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카피는 상표를 상징적 의미로 바꾸는 브랜드 메시지다
광고 카피에서 배우는 짧은 문장의 힘:
광고 카피는 상표를 상징적 의미로 바꾸는 브랜드 메시지다
광고 카피는 다른 카피를 카피하지 않는다. 광고 카피는 촌철살인의 언어로 보는 순간 마음을 훔치는 짧은 문장의 전형적인 사례다. 자기 일에 바쁜 사람들, 숨 쉴 틈 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 사람들은 장황한 문장이나 긴 글을 읽은 시간이 없다. 각종 SNS를 비롯 넘치는 정보의 바다에서 표류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핵심 메시지로 찰나의 순간에 뇌리에 꽂히는 의미를 품은 카피를 만들어야 한다. 주의력이 짧아지는 시대, 너무 많은 정보에 주의력을 빼앗기는 사람들에게 직관적으로 와닿는 카피가 아니면 순식간에 지나친다. 듣는 순간 이해가 되면서도 깊은 울림을 주고 추가로 궁금증을 유발하는 카피는 사람의 기억 속에 강력하게 각인된다. 설명보다 사물이나 대상의 본질적 속성이 이미지로 부각되게 해 주면서도 임팩트 있는 의미로 와닿게 하는 방법을 광고 카피에서 배울 수 있다. 듣는 사람이 메시지를 딱 한 번에 파악하고,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방법은 단연 광고 카피가 최고다.
나이키의 경쟁상대는 게임기를 만드는 소니다
카피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속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제품이나 서비스가 품고 있는 철학과 신념을 응축, 고객의 뇌리에 이미지로 각인시킨다. 예를 들면 신발을 파는 나이키(Nike) 슬로건은 “Just Do It”이다. “Just Do It”은 운동화의 기능적 편안함이 다른 제품에 비해 내구성이 뛰어나고 디자인이 다르다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이키는 운동화를 신고 이전과 다르게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강조하면서 운동화를 통해 추구하고 싶은 가치와 태도를 강조한다. 단순히 물건을 더 많이 팔겠다는 마케팅이 아니라, 어제와 다르게 과감하게 뭔가를 시작하고, 한계를 뛰어넘어, 꿈을 이루도록 격려하는 브랜드로 포지셔닝한 카피다. 나이키는 이미 간파한 것이다. 고객에게 파는 것은 상품이나 서비스가 아니라 상품이나 서비스를 통해 전달하고 싶은 의미와 경험이라는 것을. 이런 점에서 보면 나이키의 경쟁상대는 동종 제품을 파는 다른 신발회사가 아니라 플레이스테이션과 같은 게임기를 파는 소니다. 운동화를 신고 나가서 신나게 놀아야 하는데, 게임기에 빠져서 밖으로 나갈 시간이 없어진 것이다. 나이키는 신발의 기능적 속성과 디자인을 비롯한 제품의 품질을 강조하지 않고 실내에서 게임하는 재미보다 밖에 나가서 노는 것이 더 재미있음을 보여주는 의미와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Just Do It”이라는 나이키 슬로건은 단순히 운동화 신고 밖에 나가서 무조건 움직이라는 메시지를 넘어선다. 운동화라는 본질에 집중하지 않고 운동화로 이룰 수 있는 꿈과 도전, 야망과 열정과 같은 비본질을 자극, 마침내 비본질이 본질을 대체하는 순간 나이키는 운동화 회사라는 고유명사에서 모든 사람들이 일상을 살아가면서 입에 오르내리는 보통명사가 된 것이다. 이제 보통명사를 넘어서 나이키는 도전과 열정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뭔가를 시작하고 싶은 데 저마다의 이유나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Just Do It”은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브랜드 이미지로 각인된 것이다. 나이키는 나이키를 신는 사람들과의 연대망을 구축, 나이키 신발을 싣는 순간 사소한 장애물이나 장벽을 물리치고 과감하게 도전하는 다양한 스토리텔링을 통해 어떤 일이든 해낼 수 있는 가능성과 잠재력을 발휘하는 서사의 주인공이 되는 느낌을 공유하면서 언제든지 어려운 시절을 극복해 나가는 동반자라는 깊은 유대감을 심어준다.
