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고귀한 성공은 어렵고 드물다-유피노자
자기 계발을 멈춰야 자기가 계발된다
“모든 고귀한 것은 어렵고도 드물다.” 난해하기로 유명한 스피노자가 쓴 《에티카》의 마지막 문장이다. 성공이든 성장이든 고귀하면서도 쉽지 않다. 에티카의 마지막 문장은 성공이나 성장에 대입해도 일맥상통한다. “모든 고귀한 성공은 어렵고도 드물다.” 성공을 정의하는 기준이 저마다 다를 것이고, 성장했다는 증거도 사람마다 다르다. 때문에 하나의 기준이나 잣대로 성공이나 성장을 평가하기에는 많은 무리가 따른다. 성공이나 성장은 고귀해서 어렵고 드물다는 이야기다. 어렵고 드문 성공이나 성장에는 그래서 누구나 노력하면 쉽게 지름길로 갈 수 있는 비법은 없다. 상상하는 대로 이루어진다거나 간절하게 원하는 이미지를 그리워하면서 끌어당기면 현실로 구현된다는 주장은 모두 잘 못된 인식을 심어주는 선전이거나 과대 포장한 광고다. 이런 선전과 광고는 성공과 성장에 목마른 간절한 사람들에게 유혹의 미끼로 작용한다. 이미 성공했다고 자부하는 사람이나 돈을 많이 벌어서 부자가 된 사람들이 개발한 비법을 따라 하기만 하면 누구나 성공하거나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은 억지 논리이거나 잘 못된 주장이다.
세상의 아무리 좋은 처방전이나 비법도 내 몸으로 겪으며 시행착오를 경험하지 않으면 나만의 고유한 방법으로 개발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비법은 그것을 개발한 사람이 복잡한 환경 속에서 다양한 변수들의 통제를 받아가면서 몸으로 겪어본 경험적 깨달음의 산물이다. 밖에서 검증된 수많은 성공 비법이나 부자가 되는 길은 나에게 맞을 수도 있지만 안 맞을 수도 있다. 니체의 《선악의 저편》에 따르면 주인으로 살아가가는 사람은 스스로 가치를 결정하고 창조하는 사람이다. 반대로 다른 사람이 결정해 준 가치를 추구하거나 자신의 성과를 다른 사람의 가치 판단 기준에 평가받는 사람은 노예다. 주인으로 살아가는 방법은 내 몸에 맞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가면서 의미와 가치를 느끼는 일을 하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가치를 지녔다고 할지라도 나에게는 무가치할 수 있다. 새벽에 일어나는 습관이 몸에 맞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성공한 사람은 모두 새벽에 일어나지 않았다. 자기 몸이 반응하는 신체성이 구체적인 삶의 현장에서 마찰을 일으키고 충돌이 발생하면서 자연스럽게 내 몸에 체화될 때, 비로소 나만의 고유한 방법이 개발된다.
다른 사람의 주장이나 견해에 일방적으로 매몰되는 것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 세상의 모든 주장이나 견해는 저마다 탄생한 문제의식과 사연이나 배경이 있다. 배경 없이 전경은 드러나지 않는다. 전경에 드러나는 모든 주장과 견해는 그것이 탄생될 수밖에 없었던 당시의 배경을 같이 이해할 때 오류에 빠지지 않는다. 누가 어떤 환경에서 누구의 도움을 받고 어떤 과정을 통해서 탄생한 이야기인지를 치밀하게 따져보는 사고과정이 따르지 않는다면 무조건적 추중과 맹목적 믿음을 낳는다. 중국 당나라 임제선사는 주인의 인생을 사는 방법을 그 누구보다도 파격적으로 제시했다.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부모를 만나면 부모를 죽이고, 친척을 만나면 친척을 죽여라”는 말이 나온다. 임제의 주장을 자기 계발서에 대입해 생각해 보면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메시지를 무조건 믿지 말고 자기 입장에서 주체적으로 생각해 보라는 의미다. 니체식으로 해석해 봐도 임제 어록은 남의 가치를 무조건 추종하는 노예의식을 없애라는 의미다. 