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와 컨테이너: 컨테이너를 바꿔야 콘텐츠도 살아난다

콘텐츠와 컨테이너: 컨테이너를 바꿔야 콘텐츠도 살아난다

기존 컨테이너에 그저 그런 콘텐츠를 담고 있습니까,

새로운 컨테이너에 맞는 킬러 콘텐츠를 담고 있습니까?


세상을 바꾼 컨테이너 발명가, 맬컴 매클레인(Malcolm Purcell McLean)

세계 경제의 지형을 뒤흔든 ‘컨테이너’ 혁명


‘용기’를 검색해보면 ‘용기(容器)’를 의미하는 ‘container‘가 먼저 떠오른 경우가 있었다. 내가 찾은 용기는 ’courage‘를 의미하는 ’ 용기(勇氣)‘였다. 아마 진정한 용기(勇氣)는 기존 용기(容器)를 깨뜨리고 새로운 용기(容器)로 바꾸려는 과감한 변신에 있다는 의미를 함의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용기(容器)는 인간의 능력으로 따져보면 태어날 때부터 지니는 선천적인 수용력(capacity)이다. 인간의 노력으로 바꿀 수 없는 재능에 비해 후천적인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역량을 능력(ability)이라고 한다. 수용력은 특별한 노력 없이도 본래 갖고 있는 선천적 역량이라면 능력은 후천적인 노력으로 단련해서 일정한 경지에 이를 수 있는 역량이다. 트럭이나 화기차의 화물칸 뒤에 실을 수 있는 화물의 한계 무게를 적재적량(capacity)이라고 한다. 적재적량을 넘어서는 무게를 실으면 무리가 갈 수 있다는 말이다. 이처럼 컨테이너는 자신이 품을 수 있는 콘텐츠의 성격이나 유형을 결정한다. 콘텐츠가 아무리 좋아도 이걸 담아낼 수 있는 컨테이너가 없다면 콘텐츠도 빛을 잃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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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라는 말을 떠올리면 누구나 항구에 정박한 배에 실려 있거나 배에 실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수출입용 큰 박스를 연상할 것이다. 부산항이나 인천항처럼 항구에 가면 해외로 가는 수출품이나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수입품이 담겨 있는 컨테이너 박스를 볼 수 있다. 지금 보면 익숙한 컨테이너 박스지만 이 박스를 세계 최초로 개발, 세계 경제의 새로운 지평을 연 평범한 트럭 운전사가 있다. 2001년도 타계한 미국의 운송 사업가, 맬컴 매클레인(Malcolm Purcell McLean)이 그 주인공이다. 컨테이너 하나로 세계 경제의 콘텐츠를 혁명적으로 바꾼 일대 사건을 일으킨 맬컴 매클레인은 1930년대의 대공황 당시 24세의 트럭 운전수였다. 그가 트럭을 통해 하는 일은 노스캐롤라이나의 Fayetteville에서 뉴저지의 Hoboken에 위치한 부두로 솜뭉치를 싣고 와서 선박을 통해 해외로 운송되도록 도와주는 운전기사였다. 그는 트럭 운전수라는 직업에 만족했지만 매번 그를 지루하고 때로는 화나게 만드는 일이 있었다. 자신이 실고 온 솜뭉치를 배에 옮기 실기 위해 하역작업을 하는 동안 기다리는 일이 참으로 견딜 수 없는 지루함을 넘어 짜증 나게 만드는 일이었다. 트럭에 실린 짐을 지금보다 빠르게 하역할 수만 있다면 더 빨리 노스캐롤라이나로 돌아가서 한 번이라도 더 솜뭉치를 실어 나를 수 있을 텐 데라는 아쉬움을 느껴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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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에 자신의 생각(콘텐츠)을(를) 담다