나이키의 “그냥 해!(Just Do It!)” 슬로건은 동종 업계 간 경쟁 패러다임이나 게임의 룰 자체를 송두리째 바꿔버린 촌철살인의 카피다. 제품의 물리적 특징이나 기능적 속성을 강조하면서 발 편한 신발로 품질경쟁하는 게 아니라, ‘도전과 용기’나 새로운 시작을 결심하는 사람들에게 던지는 희망의 메시지로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인생여정과 함께 하는 동반자로서의 브랜딩을 하는 것이다. 단순한 광고나 홍보 마케팅을 통해 제품을 많이 팔겠다는 매출 신장 개념을 뛰어넘는 ‘정신적인 가치’를 선점, 아무도 따라올 수 없는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대표적인 카피다. 이제 나이키는 단순한 스포츠 용품 회사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용기 있는 도전을 응원하고 지원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된 것이다.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기와 ‘남들과 다른 생각’은 다르다
애플(Apple)도 마찬가지다. 애플은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처럼 전자제품(본질)을 팔지 않고 “Think Different”를 판다. 애플의 "Think Different" 캠페인은 단순히 컴퓨터나 기술 제품(본질)을 판매한 게 아니라, 도전과 혁신, 창의성이나 대체불가능한 고유함(비본질)를 판매함으로써 전자제품을 파는 회사의 이미지에서 완전히 벗어나 인문학적 브랜딩을 성공시킨 또 하나의 신화적 스토리다. 애플은 우선 컴퓨터를 인간의 복잡한 계산을 효율적으로 대신해주는 전자기기로 정의하지 않았다. “Think Different”라는 슬로건을 내건 스티브 잡스는 컴퓨터를 단순히 정보 처리 기계를 넘어 이전에 생각할 수 없었던 완전히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생각을 잉태하는 도구로 재해석한 것이다. “Think Different”는 단순히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는 수준을 넘어서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하는 수준으로 비약시켰다. ‘남들과 다른 생각’은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는 수준은 이미 다른 생각하는 개 있다면 그것과 비교해서 조금이라도 다르게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남들과 다른 생각’은 남들이 생각지도 못했던 새로운 생각의 지도를 따라가는 색다른 생각이다. 한 마디로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는 것은 남다르게 생각하는 것이고 ‘남들과 다른 생각’은 색다르게 생각하는 것이다.
애플은 전자 제품의 품질 수준으로 차별화를 지향하지 않고 뭔가 색다르게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싶은 인간의 숨은 잠재욕망과 근원적인 ‘자기실현’ 욕구를 정면으로 자극함으로써 내 안에서 자라고 있는 위대한 가능성을 실현하라는 모티브를 던진 것이다. 애플의 “Think Different”는 나아가 당시의 시대정신과 정상에 오른 정상이 아닌 사람들의 반항정신을 정면에 내세우는 캠페인도 병행하였다. 알버트 아인슈타인, 마하트마 간디, 마틴 루터 킹 주니어, 존 레넌 같은 역사 속 괴짜들이나 혁명가를 등장시켜 정상에 오른 사람의 비정상적 사유가 갖는 통렬한 깨달음의 메시지를 고객들의 뇌리에 각인시켰다.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을 만큼 미친 사람들이 실제로 세상을 바꾼다”는 내레이션은 단순한 광고 카피를 넘어, 애플이 지향하는 시대정신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이런 캠페인을 통해 애플은 자사 제품을 산다는 것은 결국 이런 시대정신을 사는 것이고 내 안에 꿈틀거리는 혁신과 창조 본능을 구현시키는 강력한 매개체와 같이 살아간다는 메시지로 비본질이 본질을 압도하게 만드는 브랜딩을 성공적으로 구축해 온 것이다. 애플 제품을 사는 행위는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나는 주류에 편승하지 않는 특별한 사람이다라는 선언이자, 내 안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창조성이나 혁신을 통한 자아실현으로 우리 모두도 대체불가능한 브랜드가 되라는 비범한 상징성을 강조한 것이다.
