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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전(辭典)엔 불가능이란 없다

위험한 생각을 잉태한 사전(辭典), 개념사전(思典)

위험한 생각을 잉태한 사전(辭典), 개념사전(思典)

나의 사전(辭典)엔 불가능이란 없다

사전(死前)에 써야 될 6가지 사전(辭典)



“이 사전 하나가 세상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습니다.”


누군가 이제까지 없었던 내용과 방식으로 사전 발간 작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 사전이 세상에 나온다는 것 자체가 위험한 출발이다. 왜냐하면 이 사전은 다른 사전과 다르게 첫 번 째 항목이 ‘신’이 아니라 알파벳 순서를 따라 atmosphere(대기)로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 사전이 위험한 이유는 지식의 항목을 권위에 따라 배열하지 않고 평등하게 알파벳 순서대로 나열하겠다는 발상이다(허연, 2018). 지금으로부터 약 200여 년 전 만 해도 지식의 주도권을 생산자나 유포자가 아닌 사용자가 쥘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은 역사적 사건이었다. 사전을 통해 위험한 생각을 유포한 주인공이 바로 백과전서의 편집장이자 편찬의 주요 역할을 맡았던 드니 디드로다. 그러나 오늘날 사전은 이제 골동품이 되어가고 있다. 더욱더 심각한 문제는 사람들은 아예 사전을 참고로 자신의 생각을 다듬어나가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궁금한 단어가 생기면 바로 검색해보고 사전에 나와 있는 의미를 답습하는 삶을 반복하고 있다. 이런 삶이 반복될수록 과거에 습득한 고루한 개념으로 내 사유체계를 부실하게 건축 해내가고 있다. 한 사람의 사유체계는 개념으로 건축된다. 개념이 부실하면 사고도 부실해진다. 개념은 부단히 노력하지 않으면 새롭게 습득되지 않는다. 개념은 또한 남의 정의해놓은 의미를 그대로 답습해서는 새로운 생각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이미 알고 있는 개념도 나만의 방식으로 다시 정의하거나 새로운 개념을 창조하지 않는 이상 내 생각은 기존의 개념이 품고 있는 의미대로 반복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한다. 개념 없이 살아가는 삶을 단절하고 새로운 사유를 건축하기 위해서는 나만의 개념사전을 만들어나가는 노력을 의도적으로 전개할 필요가 있다.



“일을 하다 보면 단어의 잡초 밭에 발이 감겨서 책상 위로 몸을 웅크리고 머리를 양손으로 감싼 채 뼈가 으스러지도록 집중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한 항목을 며칠 째 들여다보고 있지만 어디서 실마리를 잡아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고, 어느 순간 제정신을 유지해주는 필라멘트가 쉬익 소리를 내면서 끊어지고 만다. 갑자기 마음 한가운데서 당신이 이 항목에서 고전하고 있는 이유가 명백해진다”(29쪽).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단어 하나를 붙잡고 그 의미의 뒤안길을 헤매면서 정의 내리려는 사전 편찬자의 노력이 우리들의 개념 사용력을 높여주고 있다. 이 정도의 노력은 못 기울이더라도 가끔은 내가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단어 몇 개를 붙잡고 그것이 나에게 던져주는 의미를 반추해가면서 나만의 생각이 담긴 정의를 다시 내리려는 끈질긴 노력이 이어질 때, 사고도 거기서 멈추지 않고 새로운 생각으로 거듭나는 사고 혁명을 이어갈 것이다. “내가 말하는 단어들은 나의 행동과 생각의 〈잔여물〉이다.” 《단어의 사생활》 이라는 책을 쓴 제임스 W. 페니베이커의 말이다. 어떤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아보려면 그 사람이 사용하는 언어를 보면 알 수 있다. 언어는 그 사람의 삶 속에 숙성된 사고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사용하는 언어 이상으로 다른 사람에 대해 생각할 수도 없고 세계를 이전과 다르게 보거나 느낄 수 없다. 설혹 보거나 느낀다고 해도 표현할 수 없는 언어가 없다면 그 경험은 몸 안으로 축적될 뿐 언어화되지 못한다. 아무리 위대한 생각과 느낌을 갖고 있다고 해도 그걸 표현할 수 있는 언어가 없다면 생각과 느낌은 어떻게 밖으로 표출될 수 있을까. 언어 없이 생각도 느낌도 없다. 모든 생각과 느낌은 언어로 표현된다. 언어로 표현되기 이전의 생각과 느낌은 죽은 생각과 느낌이다. 언어가 없으면 나와 다른 사람은 물론 세계와 연결될 수 없다. 그러므로 “언어는 세상과 나를 이어주는 다리다”(윤세진, 2013, 355쪽). 언어를 풍부하게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은 그만큼 세상과 연결할 수 있는 다리의 종류도 다양해진다. 그만큼 이전과 다르게 볼 수 있는 가능성도 그만큼 열린다. 