맬컴 매클레인이 더디게 하역하는 짐을 보고 그냥 화만 냈다면 오늘날의 컨테이너는 탄생되지 못했을 것이다. 일상에서 느끼는 불편함과 불만족스러움, 그리고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과정에서 세상을 놀라게 하는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잉태된다. 하역작업에서 느끼는 불편함과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불만족스러움, 그리고 언제나 트럭에 있는 짐을 다 내릴 수 있을지 예측할 수 없는 상태에서 느끼는 불안감은 마침내 맬컨 매클레인으로 하여금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잉태하게 만드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솜 꾸러미들을 하나씩 개별적으로 옮기지 않고 “아예 내 트레일러, 즉 트럭의 짐칸을 통째로 싣는 게 낫지 않을까?” 그렇게 된다면 지금보다 훨씬 빨리 하역작업을 할 수 있을 텐 데. 이렇게 품었던 불온한 생각이 오늘날의 컨테이너를 탄생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맬컴 매클레인의 불만으로 시작된 구상 마침내 현실이 되었다. 모든 물건을 개별적으로 하역해서 배에 옮겼던 방법은 컨테이너의 발명으로 물류 혁신의 기반을 마련했고 국가 간 혁신적인 글로벌 무역거래를 가능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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맬컴 매클레인은 컨테이너에 관한 아이디어를 1937년, 그의 나이 24세에 생각해냈지만 1956년 4월 26일에 19년 전에 떠올린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겼다. 트럭 운전수였던 그는 운송회사를 만들어서 뉴욕 시티은행의 부사장으로부터 돈을 빌려 본격적인 컨테이너 사업에 발을 들여놓았다. 다름 아니 배의 갑판에 쇠로 된 박스들을 만들어 컨테이너가 쌓일 수 있도록 디자인하는 일을 시작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본래 혁신적인 생각을 품은 사람은 혁신적이지 않은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로부터 언제나 비난과 저항, 조소와 조롱을 한 몸에 받으며 비정상적이라고 놀림을 받거나 몰상식하다고 따가운 눈초리를 받는다. “합리적인 사람은 자신을 세상에 맞춘다. 비합리적인 사람은 세상을 자신에게 맞추려고 애쓴다. 따라서 진보는 전적으로 비합리적인 사람에게 달려 있다.” 아일랜드의 극작가 겸 소설가인 조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의 말이다. 혁신적인 생각을 품고 있는 사람은 언제나 비정상적이다. 비정상적인 사람이 원래 그렇고 당연하며 물론 그렇다고 생각하는 정상적인 생각에 물음표를 던져 시비를 걸며 비정상적인 사유와 행동을 보이기 때문이다.


