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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미남 Sep 08. 2020

제주도 '섬 속의 섬'

#정리해고 #희망퇴직 #인생

태풍이 물러가고 이틀 연속 화창한 날씨가 지속되고 있는 이 곳 제주입니다. 오늘은 무엇을 해볼까? 평소에 일정을 전날에 미리 정하고 실행에 옮겼던 터라 갑자기 일정이 없으니 무얼 할지 새벽 6시부터 고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예전에 가려고 블로그 URL을 살펴보다 한 곳 비양도를 발견하였습니다. 일부러 낯선 곳을 향해 떠나 영감 얻기에 이만한 곳이 없다 여겼습니다. 제주도에서는 동쪽 우도의 (작은) 비양도와 서쪽 한림의 (큰) 비양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차이는 크기도 있지만 우도 쪽 (작은) 비양도는 차량으로 이동 가능하나 제가 오늘 갔던 (큰) 비양도는 배로 이동을 해야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때마침 제가 묵고 있는 숙소도 한림에서 차로 9-10분 거리이고, 첫 배 출항도 오전 9:20분이라서 아침을 대충 먹고 커피 한잔하며 한림항으로 출발하였습니다. 한림항에서 왕복 티켓 9천 원을 결제하고, 배에 승선하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배도 정말 오래간만에 타보는 것 같습니다. 약 15분 정도 걸려 도착한 이곳은 사실 8월에도 갈려고 했으나, 숙소 사장님께서 극구 말리셨습니다. 땡볕 그늘 하나 없는 곳에서 두어 시간을 구경하는 것은 정말 미친 짓이다! 라며 말입니다. 9월 둘째 주가 되고 온도가 25도 정도 선선한 바람이 불어 이때 아니면 정말 못 가볼 것 같단 생각에 갔었는데 그래도 더웠습니다. (다만 육수처럼 흘러내리지 않았습니다) 섬 하나를 크게 도는데 빠른 걸음으로 약 1시간이면 충분히 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섬 곳곳에 관광지나 먹거리, 그리고 쉼터 마루에 앉아 바닷소리를 들으며 잠시 멍 때리는 시간을 해줘야 2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는 곳입니다. 아! 무조건 에어팟(또는 이어폰)은 가지고 가지 마시고, 두어 시간 귀에 바닷소리와 새소리 대나무 숲 소리 등을 듣게 해 주세요. 사람들도 드물어 더 잘 들리며, 고요함 속에 소소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합니다. 



참! 지나가다 비양도 주민분께서 직접 지도와 얼음 생수통 하나를 주셨습니다. 어찌나 감사하던지, 덕분에 더 기억에 남은 여행이 된 것 같습니다. 비양도 섬에서 본 바다는 사람이 확실히 사람 많은 바다와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사색할 시간을 주었는데, 이 중에서 제 어린 시절 이와 비슷한 포항 동해면 임곡리의 바다에서 아버지와 함께 수영했던 모습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습니다. 거진 25여 년 만인데 가슴 한편에 뭔가 뭉클했습니다. 지금의 아버지와 또다시 할 수 있을까, 꼭 한 번쯤 바다는 위험하니 수영장이라도 모시고 가서 함께 하고 싶다고 또 생각만 해봅니다. 



이 곳 비양도에서는 감태 수확시기라고 합니다. 저도 처음엔 미역인 줄 알았으나, 미역과에 속하며 화장품 원료와 각종 재료 등에 쓰인다고 합니다. 식용은 안되는데 kg당 5천 원에 거래가 되어 이곳 주민분들께서 더운 날씨임에도 불구 대부분 작업을 하시고 계셨습니다. 현장판매는 안된다고 합니다. 할머니께서 홀로 제주도 방언인지 노래인지 말씀하시며 감태 말리는 모습 또한 예전 돌아가신 저의 친할머니 모습이 생각나서 찍어봤습니다. 제사 때 찾아뵙지 못하고 있는 이 불효자를 용서하세요. 할머니! 행복하게 잘 지내고 계시죠? 보고 싶습니다.



그렇게 비앙도 전체를 한번 돌고 난 뒤, 다시 배를 타고 함림항으로 출발합니다. 한림항에서 출발할 때는 왠지 모르게 홍콩 느낌이었는데, 돌아갈 때는 동남아(베트남) 느낌이 났습니다. 당연했던 모든 것들이 그리웠던 비양도의 짧은 여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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