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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은넷 Feb 22. 2022

무엇이든 마음먹기 나름이다.

사례 1 : 나는 평소 영화를 자주 다운 받는다. 유튜브에서 영화 리뷰 해주는 채널을 보거나, 우연히 정보 검색을 하다 영화를 고른다. 분명히 내려 받을 땐 재밌겠다는 마음에 이걸 저장했다. 내일 보거나 모레 봐야지 한다. 그런데 막상 내일이 다가오고 그 다음 날이 와도 나는 영화를 안 본다. 있는지조차 잊고 살다가 다른 재밌는게 있으면 그걸 또 다운 받는다. 가끔은 삘 받아서 다운 받자마자 보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이렇게 내 하드디스크에 쌓여있는 영화만 20개가 넘는다. 지금와서 드는 생각인데 이게 쌓여있는 것이 왜 꼭 해결해야만 하는 숙제이자 일처럼 느껴질까... 분명 재밌을 것 같아서 다운 받은건데.


사례 2 : 이 블로그와 유튜브도 마찬가지다. 처음엔 즐거우니깐 시작을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사례1의 쌓여있는 영화처럼 이게 취미인지 숙제인지 모르겠다는 감정이 다가왔다. "다음 번에 블로그에 이런 주제로 글 적어야지" , "다음번에 유튜브에 이런 영상 찍어야지" 이렇게 계획만 하고 실천을 안한 주제만 20개가 넘는다. 블로그도 분명 재밌어서 시작한건데...


사례 1과 사례 2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미루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꼭 이런 것들만이 아니더라도 나는 미뤄두고 있는 것이 많다. 예를 들어, 한참 전에 받았던 수술에 대한 실비보험 청구를 1년이 넘도록 안하고 있다. '해야지 해야지'란 마음만 30번은 먹었을거다. 마찬가지로 이 블로그의 메인 디자인과 프로필을 바꿔야 하는 일도 2년이 넘도록 미루고 있다. 빈둥빈둥 놀던 그 많은 시간 중 딱 하루만 떼냈으면 해결됐을 일인데 그 단 하루를 못 떼냈다.


이런 습관이 가져오는 치명적인 타격이 있다. 바로 스스로를 무의식적으로 자책하게 되서 자존감을 다 까먹는다는 것. 나조차 왜 이러는지 알 수 없는 이 오묘한 미룸의 세계에 요즘 멘탈적 타격을 받고 있다.


그래서 이 글은 미루지 좀 말라고 나에게 쓰는 글이다. 이렇게 오픈 된 공간에 글을 적기는 하지만, 미래에 무언가를 또 미룰 나를 위해서 바치는 일종의 가이드다. 그럼 시작해보겠다.


"시크릿이라는 사기의 세계"


내가 고등학교 때이던 2008년, 대한민국에서 100만부가 넘게 팔리면서 그야말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책이 있다.

바로 론다 번의 <시크릿>. 이 책이 나왔던 당시 나는 실업계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던 인생 개 쌉 노답 학생이었다. 매일 받았던 것은 직업 교육이었고, 수학에서는 인수분해도 영어에서는 파닉스도 모르던 학생이었다. 나 스스로도 어렴풋이 내 인생이 개 답도 없는 노답 of 노답이구나라는 것을 알고 있었나보다. 졸업하면 생산직에 취업 할 것 같은데 공장 들어갔다 팔목 잘리면 어떻게 하지? 나 저런데 가는거 말고 할 줄 아는게 없잖아. 공부도 못하고.. 이런 암울한 생각에 빠져있었다.


그런 시기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이 책에 경도되었다. 무려 5번을 넘게 읽으며 심지어 네이버에 "비욘드 더 시크릿"이라는 이 시크릿을 찬양하는 사람들이 가득한 카페에 들어가서 우수회원으로 활동도 했다. (그 카페 회원 9만명이 넘었다. 종교 수준이었음.)


책에서 말하는 것은 딱 하나다. "양자역학에 의해 우주는 파동으로 이루어져있어서 무엇이든 우리가 생각하는대로 이루어진다." 이공계를 전공한 지금은 양자역학을 이렇게 갖다붙이네. 라며 코웃음이 나오는 일이지만 그 때는 진지했다. 나중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간절히 원하면 우주가 돕는다고 이야기 한 것을 보면 그 분도 진지했나보다. 어쨌든 나는 비욘드 더 시크릿 네이버 카페에 하루가 멀다하고 글을 쓰며 내 생각을 '통제'했다.