혁신은 용기(容器, container)를 깨부수는 용기(勇氣, courage)다


우여곡절 끝에 맬컴 매클린의 첫 번째 컨테이너 배인 Ideal X는 Newark 부두의 마쉬가(街) 154번 하역장에서 58개의 잘 채워진 박스들을 싣고 첫 출항을 하였다. 이것이 컨테이너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복잡한 하역 시스템을 컨테이너 아이디어로 단순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하역 시스템의 효율성을 극대화시키는 역사적 전기를 마련한 것이다. 컨테이너를 매개로 하역 시스템을 체계화시키는 과정을 컨테이너리제이션(containerization)이라고 한다. 개별적 상품으로 포장해서 저마다 다른 크기로 트럭에 실려 배로 하역작업하던 과정이 아예 처음부터 다양한 상품이 표준화된 컨테이너에 담아서 밀봉하여 항구로 보내면, 대형 크레인으로 컨테이너를 배 위에 차곡차곡 쌓는다. 대형 크레인 한 대가 수많은 사람들의 노동력을 대체하는 효과를 가져왔음은 물론 하역 속도를 증가시켰다. 1965년에는 화물을 시간당 1.7톤밖에 배에 실을 수 없었지만, 그 5년 뒤에는 시간당 30톤을 실을 수 있었다. 더불어서 화물의 손상과 분실은 물론 도난 사고도 급격히 즐어들었다. 《The Box: 컨테이너 역사를 통해 본 세계경제학》에 따르면 컨테이너의 등장으로 도난율이 급격히 감소하자 만세를 부른 곳은 엉뚱하게도 보험사였다고 한다. 약 95%의 화물 도난율 하락은 해상 적하 보험료 하락에도 큰 영향을 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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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산업혁명의 역사에서도 보여주었던 바와 같이 기계의 도입으로 노동력 절감은 가져왔지만 노동자들의 일감을 절감시키는 역기능적 효과에 저항하는 반대 움직임이 있었다. 맬컴 매클린의 컨테이너 도입으로 당장 피해를 보는 계층은 다름 아닌 부두에서 하역작업을 하던 노동자들이었다. 혁신은 언제나 저항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탄생하는 고통스러운 역사적 사건이다. 혁신가 입장에서 보면 엄청난 비능률적인 과정이지만 당사자 입장에서는 생계가 걸린 삶의 현장이다. 누군가 아이디어를 냈는데 아무도 반대하지 않거나 저항하지 않으면 진정한 아이디어가 아니다. 세상의 모든 아이디어는 처음에 몰상식한 생각으로 치부받기 쉽다. 몰상식한 아이디어는 상식적인 사람들의 숱한 저항을 뚫고 마침내 세상의 상식이 되고 그 상식은 다시 식상해지기 시작한다. 식상한 아이디어에 문제를 제기하는 몰상식한 사람이 바로 세상을 뒤집는 혁신적인 사람이다. 컨테이너 도입은 부두에서 하역작업을 하던 사람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일대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컨테이너를 사용하면서 자신들이 하던 노동력을 대체하기 시작했고 결국 부두 노동자들의 일감이 절감되면서 삶을 위협하는 거대한 컨테이너로 다가온 것이다. 상식에 호소하며 혁신에 반대하던 사람의 저항을 물리치고 마침내 컨테이너 혁명에 성공한 맬컴 매클린의 원동력은 기존의 틀에 박힌 사고의 용기(容器)를 깨뜨릴 수 있는 과감한 용기(勇氣)다.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것 세 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다이아몬드, 둘째는 강철, 셋째는 자신에 대한 인식이다. 벤자민 프랭클린의 말이다. 그만큼 인간의 인식은 다이아몬드나 강철처럼 깨부수기 어려울 정도로 단단하다는 것이다. 맬컴 매클린은 하역작업에 관한 인간의 인식을 깨부수는 용기 있는 혁신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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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 실패는 혁신적인 아이디어의 설득 과정에서 발생한다


혁신의 실패는 혁신적인 아이디어의 부족이 아니라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기인한다. 《상식 파괴자》를 쓴 미국 에모리 대학교에서 정신의학과 경제학을 가르치는 저명한 뇌과학자이자 신경경제학 교수인 그레고리 번스(Gregory Berns) 의 말이다. 컨테이너 도입에 대해 처음에는 반발도 있었지만, 점차 그 효율을 깨닫게 되면서 20세기 후반에는 모든 해운의 90% 이상이 컨테이너를 사용하게 되었다. 세계 무역이 활성화되는 전기를 마련한 컨테이너, 단순한 박스의 도입이 아니라 무역 혁명의 원동력을 마련한 진정한 혁신이 아닐 수 없다. 하역 노동자들의 심각한 반대와 저항에도 불구하고 컨테이너 혁명이 결국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요인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피해를 보는 하역 노동자들의 아픔과 슬픔을 어루만져 주는 혁신 주도자의 측은지심(惻隱之心)에 있었다. 생계를 위협하는 컨테이너의 효율성만 보고 밀어붙였다면 과연 오늘날과 같은 세계 경제혁명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었을까. 수송 회사들이 노동자들의 아픔을 마치 자신의 아픔처럼 생각하고 그들의 아픔을 해소하기 위한 펀드를 조성, 일자리를 잃은 인부들에게 보상을 해주는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았다면 컨테이너 혁명이 성공할 수 있었을지는 의문이다. 혁신로 혜택을 보는 사람들의 이익을 계산하는 논리적인 안목도 중요하지만 혁신으로 피혜를 보는 사람들의 심각한 손해를 가슴으로 생각하는 역지사지의 안목이 더 중요하다. 머리로는 이해는 가지만 와 닿지 않은 옳은 이야기에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지만 뒤돌아서면 극심한 반대 입장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혁신은 옳은 이야기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혁신으로 혜택을 보는 사람은 물론 심각한 피해를 보는 사람들의 아픔을 어루만져주는 먹히는 이야기가 세상을 바꾸는 혁신으로 남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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