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문제는 소통하고 공감하며 협업하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다
‘경험’하지 않고 ‘경지’에 이르는 방법은 없다
세상의 모든 문제는 소통하고 공감하며 협업하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다
꿈은 머리로 꾸는 몽상(夢想)이 아니라 몸으로 만들어가는 이상(理想)이다
아침에 피트니스 센터에서 실내 자전거를 타면서 TV를 보았다. 마침 SBS 일요특선 다큐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오늘의 주제는 《날아라 꿈의 학교》였다. 학교 밖에서 아이들의 꿈을 찾아주기 위해 저마다의 특성을 살려주는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몇 가지 사례가 제시되었다. 그중에서 초등학교 6학년 이준엽이라는 학생이 운영하는 열차 학교를 통해 진정한 꿈이 무엇이고 우리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생각해본다. 기차를 좋아하는 준엽이는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전국에 거의 모든 기차를 직접 타면서 열차를 운전하는 기관사의 꿈을 품게 되었다. 그는 지금은 운행을 중단한 마지막 기차도 타보고 직접 기관사에게 열차표에 사인도 받아가면서 열차와 사랑에 빠지 게 되었다. 기차와 관련된 거의 모든 것을 수집하고 거기에 담긴 애틋한 사연을 일일이 추적하고 조사해서 기록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실제로 열차를 운전하는 시뮬레이션 게임도 직접 해보면서 열차 기관사의 꿈을 키워가는 와중에 한 가지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기획해보기로 했다.
프로젝트 이름은 「꿈을 찾는 열차학교」였다. 30시간 분량의 교육과정을 직접 기획하고 10명 이상의 학생을 모집하면 지방자치 단체에서 후원해주는 프로젝트다. 기차에 사랑에 빠진 준엽이는 기차를 막연히 좋아하지만 혼자서는 엄두도 내지 못할 같은 또래의 아이들을 모집, 직접 수업도 하고 게임 세뮬레이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평소에 애지중지하던 열차 관련 각종 게임이나 기념품도 모두 열차 학교에 전시하고 아이들과 함께 30시간의 수업을 엄마의 도움을 받아 가면서 운영한다. 열차에 관해 보다 생생한 체험 중심 수업을 하기 위해 열차 기지 방문 계획을 세웠지만 생각대로 풀리지 않는다.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한 돌발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선배나 엄마의 도움을 받아 다양한 열차 관련 기관단체에 연락을 직접 하면서 마침매 열차 기지 방문 승인을 받아낸다. 완벽한 계획을 세우고 생각만 거듭하지 않고 어느 정도 자신의 생각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계획을 수립하면 그대로 실행한다. 당연히 계획대로 되지 않는 생각지도 못한 문제 상황에 직면하면 지금 여기서 가용한 대안을 모색하면서 직접 문제를 해결해나간다.
준엽이는 학교에서 제공하는 교과서와 수업으로는 배울 수 없는 살아있는 체험적 깨달음을 본인이 좋아하는 열차 기관사 관련 내용을 직접 기획하고 개발해서 운영하고 시행착오를 통해 배워나간다. 서툰 경험과 실패 체험이 색다른 생각을 낳는다. 책상에 앉아서 교과서로 공부해서는 절대로 배울 수 없는 살아있는 체험적 교훈을 직접 본인의 생각을 현실에 구현하면서 배워나간다. 준엽의 꿈은 먼 미래에 있지 않다. 지금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나 주제를 직접 해 보면서 몸으로 꿈에 대한 그림을 구현 해내간다. 이것이 나의 진짜 꿈인지도 본인이 직접 다양한 방식으로 추진하면서 느낌으로 확인해나간다. 지금 관심 있는 걸 내가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나의 꿈인지를 확인할 방법은 없다. 내가 꾸는 꿈이 현실로 구현할 수 없는 몽상이나 망상인지는 내 몸이 움직여 확인해보지 않고서는 알 길이 없다. 어떤 연유에서 내가 지금 이런 꿈을 꾸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그 꿈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길로 안내해줄 수 있는지의 여부를 아는 방법은 그 꿈과 관련된 일을 직접 여기서 해보는 방법밖에 없다. 꿈은 책상에서 머리로 꾸는 망상(妄想)이나 몽상(夢想)이 아니라 꿈이 구현된 현장에서 몸으로 만들어가는 이상(理想)이다. 꿈을 몸으로 만들어가면 학교 안의 교과서와 비교할 수 없는 자기만의 살아있는 인생 교과서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삶과 공부는 그물처럼 연결되어 있다
