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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되돌아보았지만
출처를 알 수 없는 발걸음입니다

생일날 일생일대 일탈적 상상력으로 비상을 꿈꾸다

당신은 되돌아보았지만 출처를 알 수 없는 발걸음입니다


당신은 탄생의 출처를 확인할 길은 없으나

세상으로 던져진 한 생명이 

60년대 초에 있었음은 분명한 사실이 되었고

지금은 현실이 되어 진실을 밝히는 

진리의 파수꾼으로 살아갑니다.


삶의 허기진 궁핍함에는 

다르게 형언할 언어를 찾을 수도 없으며 

첨언할 각주에 담을 내용조차 없지만

삶의 모든 순간을 견뎌내면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외로움의 촉수가 

온몸을 따라 흐르는 족적은 숨길 수 없습니다. 


당신은 연초록으로 시작하는 새봄의 설렘보다 

녹음으로 점철된 여름이 맞이하는 

가을날의 은행잎이었으며,

열정이 불타다 남은 여름의 말들이 

가을 단풍잎에 새겨졌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주소를 찾지 못하고 

흩날리는 낙엽입니다.



당신은 우울의 그림자가 느닷없이 다가와도 

군말 없이 갈 곳을 찾아 항해하며 

뜨거운 몸을 식히는 차가운 맥주를 마시다, 

혹한과 한파에 떨고 있는 몸에게 

뜨거운 사케를 주입하며

냉정과 열정을 넘나드는 

알 수 없는 경계선입니다.


당신은 건드리면 아무 데서나 슬픔의 세레나데가 울리고 

말이 되지 않는 한 편의 시로 승화되기도 했지만. 

그게 무슨 말인지 지금 번역을 시도해도 

의미해체는 영원히 불가능하다는 듯

그저 몸이 움직이면 정신도 따라 움직이는 

알 수 없는 물음표입니다. 


당신의 모든 족적이 다 음악이고 그림이지만 

아직도 삶에 대해선 

숙제검사를 받아야 하는 저학년이며

여전히 험담하는 비난의 화살에 상처받고 

의견이 맞지 않는 사람을 만나면 

뚜껑이 열리는 철부지입니다. 


당신은 시름을 부둥켜안고 하룻밤을 지새워도

낙엽에 쌓인 서글픈 그리움은 여전히 추위에 떨며

추억의 백지에 번역되기만을 기다리는 

알 수 없는 시 한 구절입니다. 



한 줄에 담아낼 수 없는 당신의 삶의 의미는 

오히려 행간과 행간 사이에서 

끊임없이 불협화음의 유령처럼 떠돌며 

겨울이 와도 떨리는 문풍지만 바라보는 

애처로운 눈빛입니다


당신은 흰 속살을 드러낸 채 책상 위에서 불펜을 기다리는 

메모지의 지루한 공백에도 행복감은 머물고

밤새 내린 된 서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한낮의 열기를 그리워하는 

이름 모를 풀잎의 가냘픈 미소입니다. 


당신은 달빛에 목욕하며 새벽이슬을 맞아 

물안개를 만난 강물이 밤새 작곡한 

새벽의 환상 교향곡이며,

뒷굽이 다 닳은 고독한 신발을 신고 

여전히 갈 길이 먼 다급한 마음 억누르며 

다시 분발하려는 바람의 여행자입니다.


당신은 새봄에 피어나는 아지랑이 타고 

허공에 몸을 던져도 두렵지 않은 어릿광대이며, 

밀려오는 파도에 몸을 던져 

바다에게 술 한 잔 사주고 싶은 철부지 예술가입니다. 



당신은 지나가는 바람을 붙잡아 노래를 만드는 작곡가이고, 

떠도는 구름이 남긴 얼룩으로 무늬를 그리는 화가이며, 

흔들리는 나뭇가지가 하고 싶은 말로 문장을 건축하는 소설가이자, 

아스팔트를 뚫고 지상으로 용솟음치는 

한 포기 풀의 찬가를 언어로 번역하는 시인입니다. 


당신은 비바람에 몸을 가누지 못하고 어쩔 줄 모르는 

들깻잎에도 입 맞추고 싶은 디오니소스이며, 

저녁이면 광기가 발동되어 야상곡에 맞춰 

몸이라도 흔들고 싶은 그리스인 조르바입니다. 


틈날 때마다 가방 한가득 자연이 주는 어휘를 싣고 

산등성이를 따라 계곡을 타고 오르내렸지만 

당신이 느낀 서늘한 외로움은 

어떤 언어로도 포착되지 않았고,

시도 때도 없이 찾아드는 절망의 노을이 

서녘하늘을 수놓을 때에도

당신은 희망의 언어로 얼룩진 행간에서 

의미를 채굴합니다.