짧은 문장은 기대를 망가뜨리는 의외의 메시지가 살아가는 텃밭이다
광고 카피의 성격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통찰력과 위트, 그리고 감동과 희망을 전하는 카피가 그것이다. 물론 네 가지 카피의 성격은 개념적으로 구분될 뿐, 실제 광고 카피는 네 가지 성격이 적정한 분량으로 섞여 있는 경우가 많다. 첫째, 통찰이 있는 카피는 “자유는 혼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누구와 함께 있어도 자기 자신으로 있을 수 있는 것”이라는 이온 음료 광고가 그예 에 해당된다. “모험이 부족하면 좋은 어른이 될 수 없다.” “처음에, 나이 제한은 없다.” “메일로는 만날 수 없어, 레일에서 만나자.” “여행의 길(root) 위에선 누구나 18세(age)다(√a=18).” 여행을 떠나는 사람은 나이에 관계없이 모든 청춘 18세라는 의미다. 모두 일본철도(JR: Japan Railroad) 청춘 18세를 강조하는 카피다. 방구석에서 인생을 논할 수 없다. 지금까지의 여행이 나다. 대책 없이 아무 역에나 내려본 적이 있습니까? 이런 여행을 통한 경험이 다양한 상황에서 직면하는 모험을 극복하는 소중한 깨우침을 주는 것이고, 그런 경험이 없는 사람은 좋은 어른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 카드 갖고 여행을 떠나지 않으면 여행이 우리를 떠난다.
길을 만든 사람은 길을 벗어난 사람이다. 길을 벗어나봐야 가던 길보다 더 낯선 길을 만날 수 있고, 그 길에서 심장 뛰는 미지의 길로 가는 통로를 새롭게 찾을 수도 있다. 가던 길에서 벗어나본 사람만이 주어진 현실적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 신경림 시인의 ‘뿔’이라는 시에 나오는 말, “이쯤에서 길을 잃어야겠다”는 말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까닭이다. 퉁찰력을 주는 카피에는 공통적으로 예상치 못한 단어 조합이나 반전으로 놀라움을 주는 의외성이 있어서 기억에 더 오래 남는다. 예를 들면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와 같은 카피는 기존 인식을 뒤집어서 강한 인상을 준 대표적인 카피다. 침대는 가구가 아니라 왜 과학이지라는 호기심도 자극하고 침대가 과학이구나라는 깨달음을 동시에 주는 의외의 반전을 주는 카피다. 짧은 문장의 힘은 기대를 저버리는 묘미에서 나온다. 상식과 통념에 기대어 생각했지만 기대를 정말 망가뜨리는 의외의 메시지가 살아가는 텃밭이 바로 짧은 문장이다. 이런 짧은 문장의 전형적인 사례가 바로 통찰을 주는 광고 카피다.
마케팅은 카드를 긁게 만드는 마술이다
둘째는 위트 있는 카피다. “옷을 사러 갈 옷이 없다”라는 백화점 광고가 이런 카피에 해당된다. 옷을 사러 가고 싶은 데 막상 쇼핑하러 갈 때 입고 갈 옷이 없다는 역설이다. “We try harder.” 미국의 렌터카 회사, Avis Rent a Car 광고 카피다. 당시 렌터카 시장 2위였던 Avis가 1위인 Hertz를 대놓고 언급하면서 “우리는 2위라 더 열심히 합니다”라고 솔직하게 고백한 재치가 2위지만 고객의 위해 진심으로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 성실함과 신뢰감을 강조하는 유머스러운 카피다. “허락보다 용서가 쉽다.” 플레이 스테이션 4 광고 카피다. 플레이 스테이션 4가 출시 당시 가격이 40만 원에 육박한다. 플레이 스테이션 4를 본 남편은 사고 싶어 안달이 난다. 당연히 부인은 남편의 구매욕구를 충족시켜 줄 리 만무다. 그래서 광고에는 유부남들에게 사라고 한다. 유부남이 사는 길은 사는 것이라고. 부인이 절대 허락은 안 해 줄 것이니 일단 카드를 긁고 산 다음 부인에게 용서를 구하는 길이 빠른 길임을 강조한다. 마케팅 카피의 핵심과 본질을 드러내는 광고 카피다. 마케팅은 지성을 순간적으로 마비시킨 다음 머리가 깨어나기 전에 심장을 뜨겁게 달궈서 빨리 카드를 긁게 마술이다. 생각이 깊어지면 절대로 카드를 긁지 않는다. 마케팅의 타깃은 생각하는 머리를 마비시켜 생각하지 않고 뜨겁게 달군 심장이 뛸 때 카드를 긁게 만드는 데 있다.