문제는 그 다리로서의 언어를 한 공동체 내에서 어떻게 규정하고 정의하느냐에 따라 동일한 단어라고 할지라도 다른 의미로 통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전에 나와 있는 동일한 단어라고 할지라도 시대와 상황, 그리고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다른 의미로 사용할 수 있다. 국어사전은 위험하지 않지만 국어사전의 단어를 재개념화 시켜 다시 정의한 개념 사전은 위험한 생각을 품은 사전이다. 기존 단어를 다시 정의한 사전이 위험한 이유는 그 사전을 만든 사람들의 생각이 의도적으로 반영된 사전(思典)이기 때문이다. 현실이 언어에 반영되기도 하지만 놀라운 사실은 언어가 현실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인간관계로 이루어진 한 공동체 내에서 어떤 언어를 구사하는지에 따라서 개개인의 사고방식은 물론 한 공동체의 집단적 사고나 규범이 결정된다. 언어는 나와 다른 사람은 물론 세계를 연결하는 매개체를 넘어 그 자체가 하나의 삶의 양식이다. 언어는 한 공동체 내부에서 약속한 기호에 불과하지만 우리 삶을 지배하는 힘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단어를 어떻게 다시 정의하는지에 따라서 그 정의된 단어의 의미대로 우리 삶을 이전과 다르게 바라보고 생각하게 만드는, 생각의 혁명을 일으키는 DNA라고도 볼 수 있다. 이전과 다른 언어를 갖는 게 중요한 이유는 언어가 달라지면 사고가 달라지고 사고가 달라지면 그 사람이 맺는 인간관계와 삶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언어를 재정의하는 개념사전을 갖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여기서 알 수 있다. 모든 책도 개정판이 있듯이 사전도 주기적으로 개정 증보해서 시대에 맞는 언어를 정리해나갈 필요가 있다. 특히 한 개인이 사람을 만나고 세상을 바라보며 매일 하는 일은 언어가 매개하는 사고 활동이라고 볼 때,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단어의 의미를 반추해보고 나의 체험적 느낌과 깨달음으로 재정의 해보는 노력은 생각의 혁명을 일으키는 중요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세상에는 참으로 많은 사전이 있다. 가장 많은 국어사전과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 사전이 우리가 말을 배우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이런 사전은 새로운 개념을 이해하거나 동일한 개념이라고 해도 색다른 사유를 잉태시키는 위험한 사전으로 등극하지는 못했다. 이런 사전은 그저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단어들의 일반적 뜻풀이가 기록되어 있는 참고서일 뿐이다. 나침반을 국어사전에 찾아보면 “항공, 항해 따위에 쓰는 지리적인 방향 지시 계기. 자침(磁針)이 남북을 가리키는 특성을 이용하여 만든다”라고 정의되어 있다. 나침반 하면 떠오르는 생각이나 이미지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일반적인 속성을 기술한 정의다. 이런 정의를 읽고 나침반에 대해 위험한 생각을 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나침반이라는 단어를 접하는 순간 나침반의 존재 이유나 나침반이 인간을 위해 발휘하는 역할의 본질을 생각해보지 않는다면 나침반에 대한 틀에 박힌 생각이나 이미지는 변하지 않는다. 그런데 누군가가 나침반에 대한 사전적 정의를 버리고 자기 나름의 색다른 정의를 내렸다고 생각해보자. “나침반은 “여러 가지 핑계를 앞세워 정상으로 향하는 길에서 이탈하려는 나를 일깨워 줄 멘토(배철현, 2018, 235쪽)”라고 정의하고 있다. 나침반이 멘토라는 정의는 세계 최초의 정의다. 세계 최초의 정의라고 해서 무조건 색다른 생각을 잉태시킬 위험한 사전은 아니다. 틀에 박힌 일반적 정의를 이전과 전혀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위험한 생각 DNA를 품고 있는 정의로 바꿔서 의미를 부여하는 사전이야말로 우리가 말하는 위험한 사전이다.



