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시집과 살집 사이, 하숙집이 산다

시집과 살집 사이, 하숙집이 산다


시집과 살집 사이에

형극(荊棘)의 주름으로 얼룩지고

고단한 시름으로 버티던

하숙집이나 시골집


옹고집이나 아집을 부려도

이웃집은 온데간데 없고

초상집이나 상갓집만

운집(雲集)해 있어도

배고픔이나 서글픔을 달래주는

선술집이나 외갓집



부잣집과 고깃집이 즐비하고

곳곳에 잔칫집이나 중국집 같은

맛집만 결집되어 있어도

내 마음의 발길이 향하는 

전셋집이나 두꺼비집


흡집 잡히고 트집 잡혀도

벌집만 밀집된 지역에서도

맷집으로 버티며

수집된 난국의 곤란함을 녹여보는 

호떡집이나 처갓집



어린이집의 철없음이나 

거푸집의 허망함이라도 이겨내려 

몸집으로 안간힘을 쓰며 잡힌 물집도

편집만 잘 하면 인생 전집도 선집되는

초가집이나 종갓집 


나는 오늘도 

살집으로 출근해

시집으로 응집된 하숙집에서 

먹구름으로 가려진 하루를

허공에 날려보내고

하염없이 이 순간을 버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