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당신은 비수를 꽂고
비상하는 날개입니다

당신은 비수를 꽂고 비상하는 날개입니다


비록 현실에서는 괴로움에 젖은 가랑잎이고

바람에 어디론가 날려갈지 모르는 낙엽이어도

환상을 꿈꾸며 이상을 지향하고 싶을 때,


무거운 짐으로 짓눌려 무너지고 있는 마음이

대책조차 찾지 못하고 밑바닥을 기고 있어도

정상으로 향하는 비정상적인 사유를 잉태하고 싶을 때,


끝을 모르고 추락하며 벽에 부딪히고

만나는 일마다 벽이 가로막고 있어도

장벽 너머의 개벽을 가슴에 품고 새벽을 잉태하고 싶을 때,


man-1822414_960_720.jpg


좌절을 거듭하고 절망이 밀물로 몰려오고

아무런 진전도 없이 썰물로 끌려가도

시궁창 속에서도 별을 보며 힘든 세상을 버텨내고 싶을 때,


모두가 이젠 끝이라고 생각하며

물 건너갔다는 자괴감에 물들어 있어도

끄트머리에서 다시 ‘시작’하는 용기를 되새길 때,


여러 가지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들고

먹구름 속에 갇힌 생각이 오리무중에 빠져들어도

세상사는 다 마찬가지라고 스스로에게 위로를 주고 싶을 때,


condolences-3991589_960_720.jpg


조소와 조롱이 판을 치고

반대와 저항이 파도치며 위협을 가해도

상식과 진심은 진실과 진리를 전한다고 믿고 싶을 때,


기억의 창고에 원한과 분노가 앙금처럼 쌓이고

날이 갈수록 적개심에 불타고 있어도

평정심을 찾아 진정하는 나를 발견하고 싶을 때,


깊어가는 밤이 고독을 부르고

별이 빛나는 밤하늘에 처량함이 반짝거려도

샛별이 품고 있는 희망을 잉태하고 싶을 때,


ocean-3605547_960_720.jpg


대답할 수 없고 대책이 없는 상황이

엄습하며 난국을 타개할 대안도 보이지 않지만

변명과 핑계보다 문제의 근원을 파고들어 심지를 뽑고 싶을 때,


눈물이 앞을 가리고 눈보라가 몰아치며

불안감이 가중되어도 불안감이 피워낸 꽃,

앙스트 블뤼테(Angstblüte)의 위력을 맛보고 싶을 때,


만사가 귀찮고 의욕조차 바닥을 기어가며

한숨과 한탄으로 얼룩진 하루를 보내도

살아있음의 경이로운 기적에서 감탄사를 발견하고 싶을 때


bruges-3360510_960_720.jpg


미래를 생각하면 심장보다 다리가 떨리고

피곤한 하루와 지루한 시간이 반복되어도

반전을 통해 인생 역전을 꿈꾸고 싶을 때,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모두가 포기하고

더 이상 상황은 나아질 리 없다고 부정해도

오히려 아무 일이나 가능하다는 엉뚱한 발상을 찾아가고 싶을 때,


과거의 굴레가 목을 조여 오고

옛날의 추억이 발목을 잡고 늘어져도

지금 이 순간을 바꿔 다가오는 미래를 뒤흔들고 싶을 때,


fantasy-2955524_960_720.jpg


상처받은 마음 아물기도 전에

질책과 비난의 화살이 날아와도

비판의 빵을 나눠먹으려는 애간장을 녹일 때,


일상의 틀에 박힘에서 벗어나(escape)

잠시라도 고공비행 중에도 아픈 현실을 관조하며

비정상적인 상상력의 날개를 달고 싶을 때,


찬 서리가 세상을 얼리고 폭설이 삶을 괴롭혀도

매서운 바람이 사람을 울리고 폭풍우가 집을 날려도

때가 되면 봄이 오고 꽃이 핀다는 사실에 위로받고 싶을 때,


tulips-1197602_960_720.jpg


어둠에 휩싸인 터널 속을 건너도

먹구름이 언제 쏟아질지 모르는 비를 품고 있어도

절망은 희망의 다른 이름이라는 달콤한 쓰라림을 믿고 싶을 때,


고난이 겹겹으로 다가와 곤경에 처해도

비극이 하늘을 날다 땅에 떨어져도

곤경이 풍경을 낳고 비극이 희극을 낳는다고 믿고 싶을 때,


섬과 섬 사이에 돌이 날아들고

건널 수 없는 경계가 앞을 가로막아도

그 섬에 가면 뭔가 이루어질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 때,


island-1867510_960_720.jpg


소낙비는 내리꽂고 땅은 젖어들고

설상가상으로 감정의 불꽃을 태우는 비수가 꽂혀도

비상하는 날개를 펼쳐 저 세상으로 잠시 도피하고 싶을 때,


모든 삶의 짐을 내려놓고

밤길에도 쉬지 않고 세상을 적시는 강물의 미덕과

풀잎에 올라선 찬이슬의 무게에서

세상을 살아가는 참을 수 없는 지혜의 무거움을 배우고 싶습니다


#지식생태학자 #산문시 #유영만교수 #언어를디자인하라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당신은 기다렸다 터져 나오는 울부짖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