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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로맨틱한 <팬텀>이라니!

같은 원작, 다른 해석.

by KEIDY

뮤지컬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은 '오페라의 유령'이라는 뮤지컬을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그리고 메인 테마곡인 The Phantom of the Opera는 꽤 익숙한 노래이기도 하다. 그러나 '오페라의 유령'이 원작 소설이 있다는 사실은 잘 알아도, '팬텀'이라는 또 하나의 쌍둥이 뮤지컬이 있다는 사실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팬텀'이 '오페라의 유령'과 동일한 뮤지컬이라고 생각하거나 정식으로 인정받은 작품이 아니라는 오해를 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팬텀'도 엄연히 원작으로부터 정식 인정을 받은 뮤지컬이고, '오페라의 유령'과 또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동일 원작을 바탕으로 했기에 '오페라의 유령'과 '팬텀'의 등장인물은 비슷하다. 주인공 팬텀(에릭)과 크리스틴 다에, 여주인공의 라이벌 카를로타 등의 역할도 유사하지만 캐릭터의 성격과 연출적인 부분에서 크게 차이를 보인다. (하단에 '오페라의 유령'과 '팬텀' 비교에서 '오페라의 유령'을 굉장히 옛날에 봤었기에 기억나는 이미지 중심으로 작성함을 미리 밝힌다. 기억에 의존했기 때문에 다소 해석이 다른 내용이 있을 순 있다.)


'오페라의 유령'에서 주인공 '팬텀'은 음산하고 외로운 캐릭터이다. 흉측한 외모 때문에 오페라 극장 지하에 숨어 살지만, 발레단 단원이자 코러스를 담당하는 '크리스틴 다에'의 목소리에 마음을 뺏겨 그녀를 자신의 뮤즈로 삼고 음악을 가르친다. 크리스틴 다에를 짝사랑하며 그녀에게 사랑받고 싶어 하지만, 그녀는 팬텀을 '음악의 천사'로서 존경하고 따를 뿐이다. 그녀의 연인은 라울이라는 인물로, 어릴 때부터 크리스틴과 친분이 있었고 크리스틴이 팬텀에게 납치되자 지하 미궁에 찾으러 가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팬텀'에서 주인공 '팬텀'은 음악을 사랑하고, 크리스틴 다에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로맨틱한 캐릭터이다. 흉측한 외모 때문에 오페라 극장 지하에 숨어 살지만 어느 날 극장에서 의상 담당으로 일하던 '크리스틴 다에'의 목소리를 듣게 되고, 그녀에게 음악적 기교와 발성 등을 가르치며 자신의 뮤즈로써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본다. 그녀에게는 필립이라는 애인이 있지만 팬텀의 지속적인 가르침, 그리고 그녀에게만 보여주는 호의 등으로 인해 크리스틴은 팬텀과 진심으로 교감하게 된다.


'오페라의 유령'에서는 팬텀의 이러한 격정적인 캐릭터를 강조하기 위해 주요 무대인 지하 미궁을 음산하고 공포스러운 분위기로 연출하였다. 크리스틴을 납치하여 지하 미궁으로 갈 때, 촛불이 일렁이는 배경에서 마치 물안개가 핀 듯 뿌옇게 흐린 무대를 배를 타고 누빈다. 메인 테마곡으로 장엄하고 강렬한 사운드의 음악을 선보이며 라이벌 카를로타를 제거하기 위해 샹들리에를 떨어뜨리는 장면이 있는데 샹들리에가 추락하듯 속도감 있게 떨어지는 연출이 돋보인다.


'팬텀'에서의 연출은 다소 다르다. 로맨틱한 팬텀의 캐릭터를 구현하고자 팬텀의 지하 미궁은 신비롭고 고상하게 꾸며져 있다. 그리고 강렬한 사운드의 음악보다는 팬텀의 음악성이 돋보이는 아름다운 노래들이 많아 '오페라의 유령'보다 팬텀을 맡은 배우들의 노래실력이 더욱 중요하다. 또한 팬텀의 심경 변화가 있을 때마다 각기 다른 디자인의 가면을 교체해서 쓰는데, 이를 통해 팬텀의 현재 심리를 시각적으로 표현해 준다.

추가적으로 '팬텀'에서는 팬텀의 어머니가 무용수였다는 설정이 있어 어머니 과거를 회상하는 씬에서는 아름다운 발레 공연을 볼 수 있다.


'오페라의 유령'과 '팬텀'은 닮은 듯 다른 콘텐츠로, 원작이 같아도 해석하는 것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콘텐츠로 변주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훌륭한 사례이다. 강렬하고 극적인 무대 연출, 캐릭터 간의 갈등과 단 하나의 주제곡을 기억하고 싶다면 '오페라의 유령'을, 로맨틱하면서 왠지 모르게 마음이 가는 주인공 '팬텀'과 그의 아름다운 노래, 그리고 성악과 발레 등 다채로운 무대 연출을 보고 싶다면 '팬텀'이 정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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