개념사전이 위험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개념사전은 위험한 생각을 품고 있다. 위험한 생각은 평범한 사람들이 품고 있는 일반적인 생각과 다르게 원래 그렇고, 물론 그렇다는 생각과 당연하다고 간주하는 세계에 물음표를 던져 시비를 거는 생각을 품고 있다. 위험한 생각은 늘 사용하는 단어나 개념을 이전과 다른 의미로 다시 정의하는 순간 잉태되고 창조된다. 사전(死前)에 꼭 한 번은 위험한 생각을 품은 사전(辭典)을 써보고 싶다는 단순한 희망사항이 강렬한 욕망으로 바뀌면서 개념사전을 탄생하게 만든 원동력이다. 똑같이 국어사전에 나오는 말인데 누군가는 그 단어의 의미를 다르게 정의해서 사용한다. 


사전(死前)에 써야 될 첫 번째 사전(辭典)은 단어가 품고 있는 본래의 일반적인 의미가 아니라 그 단어를 사용하는 사람의 사연과 문제의식으로 기존 개념을 재개념화 시키거나 재정의하는 신념 사전이다. 한 마디로 신념 사전은 기존 개념에 내가 옳다고 믿는 가치관이나 철학을 반영하는 사전이다. 이렇게 기존 개념을 재정의하는 순간 단어는 누구나 사용하는 언어를 넘어 자신만의 신념이 담긴 개념으로 거듭난다. 개념사전은 기존 개념에 대한 나의 불만과 문제의식을 반영해서 다시 정의한 신념 사전이다. 그래서 개념사전을 보면 개념에 대한 그 사람의 사유체계가 고스란히 담긴 사전이다. 개념사전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수많은 개념에 대해 나만의 체험적 깨달음과 남다른 의미를 부여해서 새롭게 태어난 개념이 집대성된 사고의 전형이다. ‘개념사전’은 남이 정의해놓은 수많은 개념을 나의 체험적 느낌과 통찰력으로 재정의 또는 재개념화 시킨 ‘신념 사전’이다. 나만의 개념사전은 사전에 동원된 개념 정의가 옳은지 그른지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나의 체험적 통찰력과 신념이 반영되었느냐의 문제다. 나만의 개념사전은 국어사전처럼 교과서적 정의가 나열되어 있는 사전이 아니라 국어사전에 나와 있는 단어를 나의 철학과 체험적 깨달음에 따라 재정의한 나의 신념 사전이다. 나만의 개념 사전은 수많은 단어가 특정 상황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그 과정에서 내가 겪은 사연과 배경, 아픔과 슬픔, 기쁨과 즐거움, 그리고 몸소 깨달은 체험적 통찰력이 부가된 사전이다. 그래서 나만의 개념사전은 저마다의 개성과 철학을 담고 있는 지극히 개인적인 사전이다. 신념 사전은 기존 개념을 재개념화 또는 재정의하기도 하지만 아예 새로운 개념을 창조하는 경우도 있다. 주로 철학자들이 자신의 문제의식을 표현할 적절한 개념이 없을 때 자기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 새로운 개념을 창조하는 경우가 많다.



