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되고 잊혀진

신촌극장 × 전진모 <세 그루의 숲 >

by 김소연

* 스포있음.

그러니까 연극은, 어떤 금지된 장소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금지된 장소는 '숲'이라고 불린다.

극장에 들어서면 하늘을 가리고 서 있는 나무들의 영상이 전면 벽을 가득 채우고 있다. 가만 보고 있으면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린다. 연극의 마지막도 소풍을 나온듯 세 친구들이 숲에 있는 영상이고, 연극 중간에도 숲 영상이 나온다. 그러고 보니 제목에도 숲이 있네.

세 친구가 오랜만에 만나고 띄엄띄엄 이야기를 나눈다. 셋은 '숲'이라 이름 지은 어떤 공간을 함께 만들고 운영했던 것 같다. 한 친구는 노래를 짓고 한 친구는 글을 쓰고 한 친구는 숲에서 왔다. 띄엄띄엄 이어지던 이야기는 복받치는 슬픔에 도달한다. 그러고 보니 첫 장면에서도 흐느꼈다. 두 친구가.

이들의 만남이 끝나면 연극도 끝난다.

계속 숲을 비추고 숲을 이야기하지만 숲이 어디인지는 알 수 없다. 금지된 장소이고 잊혀진 장소라는 것 말고는. 혹은 금지되고 잊혀진 모든 곳일 수도. 떠나왔고 그리움도 있지만 다시 가지않는 곳.

전진모의 전작 <그리고 흰 공책 가득 그것이 씌여지는 밤이 왔다> 역시 이야기는 뚝뚝 끊어지고 장면과 장면은 이음새 없이 이어진다. 그럼에도 전작이 조각조각 등장하는 장면들에서 인물들에서 등장하지 않는 이야기를 환기한다면 이번 연극에서는 말하지 않은 것을 떠올리게 하지 않는다. 연극은 세 친구의 만남에서 시작하여 헤어짐에서 끝나고 뚝뚝 끊기는 대화, 그 끊어짐이 곧 이야기이고 연극이다.

내가 처음 봤던 전진모의 연출은 일상의 세목을 빼곡히 채워넣음으로써 관습적 드라마에 저항하는 것이었다면, 그는 점점 비워내는 것으로 드라마를 비껴간다. 이야기도 사건도 인물도 한껏 비우는 대신, 이번 연극에서는 음악이 자주 등장한다. 음악이 이야기를 끊고, 장면을 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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