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지타노

다들, 그렇게

by 조르바


이탈리아 남부에 있는 그 유명한 포지타노 해변에서 이십여 분 남짓 머물러 있다가 다시 버스를 타러 올라가는 길. 해변에서 이렇게 짧은 시간을 체류한 적도 처음이고, 가지고 온 해변용 수건을 쓰지 않은 해변도 나에게는 처음인 곳. 기대했던 것과는 다르게 내가 좋아하는 요소가 하나도 없는 해변이라서 실망감만 한가득 안았다. 경사진 언덕에 있는 길과 집들을 둘러보며 버스정류장에서 해변으로 내려오는 길은 아름다웠지만, 내가 좋아하는 해변은 아니었다. 검은 모래, 그 모래 사이사이에 박힌 수많은 담배꽁초와 쓰레기들. 좁은 백사장에 많은 사람. 시끄러운 음악을 틀어대고 음주·가무를 하는 젊은 청년들. 비싼 술과 음식을 팔고 있는 카페와 레스토랑에서도 시끄러운 음악이 터져 나왔다. 아침에 갔던 카프리에서 더 시간을 보내거나, 소렌토에서 편하게 시간을 보냈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하는 도중에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다.


왕복이 차선의 좁은 도로에는 관광객들이 몰고 다니는 자동차들로 북적이고, 버스정류장을 알리는 표지판에는 페인트칠이 거의 벗겨진 버스의 문양이 이곳이 정류장임을 말해주고 있다. 인터넷에서 찾은 정보로는 한 시간에 한 대꼴로 소렌토로 가는 버스가 온다고 되어있다.


그렇게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숫자를 헤아리면서 내가 하는 여행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았다. 저렴한 숙소와 대중교통에 의지한 나의 여행. 이른바 가격대성능비가 좋은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나의 매일. 육체적으로 나도 편안한 여행을 한 번쯤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자, 어린아이처럼 누구의 소매를 잡고 징징거리고 싶었다. 아마 엄마가 옆에 있다면 이런저런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투정을 부렸을 게 뻔하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 해가 점점 서쪽으로 기울고, 깎아지른 절벽과 산에 짙은 일몰의 색이 점점 드리워졌다. 그리고 어느새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숫자는 폭발적으로 늘어나 있었다. 버스정류장 표지판의 양옆 오십 미터를 줄 서 있는 사람들의 숫자를 보니 점점 불안해졌다. 이대로 가다간 버스가 오더라도 내가 타지 못할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버스를 타지 못하면 그다음 버스를 타야 하고, 그다음 버스가 한 시간 뒤에 온다는 보장도 없었다. 스마트폰 화면에 나타낸 시간을 보았다. 소렌토에 도착한다면 몇 시일까.


천천히 도착하는 버스. 버스가 달려오는 속도와 예상 정차 지점을 빠르게 예측하여 앞 문 앞에 바로 설 수 있었다. 버스가 도착했을 때는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질서와 양보라는 단어는 아주 오래전 사라진 문명의 고대 언어와 같이 낯선 것이었다. 미처 버스에 오르지 못한 사람들은 버스 기사에게 울부짖다시피 태워달라고 애원하고 있었다. 버스 창밖에 일그러진 수많은 슬픈 얼굴을 보면서 이 순간 버스에 올라 굴러가는 바퀴에 의지해 목적지로 가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참 위안이 되었다. 그리고는 버스 안에 모든 사람을 굽어보았다. 나의 여행이 피곤하다고 조금 전까지 투덜댔지만, 많은 사람이 나와 같이 여행을 하고 있다. 외국인과 내국인, 여자와 남자, 젊은 사람과 나이 든 사람. 유쾌하지 못한 사람들의 체취가 코끝에 살랑거렸다. 해가 서쪽으로 지고 있었다. 그렇게 소렌토로 다가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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