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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살이 떠맡은 책임으로
살아가는 살림의 예술가

당신은 정강이의 떨림을 감추고 고드름에게 안부를 전하는 따듯한 삭풍입니다

당신은 이 떠맡은 책임으로 살아가는 살림의 예술가입니다

당신은 정강이의 떨림을 감추고 고드름에게 안부를 전하는 따듯한 삭풍입니다



몰아치는 눈보라에 삭풍은 

나뭇가지마다 무거운 안부를 묻고

소나무가지 안간힘 쓰며 버티는 소리에

당신의 시린 정강이가 떨림을 감추며

곁을 지키던 추위가 위태롭게 고드름에게 안부를 전합니다


폭염이 아스팔트 위에 춤을 추고

언덕 위에 버티다 구르는 돌멩이가

땀 흘리며 구르는 소리에

당신의 지난여름 힘든 신음이 더해져

우울한 저녁의 세레나데가 멀리서 손길을 내어줍니다


거미줄에 걸린 나방 한 마리

창공을 날던 자유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비바람에 젖은 날개 한쪽이 구부러지며

생의 마지막 유언을 남기는 소리에

당신의 한 많은 삶의 한 페이지가 실립니다



혜성처럼 달려드는 자동차 속도를

터널이 집어삼키며 힘겨워하는 소리에

당신이 겪어온 슬픔의 온도가 차갑게 내려가며

시간의 두께를 데피고 있습니다


푸른 파도 등지고 

하얀 거품 섞어 먹던 고등어 숨소리에

등 푸른 시간 익어가는 당신의 농밀한 순간이 머뭇거리며

주마등처럼 매달려 어둠을 토해내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내 체중을 밭쳐주던 의자가

더 이상 버티기 어려워 내는 삐걱거리는 소리에

당신의 의지(依支)하고 싶은 욕망이 새벽을 잉태하며

의지(意志)도 머리가 아니라 

심장에서 뛰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우연의 그물에 걸려 허우적 대던 절망이

구름 한 점 뒤에 숨겨진 희망을 찾는 소리에

당신의 어둠이 몰고 온 땅거미가 머뭇거리며
 하소연으로 응답하고 있습니다


등 뒤에 가려진 포옹하려는 떨리는 마음이

품에 안기는 순간 전율하며 

온몸으로 퍼지며 흐느끼는 심장박동 소리에

당신의 진실한 울먹임이 시간의 연못에 머물며

하루 종일 진한 여운을 뿜어 올립니다


하늘을 향해 활짝 온몸을 만개했던 

동백꽃 한 송이가

떨어지기 직전 지축을 흔들며 흐느끼던 비명 소리에

당신의 아쉬움이 깊은 그림자를 남기며

아련하게 앞길을 가로막습니다.



알밤을 품고 앙다물고 기다리던 밤송이가

때를 맞이한 듯 바람에 떨어지는 소리에

당신의 아련한 꿈이 거꾸로 비상하는 

시간의 모서리를 빗대어 맞춰봅니다


근근이 매달리며 겨우 붙어있던 단풍잎 한 장

눈보라 무게에 떨어져

낮은 포복 자세로 엎드려 흩날리는 소리에

당신의 몸속에 갈아 넣은 얼룩과 무늬가 

한 순간을 만끽하며

씨실과 날실로 엮여 이중주를 들려줍니다


제 몸을 견디지 못해 

추락으로 상처 입은 사과 하나

과일가게에서 덤으로 팔려가며 새어 나오는 소리에

당신이 받은 상처가 물음표를 던지며

뭉게구름처럼 하늘을 날고 있습니다



슬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흐르는 눈물이

움푹 팬 눈주름을 만나

삶의 길목에서 내는 한숨 소리에

당신의 괴로웠던 엇갈림의 시간들이 화답하며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화들짝 놀랍니다


수심 가득한 시간이 가던 길을 멈춰 서서

끝없이 쏟아지는 소나기의 돌팔매질하는 소리에

직선 주로 끝에서 당신의 숨 가쁜 곡선이 에둘러 말하며

세상을 품어왔던 다정한 속내가 

속 깊은 넋두리를 털어놓습니다


기울어진 채 책장을 지키던 한 권의 책이

불편한 자세를 유지하다 

절도를 잃어버리고 터져 나오는 아우성의 소리에

당신의 손위에 얻혀진 책의 밑줄 친 한 문장이 

긴장감을 풀며 행간을 뚫고 

바람에 날려 졸음을 떨쳐버립니다



백색의 땅 위를 기어가며 글자를 줄 세우던 펜이

사묻힌 그리움 한 조각 부르며 맞이하는 소리에

당신의 새벽을 밝혀가며 소환했던

풀잎에 맺힌 새벽이슬도 위태롭게 다음을 기약합니다


꽃샘추위에 떨던 개나리 꽃 뿌리가

언 땅 위로 흐르다 스며드는 얼음물에 닿는 소리에

갈 길을 잃지 않으려고 애간장을 녹이며 발버둥 치는

당신의 아스라한 감정의 물결이

스쳐 지나가는 바람을 붙잡고 하소연을 연주합니다


사이에서 살아가는 차이가

어느 날 길거리에 나섰다가 흐느끼며 내는 소리에

거리가 멀어질수록 귀머거리가 되기 전에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욕지거리가 나오기 전에

섬뜩한 온기가 온몸을 감싸며 내뱉는

당신의 한 마디는 한평생을 살아가는 위로입니다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도 걷지도 못하고 

일생 동안을 주인의 마음 따라 달리던 타이어가

긴장감을 멈추는 사이 

고요히 토해내는 숨죽이는 소리에

당신의 살아갈 길이 어둠에 싸인 채

차마 뒤돌아보지 못하고 서성거리며 

기다림으로 응답할 뿐입니다


살림의 무게만큼 굽어지는 인생

문전박대해도 육박전으로 겪어내며

자기 생을 꽃피우겠다는 ‘살’이 떠맡은 책임, 

살림이 살떨림으로 변하며 터지는 소리에

당신의 흔들리는 중심은 뿌리를 흔들며

파묻히는 흙 속에서 

다음 생의 실낱같은 희망가로 다가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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