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선의 시간, 곡선의 기도에 머물다

직선의 시간, 곡선의 기도에 머물다


인간의 시간을 멈춰 세우고

신이 전해주는 영혼의 숨소리를 들으며

가우디가 쌓아 올린 사그라다 파밀미아 성당

미완성이라서 더 아름다운,

우리들의 내일이자 시련의 방파제다.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한 빛의 파편들이

낡아빠진 이름들을 조롱하며

차가운 어깨 위에 내려앉아

시간의 주름을 어루만지며 눈길을 건넨다.


비참한 매혹이 만든 붉은 열정의 동쪽과

서글픈 기대가 잉태한 푸른 평화의 서쪽 사이에서

우리는 저마다의 색깔로 타오르는 촛불이자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가우디의 손길이다.


직선은 인간의 욕망이 따라가는 길이고

곡선은 신의 길이자 자연이 만든 생명의 줄,

이곳에선 나란히 놓인 나무 의자마저

직선과 곡선의 이중주가 기도로 전해진다.


앞만 보고 달려온 마라톤의 질주,

잠시 고개를 돌려 등 뒤에서 숨죽이던

애타는 긴장과 침묵이 마주하다

절망의 얼룩이 희망의 누룩으로 직조된다.


완성되지 않았기에 여전히 꿈꿀 수 있고

다 채우지 못했기에 비로소 평온해지는 마음

거대한 돔 아래 작아지는 나를 발견하는 순간

삶은 비로소 그런데로 반전되는

고요의 이정표가 멀리서 손짓을 한다.


모든 조각마다 낯선 생각을 잉태한 글자들이

날선 물음표를 품고 높이 치솟으려 하지만

관능적 깨달음과 찰라적 다정함을 품은 손길은

언제 끝날 수 있을지 여전히 미지수다.


기둥마다 새겨진 가우디의 간절함

하늘이 품고 있는 변덕스러운 명령

자신을 응시하던 신의 언어가 되어

극도의 궁핍을 눈부신 배경의 몸부림으로 번역,

식어가는 열정을 작렬한 태양 빛으로 채색해본다.


구부러진 허리로 부러지지 않으려고

한 손에 신의 뜻을 조각가의 언어로 번역하고

다른 한 손에는 시간과 역사의 숨결을 옮겨 적으며

가르침의 향기와 뉘우침의 향연으로

영원한 미(美)완성 작품에 혼을 담는다.


찰나의 시간으로 머문 서늘한 뜨거움,

내면으로 스며든 가우디의 눈빛과

허무의 식사를 반복며 사투를 벌였던 몸부림은

어둑한 잠 속에서도 꿈을 꾸며

영원히 해석되지 않는 별이 될 것이다.


가우디 성당.jpg


2026.1.27.일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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