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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영 Aug 03. 2022

Kiss Me Deaedly

It's Hammer time!

흑백 화면의 강렬한 콘트라스트, 칠흑 같은 어둠이 내린 밤, 누군가에 의해 쫓기듯 도로를 맨발로 내달리는 여자의 다리가 멀리서 다가오는 자동차의 헤드라이트에 비친다.

간절한 그녀의 손짓에도 무심하게 지나치는 자동차들.

결국 그녀는 다음 자동차에 자신의 운명을 건다. 자동차의 앞으로 뛰어들어 팔을 뻗고 차를 막아 세운다.

긴장되는 순간, 차는 가까스로 그녀를 피해 갓길로 빠져 위태롭게 멈추어 선다.

'손가락은 뒀다 뭐합니까?'

'제가 손가락만 세웠다면 당신이 멈춰 섰을까요?'

여자를 차에 태운 남자는 라디오를 틀고, Nat King Cole의 노래와 함께 뒤섞이는 그녀의 숨 가쁜 신음소리.

그들의 뒷모습 위로 크레딧이 거꾸로 내려온다.


근래 본 영화 중 가장 강렬한 도입부, 그 이후 나타난 '그들'에 의해 그녀는 죽임을 당하고, 그는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다. 하지만 그들은 사람을 잘못 건드렸다. 그녀를 차에 태운 주인공은 이름하여 미국 하드보일드 소설의 전설적 주인공, 제임스 본드를 능가하는 수려한 외모와 뛰어난 언변으로 여성들을 쌍코피 터지게 만들고, 진실과 정의보다는 돈!이라는 비열함까지 갖춘 이 시대의 쿨가이, 추리는 머리가 아닌 주먹으로 한다! 바로 그 유명한 불주먹 사립탐정, Mr. Hammer 였기 때문이다!


이제 그 미스터리한 여자의 죽음을 둘러싼 거대한 비밀을 파헤치기 시작하는 탐정 해머, then what do we say?

 "It's Hammer time!"


그녀의 죽음의 배후인 정체불명의 '그들'의 끊임없는 협박과 방해공작으로 인해 수사는 난관에 처하고, 그때마다 그가 가진 강력한 무기인 불주먹을 이용해 정면으로 난관을 헤쳐나간다. 개연성 없는, 우연성에 기댄, 사건의 중요한 단서들의 갑툭튀와, va-va-boom 3d-pow를 끊임없이 외치던 조력자인 친구의 죽음과 애인의 납치로 인한 해머의 분노 게이지 상승으로 인해 분위기는 고조되고, 영화는 뜨거운 증기를 내뿜으며 베일에 싸인 종착지를 향해 달려간다.


복잡한 스토리 구성과 그렇지 못한 추리 과정의 부조화가 만들어내는 이상한 매력, 인과관계가 부족한 이야기의 동력, 결말에 다 달아 밝혀지는 맥거핀의 존재, 냉정시대 미국이 열어버린 판도라의 상자? 그것은 원자폭탄?? 하지만 그 모든 걸 압도하는 디스토피아적 음산한 분위기과 해머라는 인물의 강렬한 존재감.


뭘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해?


그냥 즐겨.


왜냐고?


Because...


It's Hammer time!




-Robert Aldrich 감독 영화 "Kiss Me Deadly" 왓챠피디아  줄이 아닌 한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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