매번 맞이하는 당신의 아침이 

경이로운 기적일 수는 없어도 

보잘것없는 보행이 어느 날 자신도 모르게 

위대한 행보로 다가오는 기적을 믿으며 

바람 타고 쓸려간 상처 속의 신음도 

내 인생악보를 구성하는 찬란한 슬픔의 

화음으로 재생되는 위력을 믿습니다.



폭설에 새겨진 고단한 생의 발자국이 

휘몰아치는 바람에 지워져도 

새벽 찬이슬 맞으며 땅바닥에 엎드려 

그 자리를 지키는 족적이 

오늘을 살아가는 당신을 만들어 왔습니다. 


당신의 삶의 뿌리는 산전수전 겪으며 이어지는 

땀에 젖은 아픔과 고달픈 얼룩을

새벽이 찬이슬에 헹구며 맞이하는 

먼동의 몸부림이 힘겹게 써 내려가는 

장편 대하소설에 흩어져 자리 잡습니다


인생의 시기마다 당신이 갈아입은 

생각의 옷들이 언어의 동맥을 타고 흐를 때마다 

삐뚤어진 감정으로 울분을 토하며 

험난한 인생 살아갈 길 막막해도

어지러운 언어를 벼리고 벼려서

삶의 풍파 따라 흐르는 선율을 만들고 그림을 그립니다.



비구름 걷히면서 불쑥 나타나는 햇살이 

빨랫줄에 걸린 옷가지에 

가지가지 사연 매달고 사라지지만

무거움을 참지 못하고 숨어있던 당신은

비가 되어 땅으로 곤두박질치기를 무한 반복합니다.


하늘이 품고 있는 변덕스러운 명령을 

따르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임을 깨닫는 당신을 바라보며

극도의 궁핍 속에서도 눈부신 배경의 몸부림이 

허무의 식사를 하는 서늘한 뜨거움은

지금까지 생각해 봐도 잊을 수 없는 전율입니다.



저녁노을이 주고 간 어둠의 이불을 덮고 

쟁반 위에 맴돌던 달밤의 낭만을 벗 삼아

소나무 가지가 속삭이는 연서와 만나 

당신에게 주고 간 혜안과 안목은 여전히 오리무중입니다. 


시선은 앞을 향하고 있지만 

걸음걸이는 언제나 휘어진 사선이거나 곡선이고,

에둘러 말하는 언어로 휘갈긴 바람의 엽서에는 

당신의 힘겨운 숨소리와 기침 소리가 저음으로 깔려있습니다. 


우여곡절의 터널을 빠져나온 경험의 의미는 

해독 불가능한 문자지만 그래도

폭풍우나 비바람에게 묻고 

먹구름 속에 숨어 있는 태양에게 물어보면

흐릿한 글씨가 품은 당신의 속뜻을 

알아차리려는 발버둥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여전히 주변에는 쓰다 남은 메모장에 

그리움 한 조각 바스락거리고 

찢어진 노트에 담긴 서글픔 한 페이지에는

괴로울 때마다 바람에 싣고 다가오는 당신의 경험이

오늘도 쉬지 않고 씨줄과 날줄로 직조되어 

언제 펼쳐질지도 모른 채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모든 페이지마다 당신의 낯선 생각을 잉태한 글자들이 

날 선 물음표를 품고 세상으로 출근을 반복하지만

관능적 깨달음과 찰나적 다정함을 품은 생각의 자손은

언제 출산할 수 있을지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기다림에 지친 당신의 글자들이 

며칠째 밤샘 시위로 피곤함에 젖어 문장을 건축하고 있지만

새로운 지식을 잉태할수록 지식입덧은 심해지고

비위에 거슬리는 지식만 주변에 산재합니다.


고난과 시련의 방파제만 만들어놓고 

파도치는 물결만 관망하던 당신은 

갑자기 찾아드는 뒤늦은 오후에

내일도 꿈꾸게 될 아슬아슬한 기적만 상상할 뿐입니다.



살아온 모든 책의 페이지마다 

우여곡절의 악보로 채워진 한 권의 책을

밤새 온몸으로 읽어도 다 읽지 못하고 

여운이 페이지마다 감도는 불멸의 습작은 

당신에게는 영원히 완성할 수 없는 미완성입니다.


창문을 두드리는 빗방울에 시름을 희석시켜 

샛별을 위한 아침을 오늘도 준비하지만 

어두워야 읽히는 당신의 문장들은

하늘의 명령에도 불복하지 않고 

구름이 안내하는 길로 총총걸음 내딛으며 

두려운 불확실성 앞에 도전하는 상상여행을 떠납니다.



한때는 비루했지만 비장한 각오를 품고

비상하는 비전을 잉태한 돋을새김의 순간은

생각의 물구나무를 서는 디딤돌의 추억이었으며,

태생적 아픔과 존재론적 슬픔도 

당신의 삶을 농울치게 만드는 

그리움의 미학이 되기를 

생일날 아침 서늘한 뜨거움으로 갈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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