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습관을 형성하는 것은 U자 형이다.
처음에는 의욕에 불타올랐다가, 곧 사그라드는 당신을 위해.
최근 들어 매일 블로그에 일기를 쓰려 노력하고 있는데 생각만큼 잘 안된다. 처음에는 의욕에 불타올라 “그래! 매일 일기를 써서 5년 동안 모을거야. 그래서 5년 뒤 한 페이지에 일기 제목들을 정리해서 그동안 어떻게 내가 성장해왔는지 한눈에 바라볼거야”라는 원대한 꿈을 가지고 신나게 썼더랬다.
그러나 그런 열정과 동기는 일주일 쯤 지나자 사라졌고 지금은 10일 넘게 일기가 밀려버리는 참사가 벌어졌다. 이런 일이 벌어진걸까? 어떻게 해야 이 문제를 해결 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으로 최근 깨달은 인사이트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위 기사는 IDEO라는 세계적 디자인 회사에서 발간한 ‘최고의 혁신은 의심의 순간을 견뎌야만 탄생한다.’라는 제목의 칼럼이다. 내가 기사를 읽고 파악한 것을 그래프로 그려보면 아래와 같다.
어떤 세계적인 디자인이 탄생 할 때는 ‘U자형 그래프’를 거친다. 일단 처음에 디자이너들은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그리고 흥분하여 열정에 넘친다. 마치 내가 일기를 처음 쓰고자 했을 때 번뜩하며 동기 부여에 불타올랐던 것처럼.
그런데 디자인 아이디어라는 것이 생각만큼 쉬운 것이 아니다. U자형처럼 중간에 움푹 들어가버린다. 이 때를 부정적 감정 계곡에 진입했다고 부른다. 계곡이 언제까지 지속될 줄 모른다. 짧으면 몇 달이지만 길면 몇 년 동안 이 부정적 감정이 지속될 수 있다. 사람들은 이 기간 중 실패한 기분에 빠진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포기한다.
IDEO의 CEO 팀 브라운은 포기하는 사람들의 특징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그들은 정상에서 정상으로 한번에 뛰어서 옮겨가고 싶어한다.”
좋은 디자인이 탄생하는데 있어 U의 맨 왼쪽 정상에서 맨 오른쪽 정상으로 단번에 뛰어갈 수 있는 길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반드시 U에서 움푹 파인 골짜기를 거쳐야만 한다. 이 회사가 세계적인 디자인 회사가 된 이유는 봉우리와 봉우리 사이에는 계곡이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실패와 낙담의 순간을 항상 예상하고 있다. 경영진들은 디자이너에게 맨 처음의 의욕과 희망을 신뢰하지 말라고 얘기한다. 어차피 곧 U의 계곡에 빠져 고민과 좌절을 겪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런 계곡에 빠지는 것을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생각한다. 이 계곡을 버티는 순간 U의 오른쪽 봉우리에 올라갈 것도 인지하고 있다. 그러면 왼쪽 봉우리의 순간처럼 사람들은 다시 엄청난 환희와 기쁨을 느낄 수 있다.
칼럼에서는 부정적인 감정 계곡의 기간들을 insight(통찰력)의 기간이라고 부른다. 이 때를 버텨야 초반의 재미와 흥미가 후반에 다시 부활한다고 생각하기에 그렇다. 그리고 후반에 다시 그걸 느꼈을 때 디자인은 이미 성공한 상태다.
나는 이 내용을 읽으며 우리들이 습관을 형성 하는 것 / 연인과의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 / 어떤 목표를 성취하는 것과 유사하다고 생각했다. 모든 것은 U의 곡선을 따른다. 한번에 뛰어 올라가는 것은 없다. 중간에 움푹 들어간 부정적 감정 계곡을 만난다. 이를 통찰력의 기간으로 여겨야 오른쪽 봉우리를 만날 수 있다. 처음에는 재밌어서 신나게 하다가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들은 이걸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계곡을 이겨내면 초반보다 더 즐거운 감정이 반드시 후반 봉우리에 찾아온다.
이런 관점에서 내가 지금 일기를 쓰는 것을 통찰 해 볼 수 있다. 처음에는 U의 왼쪽 봉우리에 서서 열정 가득하고 기분 좋게 매일을 기록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많은 시간이 소요 되고, 웹 상에 오픈 하는 것이기에 자기 검열이 심해지며, 무엇보다 1시간 이상 쓴 글이 겨우 40~50회 조회수가 나와버렸다. 이러니 ‘내가 지금 뭐 하는 것인가?’하는 부정적 감정 계곡에 진입하게 됐다.
이제는 안다. 한번에 봉우리에서 봉우리로 뛰어 갈 수 있는 길이란 존재하지 않는 걸. 물론 살다보면 운이 좋아 몇 번 그런 일을 겪을 수는 있다. 그러나 그런 경험은 오히려 독이 된다. 우리가 얻어야 할 대부분의 성공은 그런 방식으로 작동되지 않기 때문에. 습관이란 U자 형으로 형성되는 것이다. 성취와 성공도 U자 형으로 형성되는 것이다. 심지어 연인 관계 또한 U자 형으로 형성된다. 중간 계곡에서 꼬구라질 때마다 U의 오른쪽에도 봉우리가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처음의 열정과 재미보다 더한 과실이 그 봉우리에 있다. 올라가서 그 즐거움을 맛봐야 하지 않겠는가?
나는 위 영어 칼럼을 읽으며 이런 인사이트를 얻었다. 습관 형성은 모두 U로 이루어져있으니 지금 느껴지는 부정적 감정 계곡을 자연스레 생각하기로 했다. 5년 일기 프로젝트를 포기하지 않고 지속해서 오른쪽 봉우리에 꼭 올라가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