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티슬라바

도시 속에서 맞이하는 모래 바람이란

by 조르바



깊은 사막을 가로지르는 전철 안에는
나와 기관사가 함께하는 침묵이 가득하고
정거장에는 내리는 이도 오르는 이도 없이
열고 닫히는 창 사이로 모래바람이 들어와
마음 한쪽에 켭켭히 쌓이네

주차장을 가득 메운 차들은 하나 같이 차갑고
도로에 같은 키의 나란히 눕혀진 건물의 속은 허하네
빛이 들어오지 않는 가로등의 꺼진 숨에는
태고부터 누구의 손이 닿지 않은 고독이 엿보이네

발에 밟히는 낙엽 안에는
깊은 바다 고래의 느린 숨소리가 숨어있고
내가 들이마시는 공기에는
어릴 적 맡았던 잊을 수 없는 봉선화 향이 가득하네

쓸쓸히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살살 내리는 비
한기를 뚫고 대지로 떨어지는 비
그렇게나 보고 싶어 무엇을 가득 끌어안고
잠을 청해야 했던 날이었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