《날아라 꿈의 학교》에서 두 번째 인상 깊게 본 프로그램은 「사과나무 숲 꿈의 학교」에서 운영하는 ‘돼지 해부 프로젝트’다. 「사과나무 숲 꿈의 학교」에서는 학교가 교육과정을 일방적으로 제시하지 않고 학생들이 배우고 싶은 배움 희망 목록을 만들어서 제출하면 다양한 논의를 통해 우선순위를 결정한다. 그중에 하나의 주제가 바로 돼지 해부 프로젝트다. 모든 학생이 점심시간에 족발을 먹는 중에 선생님이 갑자기 돼지 앞발 골격을 그린 해부도를 나눠준다. 사실 점심시간 먹고 있는 족발이 돼지 해부 프로젝트와 연결되는지를 아는 아이는 없다. 의도적으로 아이들이 모르게 진행한 족발 점심과 해부 수업과를 연결시킨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족발을 먹고 있는 와중에 선생님이 나눠준 족발 해부도 위에 아이들이 먹고 남은 족발 뼈 조각을 해부도 위에 앉혀 보라고 한다. 거기서부터 돼지 해부 프로젝트 수업은 시작된다. 똑같은 돼지 해부 수업을 희망한 학생들이지만 저마다 관심은 다 달랐다. 어떤 아이는 돼지 해부 과정을 구체적으로 기록하는데 관심을 갖고 있고, 다른 학생은 직접 해부는 체험에 높은 흥미를 갖고 있다. 또 다른 학생은 돼지 방광에 공기를 넣어 축구를 하고 싶은 욕망을 지닌 학생도 있다.
똑같은 주제를 갖고 수업을 해도 학생의 관심은 저마다 달랐지만 공통적인 관심 중의 하나는 돼지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본 프로그램에서는 자세히 소개되지 않지만 돼지에 대한 측은지심 중의 하나는 돼지 목뼈에 관한 생각이다. 돼지는 목뼈 구조상 15도 이상을 위로 들을 수 없어서 땅만 보고 살아가는 슬픈 짐승이다. 돼지는 평생 하늘을 볼 수 없다. 이런 사실을 아는 순간 돼지 목에 담긴 슬픈 사연에 측은지심이 발동한다. 돼지 목살 고기를 맛있게 먹었던 순간을 떠올리며 잠시 돼지의 아픔을 생각해본다. 아이들도 돼지에게 미안함을 담아 레퀴엠, 즉 일종의 추모곡을 만들어 돼지의 일생을 담아보려 했지만 여러 가지 장애물에 부딪혀 결국 꿈을 이루지 못한다. 아이들은 대안을 모색하다 돼지 일생을 담은 뮤지컬을 제작하기로 한다. 하나의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의견이 충돌되고 갈등과 난국에 빠질 때도 있지만 서로가 직면한 문제 상황을 솔직히 이야기하면서 소통하고 공감하는 와중에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고 배려하는 마음이 생긴다. 내가 상대에게 배려받아본 경험이 없는 다른 사람을 배려하기는 어렵다. 배려받으면서 겪은 감정의 변화와 감동적인 기억이 마음속에 오랫동안 간직되어 있다. 비슷한 상황에서 역지사지로 상대를 배려해주는 행동이 일어난다.
돼지 해부로 시작한 수업 프로젝트지만 돼지는 그냥 가축화된 동물이 아니다. 돼지는 돼지고기로 전환되어 우리들의 식탁을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식풍영양학과 환산가치로 시장경제를 일으키는 경제학의 탐구 대상이다. 돼지는 아이들에게 해부학적 탐구 대상이며 인류문명 발전과 함께 인간과 함께 살아온 가축화된 역사적 동물이다. 돼지는 나라마다 품종이 다르고 지역 풍토에 따라 키우는 방식이 다른 지정학적 위치 변화에 따른 품종의 다양성을 알려주는 지리학적 탐구 대상이기도 하다. 돼지 해부로 시작한 수업 프로젝트는 돼지라는 동물에 씨줄로 날줄로 엮인 다양한 학문적 관심을 해부하는 프로젝트로 바뀌었다. 돼지뼈로 만든 목걸이로 자신의 권력을 상징화시켰던 고대 부족의 추장 행세를 해보기도 하고 돼지 입장에서 겪은 많은 아픔을 역지사지로 겪어보는 인문학적 감수성을 체험하기도 했다. 돼지에 대해 느낀 미안함을 음악으로 만들어보고 뮤지컬로 제작하는 과정에서 돼지는 사람이 먹는 고기를 넘어 문화와 예술적 작품의 주제로 변신하기도 했다.
