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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간절한 절망도
바람결에 내던지는 슬픔의 답안지

당신을 향한 나의 찢어진 봉투지만 그럼에도 담아낸 눈물 젖은 편지입니다

당신은 간절한 절망도 바람결에 내던지는 슬픔의 답안지입니다


느닷없이 다가서는 바람의 수줍은 연정

흔들리는 민들레 홀씨 되어 날아가도

언제나 적자에 시달리는 그리움 한 페이지는

당신을 향한 나의 말 못 할 사연입니다.


소낙비 쏟아지니 비 갤 날을 고대하며

쓸려나간 바닥 위를 서성거리는 멋쩍은 비설거지

눈감고 하늘보다 그리움에 포위된 뭉게구름은

당신을 향한 나의 목 잠긴 절망의 그림자입니다


시드는 꽃잎에 스며드는 저녁노을

천둥과 번개에 기절하다 건진 나뭇가지의 절규

창가에 몰래 두고 간 별들의 대화는

당신을 향한 나의 흔들리는 속삭임입니다



저녁노을이 건네준 손수건 한 장

밤하늘이 놀란 가슴 쓸어내리며 써준 생의 시 한 편

얼마동안 머무를지 모르는 동백꽃의 시드는 순간은

당신을 향한 나의 멈출 수 없는 부끄러움입니다


새벽길 밝히며 아픔을 더듬는 그림자의 안간힘

눈물에 젖어드는 소매자락의 고개 숙인 처량함

기약 없이 날아드는 하소연의 얼룩은

당신을 향한 나의 몸부림치는 한 편의 서사시입니다


파도의 울음을 말아 뱃머리에 뿌리는 미완성 교향곡

눈발로 뒤덮이는 암흑의 적막한 고요

모래사장에 써 놓고 간 발버둥의 흔적은

당신을 향한 나의 눈물 젖은 망설임입니다



모루 위에 내 맡긴 채 두드림을 견뎌내는 뜨거운 칼자루

눈보라가 몰아쳐도 가던 길을 멈추지 않는 밤의 적막

어둠에게 입양된 채 아직도 갈 곳을 갈망하는 새벽의 고뇌는

당신을 향한 나의 떨리는 눈물과 땀의 서정시입니다


바람결에 흔들리는 나뭇잎이 품은 박자와 악보

가랑비 무게에도 아랑곳없이 연잎에서 뒹구는 저녁노을

달빛에 익어가는 한 밤중의 세레나데는

당신을 향한 나의 마음으로 읽어내는 속 깊은 울부짖음입니다


시간을 잊은 채 허망한 가슴을 쓸어내리는 빈 헛간

지름길로 가도 늘 돌아가며 바닥을 긁어대는 강물의 흐름

읽고 또 읽어도 해석되지 않는 서글픔의 경전은

당신을 향한 나의 간절한 절망도 바람결에 내던지는 슬픔의 답안지입니다



아직도 답을 찾지 못하고 헤매는 고개 숙인 물음표

우연을 끊임없이 생산하는 불안한 세계로의 떠남

선 채도 밤잠을 설치며 안부를 전하는 새벽이슬은

당신을 향한 나의 헤아릴 수 없는 발자취의 깊이입니다


시간의 두께가 축적한 한 많은 마침표의 사연

설렘도 흐르는 시간에 낡아버린 물음표의 흔들림

하루살이가 멋쩍어 토해내는 풀벌레의 헛구역질은 

당신을 향한 나의 아픈 몰골을 숨기려는 안타까운 항변입니다


한 세상 살다가 살갗에 남겨진 그믈달의 상처

흔들리는 나무에 심긴 어설픈 발자국

촛불을 삼키며 꺼지지 않으려는 붉은 의지는

당신을 향한 나의 소리 없는 추임새입니다



애간장을 녹여도 채워지지 않는 통장의 잔고

기다려도 저리기만 한 발의 바닥을 향하는 겸손

적막 속에서도 세상을 몸을 던져 불태우는 단풍잎은 

당신을 향한 나의 파도가 의미를 불태우다 남긴 바다의 심연입니다


지나가는 바람 잡아놓고 침묵만 지키는 갑갑한 하소연

몇 시간째 생각에 젖어 고민해도 해결기미를 찾지 못하는 가부좌

벼락처럼 다가와 몸을 비벼 불 지르는 성냥의 살신성인은

당신을 향한 나의 땀에 젖은 수묵화의 메시지입니다


화난 바다 위를 걸으며 사색에 잠긴 달빛

비바람이 스쳐 지나가며 남긴 나뭇가지 사이의 빈 행간

나를 버리고 너를 만나야 내가 된다는 역설은

당신을 향한 나의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경전 해석입니다



칼바람도 견뎌낸 채 형형색색 피워내는 국화꽃의 절개

지나가던 비도 흐르던 시냇물도 멈춰 서서 듣는 아찔한 절규

밟히고 밟혀도 다시 일어서는 풀의 참을 수 없는 절망은

당신을 향한 나의 변하지 않는 변방의 변주곡입니다


눈 덮인 광야의 헐벗은 나무가 작곡하는 겨울연가

절벽에 터를 잡고 어금니 깨물며 살아가는 천년 적송(赤松)

갈 길을 잃고도 망설이지 않고 정처를 찾으려는 젖은 낙엽은

당신을 향한 나의 신음을 감추려는 신랄한 자기비판입니다


작렬하는 태양빛 덕분에 어둠을 뚫고 나온 씨앗의 출발

지워진 기억 더듬어 일렬 행대로 늘어선 경험의 경전

어설픈 도전으로 희미해진 발걸음만 간직한 미완의 작품은

당신을 향한 나의 숨김없이 드러내려는 뼈 하얀 사투의 흔적입니다



뙤약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스팔트도 뚫고 오르는 이름 모를 풀 한 포기

절벽에도 거침없이 뛰어내리는 폭포의 대담한 용기

한사코 발 길 가로막아도 지나간 원수까지 포용하는 눈부신 비명은

당신을 향한 나의 찢어진 봉투지만 그럼에도 담아낸 눈물 젖은 편지입니다


망치에 두드려 맞아도 자기 갈 길로 박혀버리는 못

끝없이 올라가도 멈추지 않는 담쟁이덩굴

세상의 유혹과 감언이설에도 깊은 고요로 그 자리를 지키는 한 숨은

당신을 향한 나의 힘겨움도 넘어서는 사다리입니다


세월이 흘러도 늘 그 자리를 지키는 구절초

풍문이 돌아도 혹한과 혹서의 날씨도 버리는 설중매

어둠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는 별들의 향연은

당신을 향한 나의 서글픔을 녹여내며 떨리는 문풍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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