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중요하다 생각되는 일이 있다. 예를 들어, 운동 / 글쓰기 / 영어 공부 / 책 읽기 등이 그것이다. 위에 열거한 것들은 사람마다 약간 이견은 있겠지만 대부분이 중요하다 생각하는 일이다. 내 주변만 봐도 “책 읽어야지” , “토익 공부해야지” , “이번달부터는 운동을 시작해야지” 라고 말하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나도 그 중 한명에 포함된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위 활동을 조금 하다 포기해버린다는 것이다. 영어 책을 사고 앞 장만 풀다가 짱박아둔 경험이 있을것이다. 헬스장 3달치를 끊어놓고는 며칠만 나가고 나머지는 날려먹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책은 또 어떤가. 알라딘 중고서점에 가면 최상의 품질로 입고되는 중고 책들이 넘친다. 사람들이 굳은 의지로 구매했으나 한 장 펴보지도 않은채 매물로 내놓은 것들이다.
개인적인 사견으로 이런 현상들이 차고 넘치는데는 디지털의 발달이 지대하다고 본다. 실제로 한국인의 독서량은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보급된 이후 급격하게 낮아졌다. 종이 지면을 인쇄하는 신문들은 너무 안 팔려 포장지도 뜯지 않은 채 폐지업체에 실려간다고 한다. 와중에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니 텍스트를 읽는 것 자체는 동일하지 않냐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뇌의 활동 자체가 다르다. 디지털 시대의 폐해를 고발하는 책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언제든 클릭만 하면 다른 페이지로 연결되는 ‘하이퍼 링크’ 개념으로 인해 사람들의 집중력이 파괴되고 있다. 멀티 테스킹을 합리화하며 싱글 테스킹을 경시한다.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하는 뇌를 MRI로 찍어보면 집중을 담당하고 있는 부위가 활성화되지 않는다. 모두가 첨단 기술을 찬양하지만, 그 이면에는 엄청난 무서움이 숨어있다. 이 기술로 인해 사람들은 멍청해지고, 생각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책 이름이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듣는 이에 따라 책의 내용이 다소 과격하게 들릴 수 있겠다. 하지만 저자는 과학적이고 실증적으로 디지털이 뇌에 미치는 여러 폐해를 고발하고 있다. (시간 있으면 한 번 읽어보길 바란다.) 물론, 이런 내용을 안다고 해도 무슨 러다이트 운동도 아니고 이미 디지털이 생활에 자리한 상황에서 이를 무시하며 살 수도 없는 일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루에 한 번쯤 편하게 침대에 누워 폰을 본다. 이 때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유튜브 알고리즘은 실시간으로 내가 클릭할만한 다른 영상을 연결시키고, 인스타그램에서는 하룻 동안 쌓인 타인들의 사진을 자극적으로 보여준다. 인정하자. 이런거 보는거 재밌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이 설계에 천문학적인 돈을 들였다. 여러분이 어떻게든 재미를 느끼도록 심리적 장치를 다 깔아놓았다고. 괜히 디지털 대기업들이 억대 연봉을 줘가며 심리학자들 수백명씩 근무시키는게 아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영역으로 들어오면 문제다. 이런 단기적인 쾌락으로 인해 장기적인 이득들이 망가져버린다. 다시 맨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운동, 글쓰기, 영어 공부, 책 읽기는 장기적으로 인생에 도움이 된다. 모두가 이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왜 이 활동들을 꾸준히 못하는가? 당연히 디지털 때문이다. 운동을 좀 하려고 하면 친구한테 카톡이 온다. 책 좀 읽으려고 하면 TV에서 재밌는 프로그램이 나온다. 영어 공부 하다가 잠시 쉴까하고 유튜브 틀었더니 3시간이 지나있다. 우리는 매일 이렇게 시간을 낭비하며 자괴감을 느끼지만, 결국 도로아미타불. 다음 날 다시 이 행동을 하고 있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 그 자체로 살고 있다.
나 또한 똑같은 문제를 겪는 사람이다. 어떻게든 이를 해결해보고자 고군분투한다. 그리고 최근에 뭔가 이를 해결 할 수 있는 힌트 하나를 찾았다. 미국의 경제 주간지 포브스에 나온 기사를 보고 말이다.
기사의 내용은 이렇다. 파레토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이탈리아의 경제학자 파레토라는 사람이 사회의 소득불평등을 조사해보니 상위 20%의 사람들이 부의 80%를 거머쥐고 있었다는 이론이다. 그런데 최근 연구에 의하면 사람의 성취도 이와 유사하단다. 상위 20%의 행동이 인생 성취 80%를 담당한다. 하지만 우리는 왜 이 점을 인식하며 살고 있지 않은가? 이걸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인생의 큰 부분이 바뀔 것이다. 라는게 대략적인 요지다.