사전(死前)에 써야 될 두 번째 사전(辭典)은 관점 사전이다. 개인적인 나만의 개념 사전은 보편타당하게 쓸 수 있는 객관적인 용어사전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과 식견을 담고 있는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 사전이다. 관점 사전은 똑같은 현상도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생각을 불러올 수 있는 역발상의 전형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표 파는 곳(賣票所)’은 파는 사람 입장에서 만든 개념이고 ‘표 사는 곳(買票所)’은 사는 고객 입장에서 정의한 개념이다. 마찬가지로 버스 서는 곳은 버스 타는 곳으로, 지급해야 될 이자가 아니라 고객이 받을 이자라고 관점을 바꿔 개념을 다시 창조하면 생각과 행동도 같이 바뀔 수 있다. 관점의 차이는 곧 사용한 언어의 차이다. 관점을 바꾸려면 사용하는 언어를 바꿔야 한다. 언어는 인간의 의지와 의도는 물론 어떤 행동을 유발할 것인지도 함의하고 있다. 따라서 언어를 바꾸면 생각은 물론 행동도 바뀐다. 똑같은 단어를 사용하지만 기존 단어를 다르게 사용하는 사람은 그 순간부터 세상을 다르게 보고 생각하고 느끼며 바라보기 시작한다. 관점의 전환은 보통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개념에 다른 의미를 부여해서 재개념화시거나 정의를 바꾸는 순간 시작된다. 내가 사용하는 언어가 바뀌면 언어를 매개로 이루어지는 생각이 바뀌고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뀐다. 선풍기를 바라보는 관점은 선풍기에는 날개가 있다고 생각한다. 선풍기에 대한 기존 개념의 정의는 “날개를 활용해서 필요한 바람을 일으키는 기계”였다. 하지만 선풍기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면 모든 선풍기에는 날개가 있다는 가정의 당연함을 부정할 수 있다. 관점 사전은 당연함을 부정하고 새로운 질문을 던져 생각을 바꾸는데 필요한 사전이다. 관점 사전은 관점 디자이너 박용후의 《관점을 디자인하라》에 따르면 “같은 것을 다르게”, 즉 “본질을 다르게 풀어내지만 결국 본질은 같다는 말이다”(73쪽). 



사전(死前)에 써야 될 세 번째 사전(辭典)은 연상 사전이다. 스티브 잡스는 “창의성을 사물과 사물을 연결하는 것(Creativity is just connecting things)”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창의성은 결국 내가 직간접적을 경험한 모든 것을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연결해서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창의성이 발휘되려면 우선 창의성의 재료로 작용하는 두 가 이상의 뭔가가 내 몸 안에 축적되어 있어야 한다. 즉 창의성의 데이터베이스 안에 재료가 풍부하게 축적된 사람은 그만큼 다양한 방식으로 연결할 경우의 수가 많아진다. 연상 사전은 내가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경험했던 직간접적 체험과 경험의 흔적을 연결시켜 상상력을 발휘하기 위해 준비하는 사전이다. “그 사람의 사상은 그가 주장하는 논리 이전에 그 사람의 연상 세계, 그 사람의 가슴에 있다고 믿습니다. 그 사람의 사상이 어떤 것인가를 알기 위해서는 그 사람이 어떤 연상 세계를 그 단어와 함께 가지고 있는가를 묻는 것이 정확하다고 봐요”(65쪽). 신영복의 《냇물아 흘러 흘러 어디로 가니》에 나오는 말이다. 예를 들면 아파트에 대해 창의적인 생각을 펼치는 수준과 정도를 알고 싶으면 ‘아파트’라는 단어와 함께 연상하는 다른 단어를 보면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아파트를 떠올리면 어떤 사람은 몇 평짜리 아파트인지의 여부가 중요한 사람이 있고, 어느 정도 나이가 든 사람은 윤수일의 ‘아파트’라는 노래가 떠올 수도 있다. 나는 ‘아파트’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연상되는 모습은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땀 흘리며 일하는 노동자의 모습이 연상된다. 연상 사전은 연상의 수준과 정도를 높이기 위해서 특정 개념과 어제와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촉진시키기 위한 사전이다. 연상 사전이 바뀌지 않으면 우리들의 창의력 수준도 바뀌지 않는다. 모든 상상도 발상이 아니라 연상이다. 연상 세계가 바뀌지 않으면 상상도 창조도 바뀔 가능성이 없다.