자기 삶을 주체적으로 영위하지 못하고 타인의 권위에 맹목적으로 복종하며 살아가는 노예근성을 없애야 주인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길이 열린다는 의미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 남이 알려주는 성공을 향한 지름길을 찾아 고속 질주하고 있다. 하지만 생각만큼 자기 일에 몰입하며 성장하는 사람은 구경하기 힘든 이유는 무엇일까. 이렇게 하면 성공할 수 있고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저마다의 비법은 각종 책이나 영상을 통해 더욱 난무하고 있다. 하지만 그 비법을 그대로 실천해서 성공체험을 맛보았거나 실제로 부자가 된 사람보다 여전히 그들이 주장하는 각종 비법 처방전에 중독되어 헤어 나오지 못하는 사람은 더 많아지고 있다. 다른 사람의 성공 비법을 주문으로 외우며 자기 확신을 반복하거나 끌어당긴다고 현실로 실현되지 않는다. 인생은 생각보다 생각대로 되지 않는 일이 많다. 계획대로 풀리지 않고 곤경에 처하거나 예기치 못한 사고를 당해 난국에 처하는 경험이 나를 어제와 다른 세계로 인도해 주는 소중한 자산이다. 어제와 다른 시행착오 속에서 판단착오가 줄어드는 가운데 어제보다 나아지는 작은 성공체험이 어제와 다른 나로 거듭나게 만들어주는 원동력이다.
남의 성공 비법에 의존할수록 자기 존재이유를 찾아 주인의 삶을 자유롭게 살아가기 어려워진다. 지금 당장 특정한 주제에 관해서든 아니면 아무거나 생각나는 대로 써보자. 언어로 번역되어 글발로 튀어나와 건축된 문장이 바로 지금 나의 삶의 현주소다. 남의 이야기에 담긴 신념이자 주장에 종속되어 있을수록 주체적인 내 생각을 글로 표현하기 어렵다. 남의 견해나 주장에 의존할수록 나라는 존재가치는 늘 평가절하된다. 남이 알려주는 비법에 의존해 자기를 계발할수록 자기는 계발되지 않고 실종된다. 내가 어제와 다르게 주체적으로 살아본 삶만큼 주도적인 생각도 생기고 나의 원칙과 가치도 만들어낼 수 있다. 내 삶을 능가하는 글을 쓸 수 없고 삶을 능가하는 생각도 없다. 자기의 존재 이유는 남이 알려주는 비법에 있지 않고 찾아내려는 나의 안간힘 속에서 발견되는 비밀이다. 그 비밀의 열쇠는 밖에 있지 않고 내 안에 있다. 자기의 존재이유를 찾아낸 사람이 바로 자유를 찾은 사람이며 자유를 찾은 사람만이 주인의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
성공에 이르는 가장 확실한 길은 기도보다 시도, 남의 생각 읽기보다 내 생각 쓰기, 치밀한 계획과 철저한 준비보다 과감한 실천과 지루한 반복, 간절한 목표와 원대한 꿈보다 지금 시작하며 나만의 방법을 개발하는 데 있다. 자기 계발은 자기 암시나 마인드 컨트롤로 움직이는 정신노동이 아니라 피지컬이 개입되는 육체노동이다. 나의 미래는 마인드가 바꾸지 않고 몸을 움직이는 신체성이 바꾼다. 야생의 텃밭에서 움직이는 신체성만큼 자기 정체성이 생기고 미래 가능성도 바뀐다. 주어진 환경과 조건에서 몸을 움직여 실천하며 시행착오를 겪으며 깨달은 만큼 자기가 계발된다. 성공이나 성취는 요행의 산물이 아니라 지루한 실행의 부산물이다. 모루 위에서 단련되는 백련강(百鍊剛)처럼 지루한 실천을 반복하는 고통 속에서도 성장하는 체험과 성취감을 맛보며 주어진 환경을 배경 삼아 노력하는 여정이 나를 중심에 세우고 주인으로 살아가는 보루가 된다. 내 몸으로 험난한 인생의 파고를 넘어본 사람만이 자기만의 언어로 번역해 낼 수 있고, 자기만의 언어를 갖고 있는 사람만이 확실한 주관으로 자기만의 성장이론을 만들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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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의 성공지도에는 나의 성장지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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