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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핼로군 Sep 26. 2023

공보의 배치 2

2019.02.11

공보의 제비뽑기는 총 3번 - 첫째 날 지역 제비뽑기 (충남, 충북, 경기, 대전, 부산, 전남 등) → 둘째날 시군구 제비뽑기 (전남이면 영광, 순천, 여수, 목포, 영암, 신안 등) → 보건지소 제비뽑기 (00 보건지소, ㅁㅁ 보건지소 등)의 순서로 이루어진다. 


 '전라남도' 지역이 정해진 뒤 하루의 시간만 있기 때문에 그 안에 어디 지역이 좋을지 생각하고, 어느 보건지소가 환자가 몇 명이고 (어차피 대부분 감기, 고혈압, 당뇨 환자를 보기 때문에 환자 수가 적을수록 좋다.) 가까운 고속도로까지 몇 분이고, 관사 상태가 어떻고 등을 다 고려해야 한다. 정리충인 나는 하루 만에 이 모든 정보를 조합해서 그림을 만들었다.


 두 번째 제비뽑기를 하기 위해 무안의 김대중홀로 98명의 일반의 공보의들이 모였다. 다들 씁쓸하게 웃으며"전남이에요?" 하면서 두 번째 제비뽑기를 기다렸다. 2번째 제비뽑기는 '나주' '곡성' '장성' 등 그나마 KTX도 지나고 위쪽인 지역부터, '신안' '완도' 등 섬 투성이인 지역까지 여러 지역 중 어디를 가게 될지 뽑는 제비뽑기인지라 어찌 보면 첫 번째 제비뽑기보다 중요하다. 앞에서 들리는 1번이라는 소리에 부러워 죽고, 뒷번호 뽑은 사람을 보면 다행이다 싶고,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다. 87번...  그렇게 나는 섬 많다는 곳에 가게 되었다. 이제 그냥 나는 세상에서 제일 운 나쁜 놈이 되어 있었다.


 앞으로 살면서 어떠한 제비뽑기도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며 한 보건소 마지막 제비뽑기에서 그나마 운이 좋아 가까운 쪽의 섬을 뽑고 집으로 돌아왔다. 기차 3시간 반을 타고 돌아오는데 7명의 친구와 통화를 했는데도 도착하질 않았다. 어제의 나는 상상도 못 했던 내가 또 되어 있었다. 집에 돌아와서 원래 야식 잘 안먹는데, 부모님과 바로 치킨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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