할리데이비슨 광고 카피도 같은 맥락이다. “Someday. I'll do it some day. Monday, Tuesday, Wednesday, Thursday, Friday, Saturday, Sunday. See? There is no someday. It's time to ride.” 번역하면 이렇다. “언젠가 할리를 탈 거야.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 월요일과 일요일 안에 언젠가라는 요일은 없다. 그러니 지금 나가서 빨리 카드 긁고 할리를 사서 타라.” 모든 광고 카피의 끝에는 지금이야말로 카드를 긁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때라고 강조한다.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황금을 캘 수 있는 소중한 시기는 절대 오지 않는다. 광고 카피의 세계에 다음은 없다. 언제 한번 밥 먹자는 사람과는 밥 먹기 힘들다. 언젠가가 되어도 언젠가는 절대 오지 않기 때문이다. 밥을 먹고 싶으면 당장 날짜를 서로 정해서 그날의 약속을 정해야 한다. 날 잡지 않으면 날 잡을 수 없다. “치킨은 살 안 쪄요. 살은 내가 쪄요.” “지나친 과식은 감사합니다.” 배달의 민족 광고 카피들이다. 짧은 문장 안에 기대를 망가뜨리는 의외성(unexpectedness)의 해학과 기지가 숨어있다.
조건 없는 다정함이 상상력을 자극하는 감동을 낳는다
셋째, 감동을 주는 카피다. “결혼하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는 이 시대에 나는 당신과 결혼하고 싶습니다”와 같은 결혼 정보 회사 광고 카피가 감동을 준다. 결혼은 고향이 다른 사람이 만나 두 개의 고향을 만드는 축제라는 말도 있다. “함께 쓴 우산, 젖어 있는 쪽이 사랑에 빠진 사람”이라는 2014년 교토은행 TV 광고 카피다. 사랑의 힘은 위대하고 운명조차 바꾸는 혁명이 일어나는 원동력이다. 감동은 작은 배려와 관심, 그리고 조건 없는 다정함에서 시작된다. 상대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은 무한한 다정함을 부르고 그 다정함은 상대의 입장에서 하루 종일 상상하게 만드는 마력이 숨어있다. ‘필로소피(philosophy)’라는 이름의 화장품 회사가 있다. 1996년 캘리포니아에서 시작하여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성공의 배경에는 화장품의 기능이나 품질보다 화장품이 고객에게 제공하는 궁극적 의미와 가치를 강조하는 브랜드의 전략으로 승부수를 던지는 데 있다. 화장품 종류별로 구상한 메시지가 재미있고 감동적이다. 제품의 종류와 연결되는 철학적 문구들이다. 핸드크림의 경우 “네 인생은 네 손에 달려 있다” 또는 “희망의 손길(hands of hope)”, 아이크림의 경우 “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 수분크림은 “병 안의 희망(hope in a jar)”, 메이크업 제품에는 “당신의 세계를 색상으로 꾸며라” 같은 식이다. 이처럼 ‘철학’과 ‘화장품’이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요소를 결합한 발상은 미니멀한 디자인을 통해 지적 가치를 배가시켰다.