그 카페 회원들이 원하는 소원은 가지각색이었는데, "원하는 여자친구/남자친구 사귀게 해주세요"부터 "로또 당첨되게 해주세요"까지 다양했다. 기억에 나는게 어떤 사람이 내가 좋아하는 여자친구 사귀게 해주세요. 라고 계속 생각 파동을 보냈는데 고백하고 차였어요. 라고 푸념을 토로한 글이 있었다. 당시 사람들이 그 글에 댓글로 단 것이 "긍정적인 생각이 100%가 되어야 되는데 부정적인 생각이 1%라도 들어가 있어서 그래요! 무조건 된다는 믿음으로 이미 이루어졌다고 믿어야 합니다! 더 믿음을 가지세요."라고 달았다. 지금 보면 사이비 종교 저리 가라 할 정도의 소리지만, 인생 노답 of 노답이었던 그 때의 나는 달랐다. "오오! 믿음이 부족해서 그렇구나. 더 긍정적으로 생각해야겠다! 긍정 긍정 긍정!"


당시 내가 빌었던 소원은 이거였다. 나는 반드시 서울대에 입학한다. 실업계 학교 특성 상 국영수 공부보다는 직업교육이 대부분이다. 나는 컴퓨터 계열 고등학교였기 때문에 수업 시간에 계속 컴퓨터만 했었는데 그 때마다 바탕화면에 서울대의 '샤' 화면을 걸어놓고 '나는 이미 저기에 다니고 있다. 나는 이미 저기에 다니고 있다'라고 아주 그냥 세뇌를 걸었다. 한치의 의심도 없이. 1%의 부정적인 생각마저 의식적으로 차단하며.


그 결과, 인생 4년을 수능에 갖다바치며 4수까지 했지만 서울대 못가고 성균관대에 왔다. 물론 실업계 출신에 성대 정도 갔으면 잘 간거 아니냐고 반문 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진심으로 믿었다. 내가 서울대 갈 수 있을 줄 알았다. 나중에 깨달은건데 서울대 가려면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공부를 시작했어야 했다. 실업계를 나와 겨우 사수 밖에 안한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갈 수 없는 곳이었던 것이다. 절대적인 공부 시간 자체가 중1때부터 했던 애들이랑은 너무 차이났으니깐. 기초가 아예 없는 학생이 늦게 공부를 시작해서 갈 수 있는 대학은 서성한 라인이 한계였다. 물론, 내가 머리가 나빠서 그런 것도 있다.


그런데 도저히 5수는 못하겠더라. 한 친구는 너가 서울대를 목표로 했으니 그 정도까지 갈 수 있었던거라는 말도 했다. 맞는 말이다. 목표가 높았으니깐 꼬구라졌어도 일정 수준 이상의 결과는 냈다. 그래도 시크릿을 철저히 믿었던 나는 배신 당했다. 서울대 못갔잖아 어쨌든. 나중에 알게 된 것인데 100만부 이상이 팔리면서 '자기계발서'로서 크게 성공했던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 이 책은 '종교서적'으로 분류되고 있었다.


당시 아직 덜 성숙했던 한국 사회는 이 책을 철저하게 믿었다. 나를 포함 광신도처럼 이 책의 주장을 믿는 사람들이 많았다. 믿는대로 이루어진다니. 정말 달콤한 이야기다. 그러니깐 그렇게 많이 팔렸지. 하지만 미국은 우리보다 10년이 앞섰다. 이 책은 자기계발 내용이 아니라 종교적 주장이라는 것을 간파한 미국 출판계는 이 책을 종교 서적으로 분류해버렸던 것이다.


이 사건을 겪으면서 나는 '믿으면 돼. 긍정적인 생각을 가져'란 말을 불신하는 사람이 됐다. 대학이라는 곳은 비판적 사고를 하게끔 하는 교육을 주로 하는데 그에 영향을 받아 내가 모르던 새로운 관점에 눈을 뜨게 됐다. 긍정이라는 것은 마케팅이구나. 이 책에 나온대로 해서 성공한 사람은 이 책 써서 인세 많이 번 이 사람 밖에 없구나.


그런데 요즘 약간 생각이 바뀌고 있다.


시크릿은 사기가 맞다. 내 생각의 파동만으로 다른 사람의 행동을 변화시킨다느니, 내가 통제 할 수 없는 부분. 예를 들어 입시, 복권 당첨, 연애 등을 이룰 수 있다느니 하는 말들은 다 사기꾼들의 소리다. 그런데 딱 하나 통하는 것이 있다. 오로지 '나 자체'에 관한 부분에서는 가능하다.