배려받아본 경험이 없으면 다른 사람을 배려할 수 없다
삼겹살에 한 잔 마시는 소주 맛과 연상되는 돼지의 이미지는 누가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는지에 따라 천차만별의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돼지 해부 프로젝트는 돼지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게 만드는 다양한 학문 해부 프로젝트다. 돼지 해부 프로젝트는 공부하는 주제와 일상 또는 삶과 뭔가를 배워나가는 앎이 결코 따로 노는 별개의 프로젝트가 아님을 알려준다. 우리들의 평범한 삶은 앎의 근원지가 되고 그 앎이 우리 삶과 떨어질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이런 사실을 학생들이 깨닫게 원동력도 바로 돼지 해부 프로젝트를 우리들이 살아가는 지금 여기서의 삶의 구체적인 상황과 긴밀하게 맞물려 있음을 학생들이 직접 확인하는 과정에서 생긴다. 세상은 단순한 한 두 가지 문제로 얽혀있는 단순한 상황이 아니다. 한 사람 또는 한 분야의 학문적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복잡한 문제가 얽히고설켜 있는 곳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임을 몸으로 깨달은 계기도 돼지 해부 프로젝트 덕분이다. 이런 상황에 놓일수록 사람은 자기 혼자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세상에 참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럴수록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공감하면서 협력하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거의 없다는 사실도 절감하게 된다. 사람은 그래서 더불어서 살아가는 공동체의 한 구성원이라는 사실, 힘을 합쳐 시너지를 만들면 혼자서는 느낄 수 없는 무한한 감동을 나눌 수 있음을 몸으로 배우는 것이다.
이런 실험과 모색, 시도와 도전 속에서 자신의 무지와 한계를 깨닫고 다른 사람의 힘을 빌어오지 않으면 나 혼자 세상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는 사실도 뼈저리게 깨닫는다. 그때부터 사람은 겸손해지고 다른 사람에게 배우는 낮은 자세를 취한다. 책상에서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가공한 결과로써의 지식을 아무리 많이 배운다고 해도 그 지식을 활용해서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비록 완벽하지 않지만 시행착오를 경험하면서 몸소 겪은 살아있는 가능성의 문은 쉽게 닫히지 않는다. 구체적인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공감하면서 협력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은 어떤 교과서적 지식으로도 배울 수 없는 살아있는 깨달음의 여정이다. 내가 직접 어떤 구체적인 상황에서 이해관계자들을 만나 이야기해보고 현장에서 느낀 문제의식을 기반으로 이상적인 대안을 탐색하는 가운데 배우는 느낌은 책상에서 머리로 배울 수 없는 소중한 교훈이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서 직면하는 문제 상황은 고유한 특수성과 말로 다할 수 없는 미묘한 맥락과 사연이 담겨 있다. 어떤 언어를 동원해서도 표현하기 어렵고 일정한 프로세스로 정리해낼 수 없는 특수한 상황의 미묘한 문제의식은 직접 당사자가 겪어보지 않고서는 말로 가르칠 수도 없다. 어떤 상황에서는 최적의 해결 대안이었지만 또 다른 상황에서는 전혀 맥락이 통하지 않는 엉뚱한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 생각한 대로 풀리지 않는 많은 경험을 해봐야 이런 상황에서는 이럴 수도 있다는 체험적 교훈을 몸으로 배운다. 관념적인 앎보다 몸으로 느끼면서 배운 체험적 각성이 한 사람에게 자신감과 신념은 물론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도전하는 열정과 용기를 심어준다.