스칸디나비아 비행기를 타면 이런 문구를 만날 수 있다. “The Color Of Snow, The Taste Of Tears. The enormity of oceans. If you want salt on your meal, don’t cry-use this package. Pepper has been called ‘the gift of the Eas,.’ though gift means poison in Swedish, don't let that put off. Imagine if the oceans of the world contained pepper, instead of salt, well, maybe not. As sugar dissolves, it spreads happiness. Imagine if it snowed sugar. It would look like snow, but a lot more people would be eating out. Luggage is like a shadow. It follows you everywhere. A poem for the birds. The best traveling companion is an open mind.”
눈의 색, 눈물의 맛, 바다의 광대함을 담고 있는 것, 소금
첫 번째 문장은 소금에 관한 시적 표현이다. “눈의 색, 눈물의 맛. 바다의 광대함.” 겨울에 내리는 하얀 눈 색깔을 닮았고, 슬플 때 흘리는 눈물의 짠맛과 비슷하며, 광대한 바다의 꿈을 담은 조미료가 바로 소금이라는 것이다. “소금을 원한다면 식사 중에 울지 말고 이 패키지를 사용하십시오.” 눈물은 소금처럼 짠맛이 있지만 그걸로 조미료를 대신할 수는 없는 법, 그러니 슬퍼도 울지 말고 눈물을 머금고 소금이라고 명명되지는 않았지만 눈물의 맛을 내는 소금을 사용해서 음식의 간을 맞추라는 이야기다. 세 번째 문장부터 후추 이야기가 나온다. “후추는 ‘동방의 선물’이라고 불렸다. 스웨덴에서는 ‘선물’이 ‘독’을 의미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추를 뿌려서 음식 맛을 내는 것을 미루지 마라.” 동방의 선물이자 독약이라는 이중적 의미를 지닌 후추, 과연 선물을 선택할 것인지 독약을 선택할 것인지의 문제는 승객의 선택에 달려 있다. 독약이지만 먹어도 죽지 않는 향신료니 음식 맛을 내려면 머뭇거리지 말고 뿌려서 최고의 음식 맛을 내라고 재촉한다. 식탁에서 늘 만나는 소금과 후추의 숨어 있는 의미를 인문학적으로 재해석해줌으로써 고단한 삶, 힘든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작지만 울림이 있는 위로와 희망을 전해준다.
“만약 이 세상의 모든 바다가 소금 대신에 후추를 품고 있다면 그건 아마 실현될 수 없는 불가능한 꿈일 것이다.” 바닷물은 소금물이다. 소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미약하지만 바닷물의 본질적 속성을 결정하는 것은 극히 미량의 소금이다. 그런데 소금이 아니라 후추로 바닷물이 구성되어 있다는 상상을 한다면 바닷물은 도대체 어떻게 바뀔 것인가? 생각하지 말고 상상해 보라. 논리적으로 분석하지 말고 상상할 때 후추로 구성된 바닷물의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을까? 소금의 자리를 후추가 꿰찰 때 바닷물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변신할 수 있을까? 우선 짠물이 없어지고 후추의 향기에 따라 각양각색의 향기가 진동하는 바닷물로 바뀔 수 있을까? 대서양과 태평양, 그리고 동남해안에 흐르는 해류의 방향과 각 대양별 남극과 북극을 오고 가는 시점에 만나는 온도 변화에 따라 바닷물은 다종 다양한 향기를 머금은 후추 바다로 바뀔 수 있을까? 소금이 바닷물을 결정하는 주체가 될지 후추가 될지에 따라 우리가 상상하는 바다는 전혀 다른 세계의 이미지로 부각된다는 상상의 날개를 펼쳐 보인 것이다.
‘눈’ 대신 겨울에 ‘설탕’이 내린다면?