"마음의 영향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최신 과학 연구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기술했다시피 요즘 내가 겪고 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겪고있는 문제는 바로 '미루는 습관'이다. 이것은 오로지 나와 관련된 부분이다. 다른 사람이 영향을 미칠 부분은 극도로 미미하고 대부분 자신의 의지와 습관에 따라 결정되는 부분이다. 인과관계가 나에게만 있는 것이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생각의 힘이 실제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연구 결과 하나를 보자.

출처 : https://hbr.org/2014/09/just-thinking-you-slept-poorly-can-hurt-your-performance


위 자료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지에 실린 내용으로 미국 Colorado 대학의 Kristi Erdal 교수가 진행한 실험이다.내용을 번역해보자면 피실험자들에게 뇌파를 측정하면 전날 밤 얼마나 잠을 많이, 또 깊게 잤는지 알 수 있게 된다는 거짓 정보를 주었다. 무작위로 많은 피실험자들이 선택됐는데 이 사람이 실제 어떤 상황이든 무조건 잠을 잘 못 잤다고 뻥을 쳤다. 이 중에는 실제로 잠을 못 잔 사람도 있었지만 반대로 잠을 엄청 깊게 많이 잔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단순하게 내가 잠을 못 잤다고 믿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이 정보를 들은 이들의 시험 성적이 개판이 나기 시작했다. 분명 의학적, 과학적으로는 잠을 많이 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런 공부 능력 뿐만 아니라 업무 효율에서도 개판이 나기 시작했다.


거꾸로 잠을 진짜 못 잔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에게는 거짓된 정보로 '뇌파를 측정해보니 당신은 정말 깊은 잠을 잤어요.'라고 했다. 그랬더니 그 생각을 믿는 것만으로도 언어 유창성 검사나 업무 수행 능력에서 다른 집단보다 훨씬 더 높은 점수를 얻었다. 이 교수는 잠 말고 알코올에 관한 실험도 진행했다. 실제 알코올이 하나도 없는 음료수를 줘놓고 (가짜 알코올) 당신은 진짜 독한 술을 마셨다고 믿게 만들었다. 도수는 없지만 맛이나 향을 조작한 것이다. 의학적으로는 알코올에 의한 어떠한 화학 작용이 뇌에 일어나지 않았음에도 그 사람들은 평소와 다르게 행동을 했다. 술을 마신 것처럼 행동하기 시작 한 것이다. 생각 자체가 알코올과 유사한 화학 반응을 일으킨 것이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서는 이 결과를 소개하며 또 다른 예로 플라시보 효과를 들고 있다. 이미 제약회사에서 약을 임상시험 할 때 플라시보 집단과 대조를 하고 있다. 실제 임상에서 사용될 만큼 '심리적 생각이 생리적으로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과학적으로 입증 된 사실이다.


즉, 이 연구 결과에서 얻을 수 있는 결론은 이것이다. 생각의 파동으로 내가 원하는 것을 모두 다 이룰 수 있다고 말하는 시크릿은 사기다. 하지만 최소한 생각이 개인의 육체와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만큼은 과학적으로 맞다. 다른 건 몰라도 생각만으로 나 자신만큼은 통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연구들이 오로지 나 스스로의 통제 변인에 의해 헤쳐나가야 할 노력, 의지 등에 시사하는 것은 크다. 다른 사람이나 환경에 영향을 받는 일에는 긍정적인 생각을 할 필요가 없지만 (어차피 내 마음대로 안되서 실망함.) 나 자신이 온전히 통제 할 수 있는 몸이나 개인 행동에는 긍정적인 생각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 무조건적인 긍정은 절대 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이렇게 과학에 근거한 긍정은 분명 필요한 부분이다.


<제로 투 원>의 저자이자 페이팔의 창립자 피터 틸은 이런 말을 자주 한다고 한다. "당신이 무언가에 도달하는데 10년이 걸리는 계획을 갖고 있다면, 당신은 다음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야 한다. '아니, 왜 이걸 6개월 안에는 해낼 수 없는거지?'


마찬가지로 현대그룹 창립자 정주영 회장은 하루에 3시간만 자고 산 것으로 유명한데 어느 누가 사람이 3시간만 자고도 살아지냐고 물어보니, "나는 누가 업어가도 모를만큼 가장 깊은 3시간을 자. 그렇게 깊게 자면 이 정도만 자도 가능해"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 분이 실제 그렇게 깊게 자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자기는 진짜 이렇게 잔다고 세뇌 수준으로 믿었다. 그러니깐 인체에 과학적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밝혀진 연구 결과들로 봤을 , 내가 스스로 통제   있는 일에 한정해서만큼은 생각만으로 엄청난 효과가 일어난다.  스스로에 관한 일만큼은 무엇이든 마음 먹기 나름이다.


원문 출처 : https://m.blog.naver.com/no5100/2226319576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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