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건 무엇일까.
늘 곁에 머무는 걸까.
아니면 인생의 방향이 흔들릴 때,
말없이 중심을 잡아주는 걸까.
그 질문을 처음 품게 된 건 직장생활이 유난히 힘들었던 어느 시기였다.
일 때문이라기보다 사람이 이유였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 직장이 되자,
그곳에서 생긴 감정은 자연스럽게 일상 전체로 번져갔다.
친구들을 만나도 회사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었고,
어느 순간부터 나는 나도 모르게 부정적인 말만 반복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멈춰 서게 됐다.
듣는 친구들 역시 각자의 자리에서 버티고 있을 텐데
잠시라도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이 자리를 함께했을 텐데
'내가 너무 많은 감정을 쏟아내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 순간 처음으로
'내가 얼마나 힘든지'보다
'혹시 누군가를 힘들게 하고 있지는 않은지'가 더 크게 다가왔다.
그때 한 친구가 먼저 말을 건넸다.
"네가 이렇게 말하는 건, 정말 많이 힘든 거야."
그리고는 어디서 이런 이야기를 하겠냐며 괜찮다고 했다.
조급하지도, 가볍지도 않게 내 이야기를 들어주던 그 말투와 태도가 오래 남았다.
그 말은 나를 설명하게 만들지 않았고,
나는 그저 힘든 사람으로 이해받고 있었다.
그런 이해는 다른 순간들에서도 반복되었다.
오렌 고민 끝에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 했을 때,
굳이 왜 지금이냐며 하던 일의 경력을 쌓는 게 맞지 않겠냐는 말들도 들려왔다.
일을 시작하고 나서는
코로나로 힘들던 시기라 걱정과 한숨이 먼저 따라왔다.
하지만 모든 반응이 같지는 않았다.
다 경험이라며, 도전하는 모습이 멋있다고 말해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고,
앞으로 더 잘해나가기 위해 방법을 하나씩 찾아가면 된다고
늘 웃는 얼굴로 이야기해 주었다.
그 말들은 조언이라기보다
내 선택을 의심하지 않는 신뢰처럼 느껴졌다.
이렇게 돌아보면, 내 곁에는 늘 든든한 관계들이 있었다.
나는 한동안 좋은 관계란 힘들 때 옆에 있어주는 관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알게 됐다.
정말 고마운 관계는
힘든 순간뿐 아니라
좋은 일이 생겼을 때,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때
진심으로 기뻐해주고 응원해 주는 관계라는 것을.
모든 관계에는 적정선이 있다는 것도 배웠다.
너무 가까이에서 모든 것을 알려고 하지 않는 거리,
내 인생의 선택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고 믿어주는 태도,
매일 만나고 연락하지 않아도
중요한 순간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이.
서로 힘들 때는 조용히 손을 내밀고,
좋은 일이 생겼을 때는 가장 먼저 축하를 건네는 관계.
그런 관계 하나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인생의 여러 순간을 훨씬 단단한 마음으로 지나올 수 있었다.
이 사람들과의 관계 역시 언젠가는
'시절인연'이라는 이름으로 마침표를 찍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괜찮다.
이 관계들 덕분에
나는 사람을 대하는 방식과
관계를 바라보는 시선을 배웠으니까.
이제는 바란다.
누군가의 인생에서
늘 곁에 있지는 않아도,
중요한 순간에 믿음으로 남는 사람.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람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