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을 멈추면 성장도 멈춘다

배움을 멈추면 성장도 멈춘다


한 학기 동안 학습생태계설계방법론 대학원 수업을 드디어 마쳤다. 동일한 주제지만 늘 지난 학기와 다른 내용과 방법으로 다르게 가르치고 배우면서 재미와 의미의 두 기둥이 맞물려 돌아가는 축제의 과정을 만들고 싶었다. 어쩔 수 없이 해내는 숙제로 괴로운 시간을 보낼 것이 아니라 언제나 미지의 앎의 세계로 진입한다는 설렘과 기대가 공존하는 수업을 만들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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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는 이제 일방적 전달(transmission)과정을 넘어섰다. 가르치고 배우는 사람이 구분되지 않으며 모두 앎과 삶의 향연에 뛰어들어 어제와 다른 세계를 맞이하는 변화와 혁명의 과정(transformation)이다. 어떤 질문도 환영하며 어떤 방식도 통용되는 수업에서 자유로운 발상과 연상이 이어지는 수업, 그래서 늘 어제와 다른 깨달음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도 나의 무지를 통렬하게 깨닫는 각성의 시간이 함께 어우러지는 카이로스의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가져보기도 했다.


3시간의 수업을 위해 9시간 정도의 준비를 한다는 원칙에 가끔은 미진한 나의 노력을 반성하면서도 복잡한 내용을 보다 쉽게 설명하는 수준을 넘어서 어떻게 하면 의미가 심장에 꽂히게 만들 수 있을지, 그래서 난해한 내용도 설득의 과정을 통해서 의미심장하게 하려면 어떤 전략을 사용해야 할지 고민하고 고뇌하는 수업을 만들어보려고 했다. 골머리를 앓던 문제도 수업 시간이 다가오면서 갑자기 풀리기도 하고 때로는 예전의 내용을 지금의 맥락에 맞게 재창조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스스로 많은 것을 배우는 수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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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해서 찾을 수 없는 내용, 비슷한 내용도 내가 경험적 맥락에서 재해석해내는 콘텐츠를 기반으로 학생들의 자유로운 상상력을 자극하고 싶었다. 무수한 상황이 객관적으로 밖에 존재하고 나의 의지와 관계없이 떠돌아다니는 정보를 나의 문제의식과 목적의식으로 녹여 또 다른 생각의 산물로 창조하는 지식 용접도 즐겨서 해보았다. 객관적 상황(situation)이 아무리 많이 존재해도 나의 열정적 참여와 뜨거운 문제의식으로 의미를 부여하고 가치를 창조하는 맥락(context)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무용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은 소중한 수업이었다.


난해한 개념과 원리를 일상적 경험과 사례, 에피소드에 비추어 반추해보고 재해석하는 과정을 통해 나의 주관적 콘텐츠로 재창조하는 과정은 그 자체가 나에게는 엄청난 공부였다. 복잡한 내용을 복잡하게 설명하는 평범하고 단순한 일이지만 복잡한 내용을 단순하게 설명하는 것은 비범하고 복잡한 일이다. 복잡함은 나태함의 산물이지만 단순함은 치열함의 산물이다. 더 치열하게 고민해서 나의 언어로 재창조하는 과정이 진정한 배움의 길임을 다 같이 느꼈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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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개념을 접목해서 색다른 개념으로 재창하거나 기존 개념을 다시 정의하는 재개념화 과정을 통해 낯선 사유체계를 만드는 과정이야말로 대학원 수업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들뢰즈가 말한 리좀을 통해 우발적 마주침을 의도적으로 개입해보면서 전혀 다른 사유의 충돌이 일어나도록 조장해보기도 했다. 비약적 사유가 비상할 때 느끼는 재미와 통렬한 깨달음의 희열은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신비의 영역이다.


이제 치열했던 한 학기 수업 열차는 잠시 멈춰 숨 고르기를 한다. 방목 학습기간이 방학에는 더 깊이 파고들면서도 기피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 낯선 사유와의 폭넓은 접목을 통해 한 가지 이론에 갇히지 않는 공부를 했으면 좋겠다. 배움을 멈추는 순간 성장도 멈추고 성숙도 거기서 그친다.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과목을 개발해서 몇 년 동안 대학원 수업을 운영하면서 스스로 낯선 분야에 대한 호기심을 멈추지 않고 공부하면서 학습과 생태계를 연결시켜 즐거운 학습이 일어날 수 있는 생태학적 조건과 건강한 지식이 창조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궁극적으로 보람과 의미가 공유되는 행복한 일터를 만들어보는데 다양한 실험과 모색을 해보았다. 크게 6가지 분야로 나누어 공부했지만 결국 삶의 터전은 곧 배움과 익힘의 무대이자 어제와 다른 앎과 함이 맞물려 돌아가는 각성과 통찰의 장으로 바꿔가는 과정을 함께 공부하는 즐거운 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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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내용 1: 생태(生態)는 동태(動態)지만 동태는 정태(靜態)가 결정한다

생명체의 존재방식은 비 생명체가 결정할 수도 있는가?


학습내용 2: 생태계는 보호 대상이 아니라 학습대상이다

생태학적 감수성 연마와 상상력의 회복: 나무는 왜 나무라지 않는가?


학습내용 3: 생태학적 학습자는 우발적 마주침을 사랑하는 방랑하는 예술가다

즐거운 학습을 통해 건강한 지식을 창조하는 조건과 촉진 기제는 무엇인가?


학습내용 4: 생태학적 설계자는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이상주의적 디자이너다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 생태학적 설계 원리 전략은 무엇인가?


학습내용 5: 학습생태계는 다양한 철학자가 상쟁하며 공생하는 열린 생태계다

생테계에서 다름과 차이가 존중되면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독특한 설계 전략은?


학습내용 6: 이상적인 학습생태계 설계 프로젝트 추진

‘행복한 학습(지식)생태계’는 어떤 모습으로 설계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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