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시간, 사진, 영원
을 찍는다는 것은 흘러가는 을 붙잡는 일.
수많은 선들과 점들이 모여 그림이 되듯이, 영화 또한 인생의 매 순간들을 찍은 수없이 많은 사진들을 이리저리 모아 붙인 한 편의 그림, 그것의 또 다른 이름, 영원.
현재를 사는 우리는, 그 하나의 점, 그 하나의 사진 속에 존재하고, 그것들이 모여 하나의 그림, 하나의 영화가 되고, 결국 우리는 영원 속에 속한다.
은 단순히 피사체의 형상을 띤 인화지가 아니다.
우리는 자신의 모습이 담긴, 또는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을 담아준 그 사진을 보며, 그때 당시 맡았던 공기의 냄새를 맡고, 몸에 닿았던 바람의 감촉을 느끼며, 내 귀에 살포시 와닿는 그녀(그)의 다정한 목소리에 입꼬리가 슬그머니 올라간다. 그렇게 우리는 그때 느꼈던 감정을 다시금 느낀다. 한 마디로, 그때의 시간으로 되돌아가 다시금 사는 것이다. 단지 다른 점은 사진을 보는 현재, 내 옆에 그녀(그)가 없을 뿐이다.
자신이 죽기 전, 짧은 시간 동안이나마 함께 곁을 지키며 사랑의 감정을 선물해준 다림의 사진을 본다.
이미 정원이 세상을 떠난 후 정원의 사진관에 걸려있는 자신의 사진을 본다.
이 서로에게 선물한 시간, 함께 사진을 찍으며, 서로
를 아끼고 했던 그 순간은 그 사진 속에 할 것이다.
-허진호 감독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