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마주하기 힘든 환자

아버지의 췌장염

by 키튼

최근 들어 가장 마음을 오래 붙잡고 있는 사람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사람은 병원에서 만난 환자가 아니라, 내 아버지다.


벌써 2년쯤 되었나.
어느 날 갑자기 어머니에게 해외에서 전화가 왔다. 부모님이 태국 여행 중이었는데, 아버지가 갑자기 명치 쪽에 견딜 수 없을 만큼 심한 통증을 호소한다는 이야기였다. 응급차를 부를지 말지 우왕좌왕하는 상황이었다.


나는 이런 통증의 양상을 너무도 익숙하게 들어온 사람이라, 본능적으로 이것저것 물었다. 통증의 위치, 강도, 동반 증상, 식사 여부. 이야기를 종합해 보니 술을 드시지 않는 분임에도 급성 췌장염 가능성이 강하게 떠올랐다. 우선 아무것도 드시지 말고 근처 응급실로 바로 가시라고 했다. 췌장염이라면 통증 조절도 필요하고, 금식과 수액 치료가 시급했다.


부모님은 급히 태국의 병원으로 향했고, 나도 현지 의료진과 진땀 흘려가면서 영어로 통화를 했다. 한국에서 내과 의사로 일하고 있으며, 환자는 내 아버지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의 병력과 평소 건강 상태, 복용 중인 약까지 최대한 자세히 전달했다. 다행히 태국 의사는 매우 협조적이었다. 아버지 상태를 차분히 설명해주었고, 결국 예상대로 진단은 췌장염이었다.




입원 후 금식과 수액 치료를 받으며 아버지는 조금씩 호전되었고, 우여곡절 끝에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그 과정에서 감사나 고마움 같은 말을 기대하지 않았다. 아들로서, 또 의사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다고 생각했다. 다만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것은 따로 있었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술을 거의 드시지 않는 사람에게 갑자기 췌장염이 왔다는 사실이 쉽게 납득되지 않았다. 그래서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다시 검사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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