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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영 Aug 02. 2022

Rififi

고독과 낭만은 남자들의 것

이 고독한 필름누아르의 숙명론적 세계는 오직 남성들만의 전유물이다. 

담배연기 짙은, 피비린내 진동하는 어두운 뒷골목, 거친 사나이들의 뜨거운 우정과 차가운 배신, 처절한 복수와 뒤따르는 공허함, 이미 인생 2회 차인 듯 매사에 냉소적 태도로 일관하는 '쿨'한 주인공. 이렇게 '쿨'한 뒷골목의 사나이들 사이 여성이 낄 자리는 없어 보이는 듯하다. 

대부분의 여성 인물들은 수동적이며, 이러한 '쿨'한 남성들의 욕망의 대상이자, 갈길 바쁜 그들의 앞길을 막아서는 방해물일 뿐, 그 어떠한 주체적인 서사도 이끌어내지 못한다. 

남자가 감옥에 간 사이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졌다는 죄로 채찍질을 당하면서도 그를 가엽게 여기며 그에게 헌신하는 그녀, 남편이 벌인 도둑질로 인해 자신의 아이가 위험에 빠졌지만 남자들이 해결할 문제라며 적반하장으로 호통치는 남편에 의해 손 놓고 기다려야만 하는 아내. 


도둑질을 할 때조차 양복을 갖추어 입는 멋에 살고 멋에 죽는 쿨한 도둑들. 

필름 누아르의 숙명론적 세계관에 의해 이미 결말이 정해진 그들의 비참한 최후를 야기하는 사건 또한 그 도둑들 중 하나로부터 훔친 장물들 중 하나를 선물 받은 여성이 그 도둑들의 라이벌 갱스터들에게 발각되면서 이다. 그녀는 영문도 모른 채 그들을 죽음의 길로 인도하는, 아주 우스꽝스러운 바보로 그려진다. 왜 짝퉁 반지를 갖고 호들갑들이냐며. 


갱스터들의 피비린내 나는 총격전, 죽은 친구들의 복수와 자신의 대자(Godson)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건 '쿨'한 주인공의 혈투. 그는 모든 복수를 끝내고, 치명상을 입은 채 아이를 집까지 무사히 데려다주고는 끝내 숨을 거둔다. 아이의 엄마이자 친구의 아내는 그를 쳐다도 보지 않은 채 자신의 아들만을 끌어안고 집으로 들어간다. 그의 옆에 놓인 돈가방. 그들이 찾던 구원. 그 모두가 허황된 꿈. 끝까지 아주 '쿨'하다.


납치된 아들 걱정에 몸져누운 아내의 한 마디,


수많은 아이들이 당신과 같이 가난하게 태어났지만 당신은 그들과 다르게 갱스터, 터프가이가 되었지. 하지만 내 생각은 달라. 가난하지만 그 삶을 버텨내며 살아가는 그들이 터프가이야. 당신이 아니라. 

그녀의 그 한 마디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범죄를 저지른다는 그들의 위선적이고 이기적인 행태를 날카롭게 꼬집는다. 하지만 그녀는 그저 침대에 누워 남자들이 일을 해결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자신의 목숨 같은 아들이 눈앞에서 납치된 상황에서도 말이다.  



-Jules Dassin 감독 영화 "Rififi" 왓퍄피디아 한 줄이 아닌 한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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