을 운영하는 주인공 스테판.마음이 편안해지는 아름다운 풍경과 소박한 삶이 좋아보였다. 하지만 주인공은 이 평범하고도 아늑한 삶에서 변화를 꿈꾸고 있던 듯하다. 인스타그램으로 친해진 어느 한국 여자 SOO(프랑스어를 잘 하는...)와의 챗을 통해서 신선한 자극을 받는다.
어느 날, SOO가 한국에 벚꽃이 예쁘게 피었다며 사진을 보낸다. 그 사진 한 장에 갑자기 주인공 스테판은 한국으로 가야겠다는 결심을 한다.(아니 어째서?!) 지금 비행기를 탔고, 공항도착시간은 몇 시쯤이라고 SOO에게 챗을 한 뒤 출바알,,,(추진력 무엇...)
그런데 공항에 도착해보니, SOO는 나와있지 않고 스테판은 계속 SOO를 기다린다. 오늘도, 내일도, 내일모레도...? 다양한 공항의 공간에서 #아이엠히어 해쉬태그를 붙여가며 게시글을 남기지만 SOO는 답장도 없고 공항에도 오지 않는다.
그러는 동안 스테판은 공항에서 먹고 자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밥도 쏘고 술도 쏘고... 핵인싸가 되어 일주일간의 공항 노숙생활을 한다. 영화를 보면서 제일 마음 불편했던 부분이다. 왜 SOO는 나오지 않고, 스테판은 공항을 벗어나지 않는가? 이건 혹시 인천공항 홍보 영화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인천공항 모든 공간을 곳곳히 누빈다.
심지어 스테판은 SOO가 예전에 보낸 사진 중에 특이한 건물을 (드디어) 기억해 내 그 건물을 공항버스기사에게 보여주고 서울로 이동한다. 그리고 진짜 기가막힌 우연으로 그 건물에서 SOO를 발견하는데 SOO는 그를 보자마자 도망을 간다...! (아니 어째서?! - 2)
어찌어찌 겨우 대화를 나눌 시간을 얻은 스테판. SOO는 스테판에게 한국어의 "눈치"라는 단어를 알려주며 그 의미에 대해 설명한다. 프랑스어에는 없는 단어라며... 즉, 스테판이 "눈치"가 없다며 면박을 준 것.
SOO는 그저 인스타그램으로만 소통하는 가벼운 관계를 원했는데 스테판이 "눈치"없이 그 선을 넘어버린 것이다.
이제 이해가 간다. SOO는 그래서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SOO가 스테판에게 보여줬던 그녀의 삶의 이미지는 그저 그녀의 일부일 뿐이었다.
그녀와는 헤어졌다. 그런데 이번에는 스테판의 아들들이 그를 찾으러 한국으로 온다. 알고보니 공항에서 핵인싸가 된 스테판이 프랑스에서도 유명해졌던 것. 스테판의 아들들은 또 우연찮게(?!) 아빠를 찾게 되고, 한국분위기 물씬~ 넘치는 시장에서 음식을 먹으며 그동안 소원하고 섭섭했던 관계를 푼다.
영화 자체로는 많이 아쉬운 영화다. 우연에 기대는 설정이 많고, 무엇보다도 주인공들의 심정에 공감이 안 간다. 왜 저러지...? 왜 저 장면이 나오지...? 저런 설정은 뭐지...? 이런 생각이 꼬리를 문다. 그렇지만 영화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적인 측면에서는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한 영화다. 특히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보면 나름의 해법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
(인스타그램으로 대표되는) 피상적이고 가벼운 인간관계 vs 진지한 인간관계
요새는 SNS를 이용해서 인간관계를 만드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이렇게 가벼운 인스턴트식으로 모든 인간관계를 추구해서는 안된다. 진지한 인간관계는 사람을 풍요롭게 만든다. 가벼운 인간관계였던 SOO보다 아들들과의 관계가 더 소중한 것처럼.
"눈치"를 많이 보는 것이 좋은 것인가? "눈치"가 없는 게 꼭 나쁜 것인가?
SOO는 스테판에게 "눈치"가 없다고 면박을 주지만, 이건 인간관계를 진지하게 대했느냐 아니냐에 따라 판단할 문제라고 본다. 적당한 "눈치"는 필요하지만 과도할 필요는 없고 때로는 솔직하게 다가가는 것도 답이다.
내가 생각하는 관계와 남이 생각하는 관계가 다를 수 있다.
선을 함부로 넘어서는 안 된다.
SOO는 스테판을 단지 SNS상에서만 보길 원했다. 하지만 스테판은 SOO와 매우 가까운 사이라고 착각(?) 했다. 착각은 자유지만 상대방의 시그널을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SNS상에서 보여지는 모습이 그 사람의 100%라고 확신해서는 안 된다.
SNS에는 자신의 가장 최고의 모습, 연출된 모습 위주로 보여주게 된다. 우리는 편집이 진실을 얼마나 왜곡하는지 이미 잘 알고있다. 일부의 모습에 낚이지 말자.
영화를 보고 나면 인스턴트 같은 관계보다 나를 잘 알고, 나를 진심으로 아껴주는 관계를 소중히 해야겠다는 교훈을 얻게 된다. 아무리 SNS에서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고 해도, 순간의 만족보다 장기적인 만족을 줄 수 있는 현실의 관계에 집중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