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키튼 Jan 02. 2023

성시경과 함께 했던 인생의 ‘모든 순간’

2022.12.24 성시경 연말 콘서트 

 그가 데뷔했을 때 덩치가 큰 평범한 발라드 가수 정도 생각했다. 당시에만 해도 발라드 가수는 매년 새로 나왔다가 사라지고는 했으므로 그도 곧 그런 수순을 밟으려니 생각했던 거 같다. 성시경이라는 가수가 내 기억 속에 또렷해진 것은 ‘버터왕자’라는 타이틀을 얻고 나서부터였다.  <애정만세>[2001년~2002년 방영]라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가상 연애를 하는 것이었는데, 한창 사춘기였던 나에게 캠퍼스 낭만을 꿈꾸게 만들었다. 나도 대학교에 가면 저렇게 미팅도 하고 서울에서 예쁜 여자친구와 데이트해야지. 그러려면 일단 좋은 대학교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했었다. 그 덕분에 공부도 꽤 열심히 했다.

아무튼 그는 학창 시절 나의 우상이었고, 2000년대 청춘의 상징이었다. 


그 시절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들으려면 불법 다운로드를 하던지 라디오에 흘러나오는 조악한 음질의 노래를 녹음해야 했다. 가장 사치스럽게(?) 노래를 듣는 방법은 CD를 사는 것이었는데 당시 CD 한 장 가격이 만원이 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간혹 외국에서 넘어오는 CD라던지 가수의 컴필레이션 앨범 같은 경우는 3만 원 정도 되는 것도 있었다. 학생이 덥석 사기에는 큰 액수의 금액이었다. 놀랍게도 나는 그의 첫 데뷔 싱글부터 5집 <거리에서>까지 전부 cd를 가지고 있다. 부정할 수 없는 성시경 덕후인 것이다. 


대학생 때도 노래방에 가면 성시경 노래를 많이 불렀다. <넌 감동이었어>가 나의 18번이었는데, 꼭 분위기 신경 쓰지 않고 발라드만 주야장천 불러대는 눈치 없는 아이가 바로 나였다. 그때는 내가 무슨 성시경이라도 되는지 알았다. 이후에 의대공부에 치이면서 잠깐 그의 음악과 멀어져 있다가 30살에 아내와 결혼하게 되면서 내 결혼식에서 그의 노래를 불렀다. 


‘너의 모든 순간’  


그가 작곡한 곡이었다. 



이번 연말 성시경 콘서트를 갔다. 

부산에서 그의 콘서트를 가고 거의 5년 만이었다. 그동안 코로나가 있었고, 성시경은 그보다 더 나이 들어있었다. 여전히 그의 노래는 완벽했지만, 부산에서 보았던 그때 보다 눈에 띄게 숨이 차보이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미어졌다. 마지막 앙코르 곡은 ‘두 사람’이라는 곡이었는데 


‘서툴고 또 부족하지만
언제까지나 곁에 있을게
모진 바람 다시 불어와도
우리 두 사람
저 거친 세월을 지나가리’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그의 노래와 함께했던 내 지난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지금 와이프 앞에서 그의 노래를 어쭙잖게 따라 불렀던 기억, 노래방에서 목이 터져라 연습했던 수많은 노래들. 시험공부할 때 들었던 노래들. 

지금 생각하면 중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그의 노래가 쭉 내 인생에서 함께했던 거 같다. 




그의 콘서트가 끝나고 '나이 듦'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언제 그와 내가 이렇게 나이를 먹어버렸나.

그렇게 센티한 마음이 들다가 왠지 감사한 마음도 들었다. 


올해 45세인 그는 꾸준히 무언가 도전한다.

적지 않은 나이에도 유튜버에 도전해서, 구독자가 100만이 넘는 골드버튼 소유자이다. 

그의 유튜브는 주로 맛집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

어떻게 보면 평범한 맛집 탐방기인데 그의 풍부한 입담과 분위기로 나도 자주 보고 있다. 

가수 성시경이 아니라 옆집 형 성시경으로 느껴진다.


모든 사람은 나이를 먹는다. 중요한 것은 나이가 아니라 인생에 대한 태도일 것이다. 



거의 20년이 넘는 세월을 꿋꿋하게 있어준 것만으로 그에게 너무 감사하다. 물론 그것은 재능도 있었겠지만 끊임없이 대중과 소통하려 하고, 자신의 다른 재능을 계발하고 노력한 것도 있을 것이다. 

그의 그런 모습을 보면 좋은 자극을 받는다. 

 


60이 되어도 그가 노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의 노래를 들으며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왔다고 다독이는 멋진 중년이 되어있었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새 노래가 나왔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