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불고기를 한 점, 김치찌개 한 숟가락을 맛보시더니 숟가락을 내려놓고 한참을 음식을 바라보신다.
"여기서 밥 한끼 먹였으믄 싶다. 라면도 그렇게 맛있게 먹는데, 밥 한끼 제대로 먹였으면 싶어."
"어. 아빠. 이따 연락해서 내일 저녁에 시간되는지, 밥 같이 먹을 수 있는지 물어볼게."
"오냐. 그럴래? 여기가 맛이 괜찮네. 내일 여기 오자"
이탈리아 여행 중, 유명하다는 현지음식을 여럿 맛 보는 동안 별로 큰 불평없이 즐겨주신 아빠였지만,
그 중에서도 중식을 드실 때 제일 맛있게 드시던 모습이 생각나서 오늘은 좀 쉬어가잔 의미에서 한식집에 들른것이었다. 그런데 막상 타국 여행 중, 익숙하고 맛있는 한식을 한술 뜨니 큰 딸이 떠올라 밥이 안 넘어가시는 모양이었다. 내일 저녁을 같이먹자고 말해보겠다는 내 말을 듣고서야, 그제야 식사를 하신다.
나는 여행 내내, 아빠의 마음이 가늠이 되지 않았다.
아빠는 어떤 마음일까.
발에도 제대로 맞지 않는 허술한 가죽 샌달에 언제 한번 본 적도 없는 생소하게 생긴 치렁치렁한 수녀복을 입은,
십 수년 전 미국유학을 떠나면서 맞춰간 안경을 아직도 쓰고,
로션이며 무엇이며 바르지않아 푸석푸석한 피부와 입술을 하고서도
본인은 지금이 행복하다며, 잇몸을 드러내고 웃고 있는 큰딸을 바라보는 마음은 대체 어떤것이었을까.
여행 첫날 언니를 만나, 우리 숙소로 데리고 왔을때 언니에게 피자나 파스타를 먹겠느냐, 아니면 우리가 가지고 온 신라면에 햇반, 김과 김치 따위를 좀 먹어보겠느냐 물었고 언니는 라면을 먹겠다 했다.
"아~ 맵다~ 10년 넘게 매운걸 안먹었더니 이건 정말 맵네~"하면서도 나중엔 "밥을 좀 말아 먹어볼까~"하고 그렇게 맛있게도 먹었더랬다.
한국에 돌아온 날, 짐을 풀고 쉬려고 하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아빠였다.
"너무 피곤하고 밥해먹을 기운도 없어서 컵라면을 하나 사왔는데, 못먹겠다. 자꾸 '맵네~'하면서도 밥까지 말아먹던 그 모습이 생각나서 목이 막혀서 못먹겠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물어보려고했는데 못 물어봤네. 가~는 왜 그래됐으까? 왜 그랬을까?"
나는 전화를 끊고 한참을 울었던 것 같다.
아마 아빠도 우셨을것이다.
아빠는 여행 내내,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이유를 물어보겠다고 하셨는데 끝내 묻지 못하셨다. 그 질문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이미 다 지난일인데..라고 얼버무리셨다. 아마 겁이 나셨던 것 같다. 그 이유가 혹시나 정말로 부모로서 감당하기 힘든 그런 이유였을까봐.
......
2018년 여름. 그렇게 여행 일정을 마무리하고 언니와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던 콜로세움 지하철 역.
훠이훠이 뒤돌아서 서둘러 떠나는 언니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다 뒤돌아선 아빠가 오열하며 가슴을 치던 모습을 나는 잊을 수가 없다.
그런 아빠가.. 2024년 현재.
위암 4기를 진단 받고, 힘든 싸움을 시작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