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달 실패를 부르는 5가지 언어의 심리적 기제
다른 사람의 설명(說明)을 계속 들을수록 실명(失明)당한다
전달 실패를 부르는 5가지 언어의 심리적 기제:
성공예감, 이대호입니다
KBS 1 라디오 녹음을 마치고
(방송은 1.17일 토요일 오전 9시, 1.18일 일요일 오후 5시에 KBS 1라디오 및 유튜브: 1라디오와 와이스트릿으로 동시 송출)
왜 어떤 말투는 상대의 마음 문을 쾅 닫아버릴까? ‘~거든, ~잖아, ~더라, 아니 근데, ~같다’ 같은 다섯 가지 언어 습관을 맨스플레인(지적 우월감)과 고나리질(쓸데없는 간섭)의 시선으로 들여다보면, 우리 대화 속에 숨어 있는 미묘하고도 뼈아픈 심리적 기제들이 드러난다. 결국 핵심은 상호 존중이 빠진 채 관계를 규정하려 하거나, 상대가 바라지도 않는 충고와 조언을 억지로 건네는 데에서 발생한다. 이런 말투들은 대화의 주도권을 한쪽이 틀어쥐고 흔들거나(맨스플레인), 상대의 심리적 영역을 함부로 넘나들면서(고나리질) 청자의 마음을 걸어 잠그도록 만든다.
2010년 ‘뉴욕 타임스’가 올해의 단어로 꼽고, 2014년에 온라인 사전에 등재된 ‘맨스플레인’은 남자(man)와 설명(explain)의 합성어로, 자신이 잘 아는 일이나 사물을 주로 여성에게 뽐내며 설명하려 드는 남성을 뜻한다. 리베카 솔닛의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란 책이 유명하다. 상대방이 충분히 알고 있더라도 굳이 설명을 보탠다거나, 자신의 지식이나 견해가 최고라는 태도로 말을 던질 때 쓰인다.
맨스플레인 못지않게 이른바 ‘고나리질’이라는 조어도 일상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원래 ‘관리’를 빠르게 칠 때 나타나는 오타와 접미사 ‘질’이 결합해 만들어진 단어지만, 실제 쓰임은 남의 일에 필요 이상으로 끼어들면서 가르치려 들거나, 자꾸 훈수·간섭을 놓는 태도를 의미한다. 본래 ‘관리’와는 결이 다르다.
1. 교조적 우월감의 표출 — 맨스플레인의 전형
① ~거든 (내가 너를 가르쳐줄게) ③ ~더라 (내가 아는 걸 너도 알아라)
이 두 화법이 대화에서 작동하는 방식은 명확하다. 발화자가 스스로 ‘지식의 중심’에 서고, 상대는 자연스레 ‘모르는 사람’으로 위치 지워진다. 여기서 문제는, 어쩐지 무시당하는 기분을 주기 쉽다는 것. 내가 모르는 게 많아 보이나? 이런 생각이 스멀스멀 피어난다. 맨스플레인이 작동하는 심리다. 원치 않은 정보를 굳이 들려주려 할 때, 청자는 자기 자신이 감히 토를 달지 못하는 무지한 사람으로 취급받는 느낌을 받는다. 게다가 정보의 가치는 급락한다. 말을 하는 순간 상대의 ‘잘난 척’이 도드라지면, 내용은 뒷전으로 밀린다. 오히려 “아, 또 지적질 시작이구나”라는 반감만 남는다.
2. 심리적 영역 침범과 강요 — 고나리질의 변주
② ~잖아 (네 생각도 같아야 해) ④ 아니 근데 (내 말이 정답이야)
이런 말투는 상대방의 생각이나 의견을 무시하며, 내 생각을 강요하는 느낌을 준다. “너도 이건 당연히 알잖아?”, “그게 아니라 내 말이 맞거든” 같은 무언의 압박이 스며든다. 듣는 입장에선 ‘내 생각은 틀릴 수도 있는 건가?’라는 의구심부터, 반박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기류에까지 부담을 느낀다. 사고의 흐름이 뚝 끊기고, 결국 대화는 막혀버린다. 특히 “아니, 근데—”처럼 상대의 얘기를 끊고 들어오는 말투는, 네 말은 묻어두고 내 말이 옳다는 신호에 가깝다.
3. 책임 회피와 신뢰 상실 — 비겁한 전달자의 면모
⑤ ~같다 (내 말 틀려도 내 책임 아님)
앞선 네 가지가 비교적 앞장서서 치고나가는 ‘맨스플레인/고나리질’이었다면, ‘~같다’는 어딘가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두는 ‘책임 회피’ 화법이다. 이런 말은 전달자의 신뢰를 스스로 깎아먹는다. “확신은 없지만 이게 낫지 않을까”라는 식의 어정쩡한 조언은, 어떻게든 영향력은 행사하고 싶으면서도 결정적 순간엔 발을 빼고 싶다는 계산이 읽힌다.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본인도 자신 없는 얘기를 왜 굳이 나에게...”란 생각에, 메시지를 미련 없이 흘려보내기 십상이다.
이처럼 평범한 말투 몇 마디 속에도 전달 실패를 불러오는 심리적 덫이 숨어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선의로 포장된 언어가 아닌, 진심어린 배려와 상호 존중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맨스플레인과 ‘고나리질’이 닮은 점은, 상대를 온전한 지성과 판단력을 지닌 존재로 여기지 않는 데 있다. 결국 상대가 궁금해하지 않는 지식(“~거든”, “~더라”), 동의받지 못한 전제(“~잖아”), 대화 흐름을 거슬러 들어오는 발언권의 침해(“아니 근데”), 책임은 지지 않는 조언(“~같다”)—이런 말들은 사실 대화라기보단 일방적 배설에 가깝다. 전달이 아니라 자기만족을 위해 뱉은 언어들은, 결국 상대 마음에 닿지 못하고 공중에서 흩어져버린다. 그렇게 해서 대화는 조용히 실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