사전(死前)에 써야 될 네 번째 사전(辭典)은 마음 사전이다. 예를 들어 김소연의 《마음사전》과 이외수의 《감성사전》, 그리고 정철의 《불법 사전》과 《인생의 목적어》에는 국어사전에서는 볼 수 없는 방식으로 자기만의 체험적 느낌을 기반으로 재정의한 사전이다. 한 마디로 이들 사전은 기존 개념을 논리적으로 분석해서 그 의미를 제시한 사전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몸으로 겪으면서 느낀 점을 그대로 옮겨 적은 마음 사전이다. “외롭다는 말을 설명하기 위해서 하룻밤을 꼬박 새워본 적이 있다., “그러니까”에서 시작해서 “이를테면”을 거쳐서, “마치 그것은......”을 지나 “비교하자면.....” 즈음에 이르렀을 때에야 그는 경우 ‘외롭다’는 말을 이해했다“(7쪽). 김소연의 《마음사전》 서문에 나오는 말이다. ‘외롭다’를 국어사전에 찾아보면 “홀로 되거나 의지할 곳이 없어 쓸쓸하다”로 나온다. 외롭다는 말은 결국 쓸쓸하다는 말로 해석되지만 쓸쓸한 상태는 외로운 상태와 구분이 되지 않기에 결국 외로움은 김소연 시인이 밤새 사투를 벌이면서 고민했듯이 논리적 정의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그래서 김소연 시인은 같은 책에서 외롭다를 다음과 같이 풀어놓고 있다. “‘외롭다’라는 말은 형용사가 아니다. 활달이 움직이고 있는 동작 동사. 텅 비어 내린 마음의 상태를 못 견디겠을 때에 사람들은 ‘외롭다’라는 낱말을 찾는다”(91쪽). 외롭다와 비교해서 쓸쓸하다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김소연 시인은 “‘외롭다’라는 말에 비하면, ‘쓸쓸함’은 마음의 안쪽보다 마음 밖의 정경에 더 치우쳐 있다……. 외로움은 주변을 응시한다면, 쓸쓸함은 주변을 둘러본다(92쪽)고 비교한다. 마음 사전은 논리적으로 정의하기보다 내 몸이 느낀 감정을 그대로 풀어놓은 사전이다. 가슴에서 느낀 점이 머리로 올라가서 논리의 힘을 빌려 정의되기 전의 상태로 적어 놓은 감정의 기록이다. 



사전(死前)에 써야 될 다섯 번째 사전(辭典)은 은유 사전이다. 은유 사전은 논리적인 개념 정의가 이해는 되지만 와 닿지 않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가는 사전이다. 은유법으로 기존 개념을 다시 정의하면 색다른 사유의 가능성을 열어갈 수 있다. 예를 들면 공부는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힘”이라고 정의된 국어사전은 실제 공부의 본질이나 핵심을 파악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왜냐하면 학문이나 기술이 무엇인지 모른다면 마찬가지로 공부라는 개념 파악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교과서나 사전에 나오는 정의는 이런 식으로 정의되어 있다. 은유 사전은 이런 기존 사전의 폐단과 문제점을 극복하고 개념의 본질이나 핵심을 보다 쉬우면서도 와 닿게 하기 위해서 시도하는 사전이다. 공부를 은유법으로 표현하는 한 가지 방법은 “공부는 망치다”와 같이 정의하는 것이다. 공부와 망치는 겉으로 보기에는 닮지 않았지만 자세히 비교해보면 닮은 점이 많다. 망치도 뭔가를 깨부수는 것이고 공부도 통념이나 타성을 깨부수는 행위다. 공부는 망치라고 은유법을 사용해서 새롭게 정의를 내리면 공부에 대한 새로운 생각이 싹트기 시작한다. 또 다른 은유법을 사용해서 공부를 정의해보면 “공부는 피클”이다. 오이가 피클로 변화될 수 있지만 피클은 거꾸로 오이로 돌아갈 수 없다. 공부 역시 공부를 하기 전에는 오이였다. 하지만 공부를 할수록 내 사고방식의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나면서 오이가 피클로 바뀌는 변화과정과 공부하는 과정은 닮았다. 이처럼 은유 사전은 이제까지 관념적으로 개념의 정의를 배우는 과정에서 느낀 한계나 문제점을 해결하고 보다 쉬우면서도 개념의 본질과 핵심을 와 닿게 표현하는 개념 사전이다.



