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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핼로군 Sep 27. 2023

섬에서 처음 맞은 심장마비

2019.06.03 초보의사일지

 한 할아버지가 일하다가 가슴이 아프다고 왔다. 원래는 진료받으러 안 오려고 했지만 주위 사람들이 점심시간 조금 가지라고 보건지소에 들리라고 했다고 해서 들렸다고 했다. 


 섬 보건지소 의사에게 가장 큰 두려움이라고 하면 '급성 심근경색'이다. 심장에게 가는 피가 안 가서 심장근육이 망가지는 질환인데, 흔히 말하는 심장마비가 급성 심근경색이다. 흔히 발생하는 일도 아니라 일단, 할아버지에게 몇 가지 물어봤다.

"어디가 아프세요?"

"여기 왼쪽 가슴이 아파요"

"어떤식으로 아프세요?"

"심장을 움켜쥐듯이 아파요" 등등


여기서 아차 했다. 심근경색을 책으로 배운 나지만, 이건 심근경색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이 되어서, 급하게 보건지소의 모든 인력을 동원해 할아버지를 검사했다. 심전도를 찍었는데, 심근경색 소견을 보였다. 여기 심전도는 분석 기능이 없기 때문에 순전히 혼자서 분석까지 해야 하는 게 너무 힘들었지만, STEMI 소견인 것 같아서 빠르게 처치했다. 


"NTG 설하 투여해주세요, 아스피린 3알 씹어서 드시라고 하세요" 등등 진료를 하고, 수액라인을 잡던 중, 그래도 멀쩡해 보이던 할아버지가 뒤로 쿵하고 쓰러져서 입에 거품을 물었다. 헬기를 부르고 있던 나는 모두가 나에게 집중되는 것을 느꼈다. 그 뒤로는 아비규환이었다. 환자 보호자들은 울면서 제발 살려달라고 하고, 여러 사람들 모두 처음 보는 광경에 너무 놀랐다. 나도 마찬가지고. 하지만 우리는 너무 생각할 시간이 길어서는 안 됐다.


"CPR 시작합시다" "AED 연결해주세요" 해서 응급 심폐소생술을 실시하고, 전기충격기로 환자에게 쇼크를 주었다. 다행히 헬기가 15분 만에 도착했는데, 헬기가 도착하기 직전에 할아버지가 앰뷸런스에서 눈을 떴다. 보호자 분의 손을 잡아주면서 가고 있었는데, 의식이 돌아와서 "저 보이세요?" 할 때 고개를 끄덕이는데 내가 다 눈물이 났다. 진짜 의사는 생각보다 무거운 직업인 것 같다. 


이송을 마쳤는데, 이송한 병원의 응급의학과 선생님이

"일단 환자는 무사히 CAG (심장 혈관 뚫는 작업) 들어갔네요. 잘하셨어요. 선생님이 한 명 살리신 거예요" 하시는데, 되게 감격스러웠다. 한 사람의 생명을 살렸고, 그게 엄청나게 보람찼다. 밤에 너무 행복해서 잠을 이루기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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