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람은 2가지 모드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척수로 살아가는 모드이고, 다른 하나는 뇌로 살아가는 모드다. 혹자는 이 이야기를 듣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무슨 소리야? 내가 뇌로 살아가지 않는다고?”
그렇다. 대부분의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뇌로 살아가지 않는다. 일상이란 조건 반사적 자동화된 행동일 뿐,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생각이라는 것을 도통 하지 않는다.
철학자로 유명한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사골과 같은 말을 했다. 이 멋진 말에 사람들은 잠시 ‘생각’이라는 것을 하며 오오미!! 역시 나는 생각하는 존재다! 라며 자뻑을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생각도 잠시일 뿐 10분만 지나도 다시 자동화 된 습관처럼 우리는 일상 속에 파묻혀 버린다.
어떤 사람이 매일 아침 일어나 하는 행동을 살펴보자. 그는 습관적으로 세수를 하고, 출근을 하고, 업무(공부)를 하며, 집에 와서는 스마트폰을 좀 하다가 잠을 잘 것이다. 24시간의 자동화된 행동 중 이따금씩 ‘생각’이라는 것을 하기는 할거다. 그렇지만 이런 자동화된 일상 속에선 조건반사적 행동만 있을 뿐, 생각이란 하루 1~2시간이 전부다.
하지만 이 과정 중 계속해서 비일상적인 일이 일어난다면, 예를 들어 출근을 하는데 교통사고가 났다던지 / 세수를 하는데 물이 나오지 않다던지 / 핸드폰이 부셔져버렸다던지 하는 일이 일어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척수의 자동화된 프로그램으론 이를 해결 할 수 없다. 때문에 우리는 에너지를 들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생각을 해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나의 지능, 통찰력, 문제해결력 등 자신이 가진 역량들이 상승한다. 결국 우리를 발전시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은 비일상적 문제들이다. 일상에 파묻히는 순간 나라는 사람은 시간이 흘러도 큰 발전이 없다고 보면 된다.
어떤 사람이 나이를 먹어도 아무런 발전이 없는 이유. 또 어떤 사람은 나이가 어린데도 큰 발전이 있는 이유가 바로 이 포인트에 있다. 그 사람이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일상’에 지배당한채로 살았는가 / 아니면 ‘비일상’에 도전하면서 살았는가.
시간이라는 자원은 모두에게 동일하게 주어지지만 모두가 가치있게 쓰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 나이 숫자만 많고 아무런 발전도 하지 못한채 살아온 사람들이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본다. 그들은 귀중한 시간을 일상이 주는 안락함에 파묻혀 낭비해버렸던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현대인들이 원시인들보다 멍청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유발 하라리의 책 <사피엔스>를 들 수 있겠다. 우리들의 편견과 다르게 원시인들은 굉장히 똑똑하고 문제 해결력이 강했다. 그들은 문명화 된 시대에 살고 있지 않았기에 매일 24시간이 도전과 비일상의 연속이었다. 책의 내용 중 한 부분을 살펴보자.
'인간 공동체의 지식은 고대 인간 무리의 그것보다 훨씬 크지만, 개인 수준에서 보자면 고대 수렵채집인들은 역사상 아는 것이 가장 많고 기술이 뛰어난 사람들이었다. 사피엔스의 평균 뇌 용적은 수렵채집 시대보다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증거가 일부 존재한다. 그 시대에 생존하려면 누구나 뛰어난 지적 능력을 지녀야 했다. 하지만 농업과 산업이 발달하자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다른 사람들의 기술에 더 많이 의존할 수 있게 되었고, 바보들을 위한 생태적 지위가 새롭게 생겨났다.’ -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아담과 이브가 보낸 어느 날 파트 中>
결국 우리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비일상적 상황에 스스로를 계속 내몰아야 한다. 하루 잠깐만 생각하는 것이 아닌 하루 대부분을 비일상에서 나오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사용해야 한다. 내 경험 상 이것을 하기 좋은 방법은 2가지다.
첫 번째는 혼자서 하는 해외 여행
두 번째는 사업
해외 여행을 가는 순간 평상 시에 당연하게 여겼던 것도 전부 당연하지 않게 된다. 말이 안 통하니 지하철 하나 탈 수 없고, 버스를 어떻게 타야 하는지, 밥은 어디서 먹어야 하는지 모르게 된다. 상대방이 영어를 아예 못하는 경우도 많아 손짓 말짓을 다 섞여가며 소통해야 한다. 즉, 의식주 자체가 비일상이 되는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사람의 머리는 24시간 내내 굴러간다. 겨우 며칠의 시간이 한국 몇달에 상응할만큼 시간도 느리게 간다. 이런 과정을 겪으며 매일 성장을 이룬다.
특히 나는 무조건 외국을 혼자서 떠나는데 이유는 이렇다. 패키지 여행이나 친구와 함께 가보니, 그건 여행이 아니라 관광이 되더라. 나를 낯선 환경에 노출시키는 것이 아니라 익숙한 친구 옆에 있다보니 혼자서만 오롯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동기가 떨어지게 되었다. 리스크를 감수해야 배울 수 있는 것이 많아지는 법이다.
마찬가지로 사업도 비슷하다. 결국 사업이라는 것도 비일상적 상황 속에서 매일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속성을 띄고 있다. 직장인과 다르게 사업가들의 생각이나 마인드, 통찰력이 다른 것도 이런 포인트에서 온다고 본다. 직장인들은 일상을 살아나가는 사람들인 반면, 사업가들은 비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니깐.
결국 '일상'이 주는 안락함을 거부하고, '비일상'을 추구하며 살아야한다는 말이 되겠다. 멍청하게 살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