이 내용을 요약하면 그냥 흘러가는대로 살다보면 내 행동의 80%는 개 쓰레기가 된다는 소리였다. 우리가 디지털 세상에서 하는 행동처럼 말이다. 20%의 중요한 일에 시간을 분배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무의식이 시간 관리하도록 내버려두면 나머지 80%가 시간 소모의 대부분을 차지해버린다.
이 기사를 읽으면서 개인적인 경험이 하나 떠올랐다. 대학 재학 시절 나는 공모전을 30개 넘게 수상했었다. (자랑이다.) 거의 프로 공모전러 수준이라 이걸로 생활비 벌고 월세 내고 했었다. 이런 내가 신기했던지 학교 후배가 물어본 적이 있었다. “형 어떻게 그렇게 상 많이 탈 수 있어요?” 그 때, 내가 대답했던 내용은 대략 이러했다. “공모전 대회 나가면 100명이 온다고 했을 때 실질 경쟁자는 10명 정도야. 발표 현장에 가보면 나머지 90명은 무슨 이상한거 조사해오고, 쓸데 없는 부분이나 말하면서 핵심이 뭔지조차 모르게 발표를 해. 이건 내가 나간 모든 공모전마다 있었던 현상이야. 심사위원 입장에서 생각해봐. 뭔 소리 하는지도 모르고 지엽적인거나 발표하는 사람한테 상 주고 싶겠어? 핵심만 딱딱 발표하는 사람은 10명 내외니깐, 내가 그 중 한명이 되면 상을 타는거야.”
처음 할 때만 해도 이런 부분을 몰라 공모전에 많이 떨어졌었다. 그러다 핵심적인 것에만 집중하면 되는구나라는 걸 인식해 그 핵심을 파악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이후로 상을 탈 수 있었다.
시간 관리라는 것도 이와 똑같다 본다. 아무 생각 없이 살다보면 지엽적인 80%에 내 시간을 다 뺏기게 된다. 그 80%의 시간이 인생에 행복과 성취를 불러일으킬 확률은 매우 적다. 시간 낭비라고. 하지만 중요한 20%에 시간을 쏟다보면 인생의 대부분의 성취가 그 시간으로부터 오게 된다. 즉, 의식적 노력을 통해 중요한 일 20%를 찾고 거기에 시간을 몰빵하는 우선순위 명확화를 해야 한다.
하지만 이걸 이론으로 아는 것과 몸으로 실천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저게 중요한지 알아도 디지털 도파민은 너무 강하다. 책 읽다가 카톡 하고 싶고, 유튜브 보고 싶어 진다. 금단 현상까지 올 지경이다. 이럴 때 사용하면 좋은 방법이 있다. 바로 ‘뽀모도로 타이머’라는 것인데 30분 동안 타이머를 돌려 무조건 이 시간에는 선정한 의식적 행동만 해야하는 것이다. 1시간 2시간은 지속하기 힘들어도 30분 단위로 지키는 건 생각보다 할만하다. 이 때 오프라인에서 타이머 시계를 사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다. 혹은 독서는 오프라인 실제 책으로 하되 옆에 아이패드를 켜놓고 어플을 사용해도 좋다. (폰은 비추. 다른거 하고 싶어짐. 아이패드는 카톡이나 유튜브 같은 앱 안 깔면 된다. 폰은 현실적으로 그게 힘들다.)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도구는 애플 앱 스토어 평점이 만점에 가까운 딥워크라는 앱인데, 뇌를 망가뜨리는 하이퍼링크 기능도 없고 심플하게 딱 타이머 기능만 있다. 오늘의 집중 시간 / 이번주의 집중 시간도 기록해줘 통계적으로 내가 우선순위 20%에 얼마나 집중했는지 알게 해준다. 거기에 무료다.
나는 상위 20%의 우선순위 행동으로 사업 / 운동 / 글쓰기 / 독서. 이렇게 4개를 잡았다. 여기에 의식적 시간투자를 할 때마다 이 앱을 사용하고 있는데 하이퍼링크 기능이 없어 집중이 아주 잘된다. 거기에 앱 자체가 감각적이라 쓰는 내내 기분이 좋다.
이런 실무 도구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맞는게 다를 것이다. 어쨋든 변하지 않는 본질, 즉 오리지널리티는 상위 20% 행동에 집중하는 파레토의 법칙이다. 20대 80의 원리를 인지하고 사는 것과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상태로 사는 것은 인생에 큰 차이를 불러올 것이다.
원문 출처 : https://m.blog.naver.com/no5100/222413312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