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들려주는 이야기

<비탈리나 바렐라>

by 김소연

<비탈리나 바렐라>. 페드로 코스타 감독 신작.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서울시네마테크에서도 상영되었단다. 난 어제 영상자료원에서 봤는데 객석이 꽉찰 정도로 관객이 많았다. 중간에 나가는 사람도 많았고.

타이들 롤인 비탈리나 바렐라의 자전적 이야기라고 하지만 영화를 보고 서사를 재구성하기는 쉽지 않다. 왜냐하면, 침묵극이라 할 만큼 대사가 극도로 절제되어 있는데다가 장소이건 인물이건 프레임 안에 극단적으로 조각난 부분만 담겨있고 그마저도 화면의 대부분은 어둠이다. 작은 창문 혹은 좁은 문틈으로 비집고 들어온, 혹은 벽에 부딪혀 반사된 빛에 언뜻 얼굴의 한 면, 사물의 부분이 드러날 뿐이다. 감독의 전작들의 연장선에 있으면서도 한층 양식화를 밀고 갔다고 한다.

얼떨결에 따라서 본 영화이고 영화에 대한 감독에 대한 아무 사전 정보 없이 봤지만 장면 하나 하나가 그대로 그림 한 편을 보는 것 같은 엄청난 이미지였다.

이 작품의 양식성에 대해 폰타이냐스 빈민가 이주민의 삶과 영화의 괴리, 그러니까 이 영화의 어둠이 현실을 은폐하는 것은 아니냐는 의혹, 이미 폰타이냐스는 재개발되어 존재하지않고 골목 등은 다른 장소에서 찍어 이어 붙였으며 실내 장면은 스튜디오에서 촬영되었다는 지적은, 그러나 온당하지않다. (영화의 어둠 역시 철저히 설계된 것인데 엄청난 양의 조명을 설치하고 조리개를 한껏 조여 찍은 것이란다.)

이 영화의 양식성은 빛과 어둠의 대비, 특히 화면을 압도하고 있는 어둠에서 비롯된다. 영화는 어둠을 벗고 빛에 드러난 것이 아니라 빛이 닿지않는, 닿을 수 없는 어둠이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때로는 드러난 것보다 드러나지않는 것에 더 많은 이야기가 있다. 어떤 어둠은 진실을 은폐하지만 어떤 어둠은 진실을 말한다. 빛으로 드러낼 수 있는 진실만 진실인 것은 아니며 빛으로만 세계를 인식하는 것도 아니다.

덧) 영화를 보면서 '조망'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드론을 띄우고 항공 촬영을 해서 만들어진 이미지가 더 진실한 이미지일까? 그 역시 어떤 관점으로 만들어진 하나의 이미지인 것은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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