다섯 번째 문장부터 설탕이 나온다. “설탕이 녹으면서 행복을 전합니다.” 행복은 달콤하다는 언어적 점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설탕’하면 바로 떠오르는 다음 단어는 ‘달콤하다’이다. 행복한 사람 역시 달콤한 삶을 살아간다. 설탕 같은 인생, 바로 행복한 인생이라는 점에 착안해서 설탕을 녹여서 음료로 마시면 설탕이 녹아 없어지면 달콤한 인생이 시작된다고 승객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설탕이 내렸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눈처럼 보일 거예요. 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달콤한 행복을 느끼기 위해 외식하러 나가겠지…” 눈 대신 겨울에 설탕이 온 세상을 덮는다는 상상을 해보자. 눈 녹듯이 설탕도 녹을 것이다. 설탕이 녹으면서 행복을 전하듯, 한 겨울에 눈 대신 설탕이 온 세상을 하얗게 덮을 때 그리고 때가 되면 설탕이 녹아내릴 때, 우리 인생의 고달픔도 설탕 녹아내리듯 다 녹아서 어디론가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상상력 속에 녹여낸 감각적인 표현이 아닐 수 없다. 달콤한 행복을 방구석에서만 보내기 어렵다. 눈이 오면 멀쩡했던 기분도 심장이 뛰면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화를 하고 가까운 친구들에게 문자로 소식을 알린다. 온 세상을 하얗게 물들인 설탕이 녹기 시작하면서 세상은 달콤해지기 시작한다. 그러니 집에만 있지 말고 밖으로 나가 멋진 만남 속에서 맛난 음식을 먹는 게 어떻겠느냐는 권유다. 설탕과 눈, 행복과 외식을 연상시켜 승객으로 하여금 이륙하자마자 멋진 레스토랑으로 유인해서 맛난 음식을 먹게 유혹하는 멘트가 아닐 수 없다
스칸디나비아 항공사의 마지막 감동적인 문장에 이르면 소금과 후추로 음식 맛을 즐기고 설탕으로 달콤한 음료의 행복을 즐긴 승객은 이제 목적지에 도착해서 수하물을 찾는 장면을 상상한다. “수하물은 그림자와 같습니다. 그것은 어디에서나 당신을 따릅니다.” 수하물을 그림자에 비유한 탁월한 은유다. 수하물이 주인을 앞서가는 경우는 없다. 언제나 주인 뒤를 따라간다는 수하물의 속성을 그림자에 비유한 시적 상상력의 산물이다. 나를 따라오는 수하물을 끌고 고단한 몸을 쉬러 목적지로 향한다. 피곤해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를 따라오는 수하물을 이끌고 시내 어느 호텔이나 그리운 집으로 향한다. 긴 여행을 마치고 포근한 휴식을 취하고 다음 목적지로 향하기 위해서다. 이 광고 문안의 대미를 장식하는 한 문장은 이렇게 화룡점정한다. “새를 위한 시. 최고의 여행 동반자는 열린 마음입니다.” 여기서 새는 비행기를 지칭하거나 비행기를 타고 날아다니는 승객을 의미하는 은유적 표현이 아닐까. 날아가는 새를 위해 소금과 후추와 설탕을 받치지는 않았을 테니까. 소금으로 인생의 눈물 맛을 보고, 후추로 인생의 향기를 품으며, 설탕으로 달달한 꿈을 꾸며 행복의 목적지로 새처럼 날아가는 모든 승객에게 받치는 헌사가 아닐 수 없다.
불가능, 사실이 아니라 의견일 뿐이다
마지막은 희망을 전하는 광고 카피다. “이런 시대니까,라고 포기하는 사람이 있다. 이런 시대니까,라고 시작하는 사람이 있다”라는 영어 학원 광고가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해준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많은 기업이 도산 위기를 경험하고 심각한 상황에 내몰리기 시작했다. 투자를 줄이고 절치부심 기회를 엿보다 때가 왔을 때 공격적인 경영모드로 전환하는 게 당연한 시장 논리였다. 하지만 어떤 기업은 이런 시대니까 오히려 발상을 전환, 과감하게 도전을 시작하는 기업이 있다. “시작하면 시작된다.” 아사히 신문 옥외광고다. 시작하지 못하는 이유는 시작하지 않기 때문이다. 시작하기 좋은 때는 지금이다. 그래서 어느 목욕탕 간판에 쓰여 있는 말, “사람은 때가 있는 법이다”라는 말이 와닿는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완벽한 때를 기다리다 몸에 때만 낀다”는 사실이다. “준비에 실패하는 것은 실패를 준비하는 것이다.” 벤자민 프랭클린의 말이다. 문제는 너무 완벽하게 준비하다 완벽하게 실패한다는 데 있다. 어느 정도 준비가 끝나면 과감하게 실행하면서 초기 준비했던 계획을 얼마든지 수정할 수 있다.
