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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미남 Aug 26. 2020

조침의 기쁨

#정리해고 #희망퇴직 #인생

역대급 태풍 바비가 제주도에 상륙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위치한 서쪽 금능을 관통합니다. 어젯밤 일부러 일찍 잠들었으나, 새벽에 휘몰아치는 태풍 소리에 알람시계 없이 저절로 눈이 떠졌습니다. 밖은 어둠으로 가득한데 천장만 바라보다 이대로 안 되겠다 싶어 글 몇 자를 그적여봅니다. 지금 이 순간은 뭔가 재난영화를 간접 경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창문 흔들리는 소리, 나무 흔들리는 소리, 심한 바람소리까지 계속 듣다 보면 얼마 안가 유리창이 깨질 것 같은 생각까지 듭니다. 저야 한달살이 중 2주째를 접어들 뿐이나, 이 시기에 휴가로 오셨던 분들은 정말 걱정이 이만저만 아닐 것 같습니다. 전 감히 상상도 하기 싫을 정도입니다. 다른 한 편으로는 여유가 조금 생겨 심적으로 제가 만약 그럴 경우가 생긴다면 그냥 숙소에서 머물며 음악을 듣고, 책을 읽으며 식사는 전날에 비축한 식량으로 먹을 것 같습니다. 일생에 한 번뿐인 경험이 될 수 있는 순간이니 그 순간을 즐기자라며, 여기 와서 발견한 라틴어 2개를 제 뇌리를 하루에 몇 번이고 스칩니다. 긍정의 신호로 보면 되겠죠? 



라틴어 카르페 디엠(지금 살고 있는 현재 이 순간에 충실하라)

아드 아스트라 페르 아스페라(역경을 헤치고 별을 향하여)


그런 의미에서 이제는 익숙한 백수생활에서 조침에 들어갈까 합니다. 길게는 아닙니다. 그럼 새벽에 일어난 의미가 없으니까요, 딱 10-15분 정도만 잡니다. 조침의 기쁨을 여기 와서 느꼈습니다. 하루를 남과 다르게 더 보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입니다. 참! 조침 할 경우, 반드시 휴대폰은 알람 설정하고 덮어두어야 합니다. 유튜브를 보는 순간 저의 알고리즘에 의하여 30분 동안 보고 있게 되니까요(무얼 보고 있지? 나중에 글을 써보겠습니다) 조침 하고 나서 다시 책을 읽거나 브런치 글을 쓰는 방향으로 칩거생활을 하겠습니다. 



태풍아 제발 조용히 물러가고,

다음 주 2개 더 온다는데 제발 제주도에만은 아니 한반도에만은 오지 말거라. 

부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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