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서른다섯, 제주에서 다시 시작하는 이야기

by 김보미



91년생 35살, 일곱 살 아이의 엄마.

한때는 바깥일 열심히 했지만

지금은 아이와 가정을 돌보는 주부로 활동.




처음 보는 사람에게 최대한 담백하게 지금의 나를 소개한다면 이 한 줄이 최선인듯하다.

그 이상은 모두 과거의 나에 대한 구구절절한 사연이나 신파처럼 들릴 게 뻔하다.



한창 있기 있었던 넷플릭스 드라마 시리즈 ‘폭싹속았수다’의 스토리 중 특히 애순의 캐릭터가 시절 안 가리고 연령 불문하고 여성들의 눈물을 흘리게 했다던데, 아마 그녀의 삶 어딘가가 나의 그것과 많이 닮았기 때문일 거다.



하고 싶은 말도 많고 해보고 싶은 일도 많고 꿈을 꾸는 그 자체가 삶의 에너지인 그런 시절을 지나, 갖고 싶었던 걸 가져도 보고 잃어도 보고, 결혼하고 아이 낳고 숱하게 똑같은 날들이 흘러 그 아이는 커갔지만 나는 늙어가고 있는 걸 알아챈 어느 날, 나도 그 드라마를 보고 울었다.



'지금 이 봄이 그때도 봄인 걸 알았더라면…'



드라마 대사 중 이런 문장이 나온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온전히 느끼라는 말이겠지, 가지지 못한 것만 보고 쫓지말고, 그렇게 내 젊은 날을 허비하지 말고, 가진 것 그 자체가 봄이니까 지금 행복해도 된다는 말이겠지.



하지만 젊을 땐 모른다. 이렇게 사방에서 날아와준 인생 선배들이 얘기를 해줘도 하루 이틀 뒤면 매일의 삶 속에서 그 감사함은 쉽게 잊힌다. 나 또한 현대판 애순의 삶을 살면서 늘 잃어버린 것,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와 스스로를 비참하게 생각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미래의 내가 이럴 줄 알고 나에게 선물한 걸까? 과거의 나는 잊자 잊어 하고 매일을 살던 나에게 어느 날 이주(移住)의 기회가 찾아왔다. 살던 지역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여 정착하는 이주. 이것이 왜 기회라고 느껴지는지 나는 내가 이해가 되지 않아서 한참을 스스로에게 물었다.







*

서른다섯이 넘으면 어른이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이를 낳으면 엄마가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내면의 독립 없이는

서른이 넘어도, 아이를 낳아도

여전히 기대어 살기만을 바라는

나만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 시간을 뒤로하고, 스스로 서기 위해

낯선 땅 제주로 아이와 함께 이주했습니다.

두려움과 설렘을 동시에 품고,

배워가는 이야기를 찬찬히 기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