“Impossible is Nothing.” 아디다스(Adidas)가 시리즈로 광고한 카피다. 이 광고 카피는 인간의 의지를 통해 직면하는 한계나 불가능한 장벽마저도 뛰어넘을 수 있는 가능성을 알려주는 메시지다. 불가능은 물리적인 장벽이나 장애물이라기보다 그것에 대한 도전하는 사람의 심리적인 문제라고 해석하는 것이다. 무슨 이유 때문에 “나는 안 돼", ”이건 원래 안 되는 거야 “라고 도전해 보기도 전에 한계선을 긋고 포기한다. 하지만 이 카피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인간의 한계인식은 실체가 없는 허상일 뿐이며, 오직 인간의 마음속에서만 존재하는 심리적 장벽이라고 인식시켜 준다. 아르헨티나 축구선수로,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에 우승을 안겨준 리오넬 메시,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영웅, 나디아 코마네치, 체조 세계 챔피언이 꿈이었지만 키가 계속 커져서 본래 꿈을 포기하고 장대 높이 뛰기 세계 챔피언이 된 이신 바에바 선수는 모두 불가능은 하나의 의견일 뿐 사실이 아님을 몸으로 증명한 레전드들이다. 본래 ”불가능,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Impossible is Nothing)“라는 말은 사실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의 명언이라고 한다.
인류의 역사와 문명은 역경을 뒤집어 경력으로 만든 영웅들의 신화창조 이야기로 가득 차다. 아디다스는 나이키의 “Just Do It”처럼 불가능은 객관적 사실이 아니라 주관적 편견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좌절과 절망에 넘어진 사람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메시지로 “너도 할 수 있어, 너 안에도 영웅이 있어!”라고 외치면서 자신감으로 무장해 준 광고 카피다. 아디다스는 나이키처럼 이 카피를 통해 단순히 운동화를 파는 기업이 아니라, 인간의 삶에 깊은 의미와 희망을 불어넣는 브랜드로 스스로를 격상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 운동화 제품 자체의 기능, 디자인(본질)을 넘어서,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얻게 될 도전정신이나 성취감 또는 자신감(비본질)으로 새로운 브랜딩에 성공한 사례다. 아디다스는 더 이상 신발이라는 제품의 본질을 팔지 않고 불가능에 도전하는 정신적 가치라는 비본질로 자신의 이미지를 브랜딩 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평범한 사람도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 수 있는 가능성과 자신감을 얼마든지 발휘할 수 있음을 각인시킨 광고 카피의 또 다른 신화창조 스토리다.
광고 카피는 단순히 제품과 서비스를 팔기 위한 유혹성 메시지가 아니다. 사람도 저마다의 정체성으로 자기다움을 증명하며 대체 불가능한 휴먼 브랜드를 구축하듯, 제품과 서비스도 물질적이고 기능적인 특성을 품질 측면에서만 부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광고카피는 제품과 서비스가 왜 존재하는지, 그것을 통해 자신은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와 가치를 심어주고 싶은지, 이전과 다른 경험을 구매하게 함으로써 자신의 존재의미를 각인시키려는 처절한 몸부림이 숨어 있다. 두통약 하면 타이레놀이 떠오르고, 콜라 하면 코카콜라가, 검색엔진하면 구글, 복사기 하면 제록스가 떠오르듯 저마다 고유명사로 시작해서 이제 보통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보통명사가 되고 마침내 보통명사는 동사가 되었다. 검색하다는 말 대신에 구글 하다, 두통약 먹다가 타이레놀 하다, 복사하다가 제록스 하다처럼 이제 각각의 브랜드 이름은 상표를 넘어 상징이 되고 대체불가능한 고유한 자기다움으로 가장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