타자의 아픔을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을 따듯하게 만들어간다
인공지능은 할 수 없지만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고유한 능력에는 여러 가지 있다. 호기심을 갖고 질문하면서 타자의 아픔을 가슴으로 생각하는 감수성이 바로 그런 능력이다. 나아가 감수성으로 포착된 타자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밤잠을 설쳐가며 두 가지 이상을 엮어서 아이디어를 내는 과정이 상상력이다. 마지막으로 상상력으로 제안한 아이디어를 실제 현장에 실천하면서 세상을 바꾸는 가운데 탄생하는 지혜가 바로 실천적 지혜다. 돼지 해부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이런 네 가지 능력을 어떻게 통합적으로 활용했는지를 살펴본다. 우선 아이들은 다양한 호기심을 주어진 프로젝트에 참여했을 것이다. 아이들에게 세상은 물음표를 머금고 있는 호기심의 천국이다 호기심을 갖고 주어진 문제를 다르게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 것인지, 지금 추진하려는 방안이 최선의 대안인지, 다른 대안과 비교해볼 때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혹시 내가 생각하는 문제 해결 방안이 나의 편협한 경험적 렌즈로만 보는 편견이 아닌지를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들어 보고 내가 생각하는 대안과 어떤 점에서 차이가 나는지를 구상해본다. 만약 내가 돼지였다면 어떤 아픔이 있었을지를 가슴으로 생각해보고 역지사지가 되어 직접 느껴보기도 한다. 나 아닌 다른 사람은 주어진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할지 가급적 상대방의 입장에서 가슴으로 헤아려보고 보실 피려는 노력이 감수성이다. 배려를 한다는 이야기도 상대방의 입장이 되었을 때 어떤 아픔이 있을지를 미리 헤아려 보고 그 사람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자세다.
호기심을 갖고 질문하면서 타자의 입장이 되어 직접 몸으로 느끼는 가운데 감수성으로 포착된 타자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기하는 과정에서 상상력을 비상하는 날개를 달 수 있다. 상상력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가 낼 수 있는 아이디어가 무엇인지를 밤잠을 안 자고 해결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과정에서 발휘되는 이연연상(二連聯想)이다. 돼지에게 미안함을 느낀 아이들이 돼지의 아픔을 잠시나마 해소해주기 위해 추모곡이나 뮤지컬을 만들겠다는 발상을 했다. 돼지의 일생을 가슴으로 생각하며 아이디어를 내는 과정에서 아이들의 호기심과 감수성, 그리고 상상력은 톱니바퀴처럼 엮여서 연동되어 발휘된다. 이제 마지막으로 아이들은 아이디어를 내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들이 제안한 아이디어를 실제로 구현시키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전개한다. 추모곡을 만들려다가 관련 전문가를 찾아내기도 어렵고 현실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방안이 별로 없다고 생각했을 때 다시 돌파구를 뮤지컬에서 찾은 것이다. 돼지의 탄생에서 죽음까지 돼지가 겪었을 어려움이나 아픔을 돼지 입장에서 생각한 다음 돼지와 한 몸이 되는 물아일체(物我一體)와 돼지 입장이 되어는 역지사지(易地思之)를 최대한 체험해보는 것이다. 뮤지컬을 만드는 과정은 그 자체가 험난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처음부터 아이들은 뮤지컬을 배운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좌충우돌하며 작은 변화를 시도하면서 하나둘 씩 성공체험을 맛보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나 좌절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어떤 난관에도 굴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았기에 꿈에 그리던 꿈의 프로젝트를 완수하는 성취감을 맛본다. 아 이런 일이 나에게 재미와 몰입과 열정을 불어온다는 사실을 몸으로 알게 된다. 그 길로 아이는 뮤지컬에 미칠 수도 있다. 책상에서 하는 공부는 정답이 있다. 하지만 일상에서 만나는 문제를 정답이 없다. 주어진 상황에서 지금 최적의 해결 대안으로 잠시 인정될 뿐이다. 언제 또 다른 가능성의 문이 열릴지, 아니면 지금 해답이라고 생각했던 대안이 한순간에 예기치 못한 변수와 다른 변수들과의 복잡한 상호작용으로 인하여 무용지물이 변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돼지고기를 맛있게 먹기 위해 돼지 사료에 다양한 첨가물을 섞어서 먹이는 것이 과연 윤리적으로 옳은 행동인지를 토론시킬 경우 여기에는 정답이 하나밖에 있지 않다. 돼지가 추가된 첨가물을 과연 어떻게 생각할지 돼지의 동물학적 본성과 먹이 선호도에 비추어 판단해봐야 하고, 본래의 먹이와는 다르게 인간의 입맛을 돋우기 위한 먹이 변화가 너무 인간의 이익을 위한 이기적인 처사가 아닌지도 다양한 변수와 그 파급 효과를 고려하면서 숙고해야 될 문제다. 돼지 해부 프로젝트는 돼지 전문가가 일방적으로 가르쳐서 해결될 과제가 아니라 관련 분야의 모든 학문과 당사자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몸을 던져 해결해나가야 될 숙제이자 축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