사전(死前)에 써야 될 여섯 번째 사전(辭典)은 가치 사전이다. 가치 사전은 내가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핵심가치(Core Values)를 정의한 사전이다. 핵심가치는 딜레마 상황에 빠졌을 때 의사결정에 필요한 판단기준이자 행동규범이다. 핵심가치는 엘비스 프레슬리에 따르면 지문이다. 왜냐하면 핵심가치는 사람마다 고유한 가치판단 기준이 있고, 그 기준에 따라 행동하기 때문에 사람마다 다 다르기 때문이다. 결국 핵심가치는 나의 인생관이나 직업관을 볼 수 있는 척도이자 전형이다. 핵심가치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결정한다. 예를 들어서 나는 열정, 혁신, 신뢰, 도전, 행복이라는 5개의 키워드를 나의 핵심가치로 설정하였다. 선전된 핵심가치 5가지는 그냥 좋은 말이라서 선택한 것이 아니라 내가 이 다섯 가지 키워드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며 내 삶을 살아가는 것이 가장 행복한 삶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선정한 것이다. 열정적인 삶, 혁신적인 삶,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깊은 신뢰를 주는 삶, 도전하는 삶, 그리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길이 바로 남의 인생이 아니라 내 인생을 살아가는 비결이다. 5가지 핵심가치를 중심으로 의사 결정하고 행동하는 삶, 그런 삶을 위해 다른 것은 포기하고 묵묵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삶이 바로 My Way다. 그런 길을 묵묵히 걸어갈 때 누구의 삶과도 비교할 수 없는 나다운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가치 사전은 이런 점에서 인생 사전이라고 할 수 있다. 가치 사전은 국어사전에 나오는 추상명사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내 심장을 뛰게 만드는 단어를 나의 관점에서 재정의한 사전이다. 



아무런 의미가 없던 꽃도 내가 의미를 부여했을 때 나에게 색다른 꽃으로 달려오는 김춘수 시인의 꽃처럼 세상의 개념도 내가 하나씩 불러내서 나의 신념을 담아주면 의미 있는 개념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개념에 담긴 나의 체험과 느낌을 근간으로 재정의하지 않으면 개념은 한 낯 관념에 지나지 않는다. 단어에 담긴 사전적 의미를 넘어서 사람은 단어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면서 그 의미를 공유하고 가치를 창조해나간다. 사전적 의미를 넘어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나가는 과정이 또 다른 사전이 필요한 이유다. 개념사전은 개념이 품고 있는 통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다시 한번 의심해보고 의문을 품고 질문을 던져보는 가운데 나의 신념을 담아 다시 기존 개념의 의미를 재해석해보는 과정이다. 개념의 정의를 바꾸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도 바뀐다. 관점을 바꾸려면 언어를 사용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 관점은 특정 단어와 단어가 연결되는 방식, 즉 연상에 따라서 바뀌기기도 한다. 선풍기와 연결된 날개를 없애버릴 때 날개 없는 선풍기가 탄생하듯 말이다. 개념사전은 모든 개념을 신념을 담아 논리적으로 정의하지 않는다. 몸으로 느낀 정황을 무도 언어로 정확하게 표현하기는 불가능하다. 이런 경우 개념사전은 몸이 느낀 감정을 가급적 있는 그대로 기술하면서 가급적 당시의 감정 상태를 전달하려고 노력한다. 개념사전은 마지막으로 나만의 색다름을 드러내기 위해 나를 대표하는 핵심가치를 찾아서 나만의 방식으로 정의하는 가치 사전을 통해 내 삶의 의미와 가치를 드높이려는 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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